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사·SK에너지·GS칼텍스 등 112개 사업 진출기술력 부족으로 선진국 비해 시추 성공률 떨어져… 정부의 장기·저리 해외 자원개발 융자제도도 허점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 불안정한 상승기류를 이어가고 있다. 당장이라도 유가 100달러를 돌파할 것 같은 기세는 다소 누그러졌지만 추동력은 여전하다.

고유가를 촉발하는 국제요인이 불거지면 언제든 치솟을 상황이어서 ‘유가 100달러 시대’는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석유 자주개발율은 고작 3% 수준이다. 고유가 시대의 대응 방안으로 해외 유전개발이 각광받는 배경이다.

이에 따라 공기업을 비롯한 대기업, 중소기업들이 앞다퉈 해외 유전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전역에서 펼치는 유전사업은 나름대로 성과도 커 고유가 압력을 완화시킨다.

그럼에도 해외 유전개발사업 주체의 역량이 떨어지고 전문인력의 부족, 제도 운영상의 문제 등은 해외 유전개발의 효율성을 감소시키며 자원입국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임박한 유가 100달러 시대에 급증하고 있는 해외유전개발사업의 허실을 살펴 봤다.

석유공사 보유 시추선 '두성호'

우리나라의 해외유전개발사업은 1970년대 1, 2차 석유파동을 겪은 후 81년 인도네시아 서마두라 광구에 진출한 것이 최초의 기록이다. 이후 2007년 9월말 현재 31개국 112개 사업에 국내 업체들이 진출하고 있다 .

이 가운데 탐사에 성공해 생산을 하고 있는 곳은 17개국 29곳, 개발 단계인 곳은 8개국 11곳에 이른다. 리비아 엘리펀트 육상 광구에서는 6억4,000만 배럴의 매장량을 확인했으며, 2006년 8월부터 하루 15만 배럴을 생산하고 있다. 카자흐스탄과 태국에서도 각각 추정량 1억7,000만 배럴, 1억4,000만 배럴의 유전을 발견해 개발 중이다. 올해도 지난 1월 아르헨티나, 8월 브라질, 10월 중국 등에서 원유 생산을 시작했다.

유전 개발의 결과로 확보한 원유 추정 매장량은 2007년 9월 현재 159억 배럴이며, 이 가운데 21억 배럴은 이미 매장량이 확인됐다. 우리나라 하루 소비량이 200만 배럴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확보한 유전을 100% 개발했을 때 20년을 쓸 수 있는 양이다.

현재 해외유전개발사업은 석유공사가 주축을 이루는 가운데 SK에너지, GS칼텍스 등 에너지 기업과 LG상사, 현대상사 등의 민간 대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해외 광구에 대한 지분 투자 및 직접 탐사 등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석유공사는 베트남 15-1, 11-2 광구를 비롯해 전 세계 15개 국에서 32개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하루 5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 광구는 석유공사가 처음으로 개발 주체가 돼 원유를 생산했다는데 의미가 있으며, 지난해 3월 본계약을 체결한 나이지리아 광구는 기대 매장량이 20억 배럴에 이르는 대형 광구로 한국전력, 대우조선 등이 참여하고 있다.

러시아 서캄차카 광구는 석유 공급기반을 확대, 중동 의존도를 낮춘다는데 의미가 크며 매장량도 17억 배럴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카자흐스탄 잠빌 광구는 ‘제2 중동’이라고 불리는 카스피해 지역에 위치한 해상광구로 매장량은 10억 배럴을 넘는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질상 개발 성공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SK에너지, LG, 대성, 삼성, 대우조선, 현대하이스코 등이 참여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 최초로 해외 자원개발에 나선 SK에너지는 98년 베트남 15-1광구 입찰에 나서 성공을 거둔 이래 단일 광구로는 남미 최대 유전ㆍ가스 광구인 페루 카스미아 광구를 확보했으며, 브라질 BMC-8광구에서 하루 2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GS칼텍스는 2003년 미국 셰브런사의 캄보디아 블록A 해상광구 탐사권 중 15%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유전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7월에는 태국 육상 탐사광구인 L10/43ㆍL11/43에 지분참여를 하였다. GS칼텍스 지주회사인 GS홀딩스는 2005년 1월 인도네시아 NEM1, NEM2, 워캄 등 3개 탐사광구에 대한 탐사권을 각각 5%, 30%, 20% 인수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석유공사가 카자흐스탄과 공동으로 운영하는 카르포브스키 광구에 경남기업 등 5개사와 함께 지분참여를 하였다.

종합상사들도 해외자원개발에 참여해 결실을 보고 있다. 선두주자인 대우인터내셔널은 외국 대기업도 포기했던 미얀마A-1 광구에서 가스전을 발견한 데 이어 A-3 광구에서도 유망한 광구를 발견했으며 두 광구 사업권지분 60%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97년부터 참여한 중국 엔난유전이 탐사에 성공해 올해부터 본격적인 싱업 생산체제를 가동하기 시작했는데 석유공사 등과 함께 30.8%의 지분을 확보해 탐사ㆍ개발의 운영권자로 활동하고 있다. 멕시코만과 동티모르 지역의 석유ㆍ가스 탐사권도 확보하고 있다.

LG상사는 90년대 초부터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해왔다. 한국 기업으로는 최초로 카자흐스탄 이다 광구에서 유전을 발견했으며 카자흐스탄 컨소시엄 지분 22.5%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오만 8광구 내 부카 가스전 인근 웨스트부카 구조에서 신규 유전을 발견하기도 했다.

