강남좌파 해외사례- 68세대 어디로 갔는가?슈뢰더 전 독일 총리 등 기득권 얻고도 '온건 좌파' 활동미국에선 WASP에 속하는 민주당 인사들이 해당될 듯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강남좌파와 비견되는 해외 사례로 68세대를 들 수 있다. 1968년 3월 파리 근교 낭테르대학 운동권 학생이 당시 미국계 은행 폭파사건 용의자로 지목돼 체포된 데 대한 항의투쟁으로 시작된 사회혁명 운동은 이후 유럽 전체의 사회문화혁명으로 발전했다. 이 혁명을 주도한 당시 학생들을 68세대라 부른다. 30년이 지나 이들은 정치무대로 나왔다.

68세대 정치인들은 기득권 위치에 서면서 사회구조를 부정하지 않고 좌파 이념을 고수한다는 점, 40년 전(혁명운동 당시)과 비교해 ‘온건한 좌파’를 주창한다는 점에서 강남좌파와 비슷하다.

대표적인 사례는 독일. 슈뢰더 전 총리, 라퐁텐 전 재무장관, 샤르핑 전 국방장관을 비롯해 90년대 후반 사민당이 집권한 주(州) 총리의 대부분이 68시절 활약하던 극렬파 투사 출신들이었다.

독일의 68세대는 98년 녹색당-기민당 연합으로 정치 중앙에 섰다. 올해 6월에 취임한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와 이탈리아 벨르루스코니 전 총리 역시 대표적인 68세대다.

68혁명 세대는 중앙 정치무대 뿐 아니라 환경운동과 같은 ‘신사회운동’에 핵심 동력으로 참여하고 있다. 중앙대 신광영 교수는 “현재 서구에서 ‘신사회운동’에 속하는 환경운동이나 평화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고등교육을 받은 전문직 종사자들(의사, 변호사, 교수, 교사 등)이다”고 지적했다. 신사회운동이 중간계급 운동이라고 불려진 이유는 참여자나 활동가들이 중간계급 출신이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강남좌파를 신사회운동 세력과 비교하며 “신사회운동 계층은 서구 사회의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사회운동 계층은 노동운동이 보수화되고 노동운동이 중요한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쏟지 않게 되면서, 새로운 사회운동들이 등장하면서 형성된 계층이다.

강남좌파가 이념적 정치노선은 ‘진보’이지만, 경제 등 일상생활에서 보수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점, 그럼에도 인권과 양성 평등 문제에서는 개방적인 의견을 표출한다는 점에서 닮은 꼴로 지적된다.

미국의 경우 유럽만큼 활발하게 68세대가 사회중앙으로 진출하지 않았다. 이들은 정치인이 되기보다 사회복지사, 교사, 민권활동가로 ‘현장을 지키는 쪽’을 택했다.

68세대를 연구한 뉴욕대 폴 버만 교수는 “독일이나 프랑스는 좌파정당의 역사가 깊기 때문에 좌파 학생 운동가들이 현실정치에 흡수될 수 있지만, 미국은 우파가 워낙 강해서 좌파경력이 있으면 정치적으로 살아 남기 어렵다. 따라서 미국 좌파들은 자연스레 문화쪽으로 많이 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강남좌파’로 68세대보다 WASP(앵글로색슨계 백인 신교도ㆍ White Anglo-Saxon Protestant)의 민주당계열 인사를 꼽는 학자도 있다. WASP의 경우 전통적으로 공화당에 대한 지지가 높지만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 등 정통 WASP에서 벗어난 신 WASP의 경우 민주당계 인사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명지대 윤종빈 교수는 “WASP 민주당 인사는 앵글로색슨계 백인, 신교도들로 사회의 모든 기득권을 가지면서도 좌파적 이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강남좌파와 비견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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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더 전 독일 총리.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