중견기업인 대성은 90년대 중반부터 유전개발에 참여, 미국의 소규모 유전의 1~2개 광구에서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지난 90년 석유공사와 함께 지분 참여한 리비아 광구는 97년 10억 배럴에 달하는 대형유전이 발견돼 2004년 5월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갔다. 대성이 1.35%의 지분을 갖고 있는 카자흐스탄 잠빌 광구와 1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 캄차카 육상광구는 본격적인 탐사와 시추작업을 남겨두고 있다.

이처럼 정부 공기업과 민간업체들이 해외유전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자주개발율 3%가 말해주듯 아직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우선 당장 유전개발 전문 인력과 기술이 부족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인재양성과 해외자원개발 인프라 구축이 미흡하다. 국내의 자원개발 기술 수준은 주요 선진국 대비 탐사기술 60%, 개발기술 50%, 활용기술 50%에 머물고 있다.

기술력 부족은 결국 자원개발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얘기인데 2005년 기준으로 자원개발 전문인력은 산ㆍ학ㆍ연을 포함해 총 540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경쟁국인 일본 3,500명의 14분의1 수준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유전개발 성공률이 지극히 낮다. 미국의 엑손모빌, 텍사코, 영국의 BP 등의 경제성 판명확률이 30%대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15%대에 머물고 있다. 그것도 유전개발에 본격 나서기 시작한 2003년 이후의 성공률일 뿐 그 이전의 20여 년 동안 자체 기술로 성공한 경우는 베트남 유전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업체들의 경우 개발ㆍ생산광구의 비중이 낮고 탐사광구에 쏠린 점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세계 주요 메이저 석유회사의 경우 개발ㆍ생산광구의 비중이 약 60% 수준인데 반해 석유공사의 경우 2006년 말 현재 33%에 불과하다.

해외자원개발업체에 대한 ‘성공불융자’ 제도도 문제다. 이것은 정부가 해외자원 개발에 나서는 기업들에 저리로 장기 융자를 해주고 성공할 경우에만 융자금을 상환토록 하는 제도이다. 유전 개발에 성공하면 해당기업은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고, 실패한다 해도 융자금 상환이 면제될 수 있기 때문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

실제 지난해 8월까지 성공불융자는 총 27개 기업에 1조1,000억 원 가량 지급됐다. 이중 탐사에 성공해 갚은 원금은 1,069억 원으로 비중은 9.7%에 머물렀다. 27개 업체 중 원금을 극히 일부라도 상환한 기업은 석유공사, SK, 대우인터내셔널, 서울도시가스, 현대상사, 인천정유, 삼환, S-oil, 한라자원 등 10개 업체 뿐이었다.

일부 기업이 성공했지만 광구의 경제성을 감안할 때 날아간 국민 혈세 1조원의 비용을 상쇄하기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이다.

성공불융자가 일부 업체에 지나치게 편중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8월까지 석유공사(55.2%)와 SK(11.3%), 대우인터내셔널(10.1%), LG상사(2.5%) 등 4개 기업이 80%가량의 지원금을 받아갔다. 성공불융자 제도가 유전개발에 참여한 기업들에게 특혜를 주고 도덕적 해이의 빌미를 제공한다는 비판은 그래서 나온다.

해외유전개발이 특정 지역에 몰리고 경제성이 떨어지는 개발이 적지 않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중동을 비롯해 남미, 아프리카 및 중앙아시아의 좋은 광구는 이미 외국 메이저들이 대부분 선점했다.

반면 우리나라와 가까운 러시아 극동지역은 자원의 보고인데다 푸틴의 자원민족주의 정책으로 인해 기존에 특혜를 누리던 미국ㆍ영국ㆍ일본 등의 진출이 어려워져 우리에게는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 지역에 대한 유전개발은 최근에야 이뤄지고 있다. 2년 전 경제성이 잇는 사할린 페트로사하 유전을 잃은 것은 정보부재에다 정부의 정책실패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고 할 수 있다.

● 유가 얼마까지 치솟을까

유가 100달러 시대로의 행진은 일단 주춤했다. 지난주 서부텍사스유와 브렌트유의 평균가는 90~94달러를 오르내렸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것인가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크게 100달러 장벽(한계)설과 100달러를 넘어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상반된 견해로 갈린다. 그러한 시각차는 현재 유가 고공행진을 견인하는 요인들에 대한 입장차에 기반한다.

유가 변동의 요인으로는 흔히 △수급 불일치 △달러 약세 △계절적 요인 △정유시설 투자 미흡 △투기수요 유입 등 5 가지가 주로 거론된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 인도 등 이머징마켓의 수요급증에 따른 공급 부족과 달러가치의 하락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유가 100달러 한계설은 유가 상승의 5가지 요인이 장기적으로 조정되는 가운데 대체에너지 사용으로 석유의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데 근거한다. 반면 유가 100달러 돌파설은 중국 인도 등 ‘친디아’ 국가의 지속적 경제성장, 자원민족주의의 강화, 중동ㆍ 남미ㆍ 아프리카의 정국 불안 등에 따른 수급 불일치를 근거로 내세운다.

<오일의 경제학>을 쓴 에너지 전문가 스티븐 립은 전 세계 석유소비 증가와 생산의 한계를 대조해 볼 때 매년 석유 생산은 수요 증가량의 25% 정도밖에 따라가지 못했다며 수년 안에 유가가 배럴당 260달러까지 간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미국 포스트카본연구소의 리처드 하인버그는 당분간은 원유생산 증가로 유가가 100달러를 밑돌지만 2010년부터 전 세계 원유생산이 감소를 보이다가 2015년 바닥을 드러내고, 2030년에는 급감해 유가가 100달러를 훨씬 상회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