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 경험 없는 기업 대거 참여… 기술·정보·자본력 약해 성공 미지수개발기간 오래 걸려 사업성 확인 어려워… '주가 띄우기' 의혹도 솔솔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해외 유전개발 사업에 뛰어드는 국내 업체들이 급증하고 있다. 2003년 고유가 시대가 열린 이래 공기업과 대기업이 주축을 이뤘던 해외 유전개발 사업에 중견 기업은 물론 신생 업체들까지 뛰어들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4년 2곳에 불과하던 해외유전개발업체 수는 지난해 무려 11곳으로 늘어났다. 또한 이들 업체들이 참여하는 해외 유전개발 사업 건수도 급증해 2004년에는 3건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무려 9배가 증가한 27건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해외유전개발사업 참여를 산업자원부에 신고한 업체들의 면모도 다양하다.

이미 해외유전개발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석유공사, 가스공사 등 공기업을 비롯해 대우인터내셔널 SK에너지, GS칼텍스 등의 대기업 외에 골든오일, 모코코, (주)지엔텍 등 중견 혹은 중소기업들도 대거 참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해외유전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중소 벤처기업 수가 40 개가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 에너지 기업 중에는 자원개발의 경험이 있는 업체들도 있지만 주력 업종이 제지업(세하, KS energy), 건설업(우림, 효동), 소프트웨어(모코코), LCD(디지털디바이스), 집진기(지엔텍), 반도체(오엘케이), 서비스업(유아이에너지), 동물약품(대한뉴팜) 등 유전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전무한 기업들도 많다.

유전개발사업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많은 중소 업체들이 투자에 나서는 것은 해외유전개발사업이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블루오션 사업이라는 인식과 운이 좋으면 ‘대박’도 터뜨릴 수 있다는 기대가 작용한 측면이 크다..

물론 해외자원 확보를 위해 민간부문의 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이다. 실제 해외 유전개발 뿐만 아니라 광물 자원을 확보하는데 중소, 벤처기업의 역할과 성과가 적지 않다.

그러나 충분한 사업적 검토 없이 섣불리 개발사업에 뛰어들 경우 낭패를 볼 확률이 높다. 더구나 해외유전개발사업은 세계적인 메이저 회사의 자원탐사 성공률이 30% 정도에 그치고, 우리나라도 10% 대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하는 분야이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중소 기업들이 해외유전개발사업에 대한 경험이 없는데다 설령 있더라도 기술력ㆍ정보력ㆍ자본력이 매우 취약해 성공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2004년 이후 산자부에 등록된 40여 개 중소 유전개발 업체 중 아직 탐사 중에 있는 업체가 대부분인 것도 그 때문이다. 탐사와 개발단계를 넘어 최종 생산단계에 이른 기업은 우림ㆍ디지털디바이스ㆍRBL에너지 등 소수에 불과하다. 그것도 자체 유전 개발이 아니라 지분 참여 형태다.

드물게 ㈜동해탄화수소는 지난해 러시아 볼로그다주의 남그랴조베쯔 유전에 대한 탐사 및 개발권을 획득, 올해 말 정밀 탐사를 끝내고 내년 초 시추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는 국내 민간기업이 러시아 육상 광구에서 시도하는 첫 번째 유전 개발로, 그렇게 되기까지는 에너지 전문가인 권광진 동해탄화수소 대표의 10여 년에 걸친 유전개발 노하우와 러시아 내의 탄탄한 인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해외유전개발 전문 기업인 골든오일은 작년 11월 국제 석유탐사광구 입찰을 통해 광구권을 낙찰 받은 아르헨티나 LDP 광구에 대해 본격적인 탐사와 시추작업에 나선다. 골든오일은 현재 아르헨티나에서 엘비날라르 생산광구를 확보해 원유를 생산하고 있으며, LDP광구를 포함해 산자부에 신고된 4개 광구를 운영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해외유전개발사업의 경험이 없는데다 정보력 부재로 손해를 보는 중소 업체가 적지 않다. 올해 러시아 광구를 인수, 유전개발사업에 뛰어든 한 벤처기업은 정보에 어두워 광구의 경제성에 비해 턱없이 높은 가격으로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대의 무연탄 생산업체로 성장해 온 동원은 2003년부터 볼리비아 유전과 금광 개발에 뛰어들어 그 해 5월 공시를 통해 볼리비아 광구에서 30년간 파먹을 수 있는 유전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갔지만 2005년 유전사업이 중단되면서 반토막이 됐다. 해외유전개발에 대한 정보 부재가 가져온 결과였다.

해외유전개발사업이 일부 회사들에 의해 ‘주가 띄우기’에 악용된다는 의혹도 있다. 유전사업 속성상 개발 발표 이후에도 짧게는 3~4년, 길게는 6~7년 걸리고 해외사업으로 확인이 어려운 점을 악용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주식시장을 강타한 헬리아텍 사건은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헬리아텍은 파푸아뉴기니 가스 개발사업을 재료로 무려 941%라는 경이적인 상승률을 기록했으나 금감원이 올해 5월 “가스 유전 개발사업의 계약 내용이 불분명하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3분1 수준으로 급락했다.

앞서 언급한 러시아 유전회사의 지분을 높은 가격으로 매입한 벤처기업도 그런 의심을 받는다.

코스닥의 대한뉴팜(카자흐스탄 유전확보 기업의 지분인수 추진), 한국기술산업(미국 유타주 오일샌드 개발사업 추진), 튜브픽처스(아르헨티나 유전개발 사업) 등도 유전사업이라는 소재로 인해 주가가 얼마간 널뛰기를 했다.

최근엔 과거‘최규선 게이트’의 주인공 최규선 씨가 대표로 있는 유아이에너지, ‘오일게이트’의 당사자인 전대월 씨가 회장인 KCO에너지가 각각 중동, 러시아에서 벌이고 있는 해외유전개발사업이 주목을 받으면서 엇갈린 시각이 병존한다. 즉 두 사람의 전력에 비춰볼 때 ‘주가 띄우기를 위한 과대 포장’이라는 시각과 ‘실제로 경제성 있는 사업’이라는 관측이 대립하고 있는 것.

유아이에너지는 “이라크 유전사업은 최 대표가 미국과 중동 라인을 통해 이라크 재건사업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얻어낸 것”이라며 “쿠르드 지역 내 유전개발엔 본사와 석유공사, 국내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유전개발사업이 결코 주가 띄우기용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전대월 대표 역시 “현재 개발하고 있는 사할린 유전은 러시아의 권위 있는 기관이 부존 매장량을 입증한 곳”이라며 주가 띄우기라는 주위의 부정적인 시각에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나 유아이에너지와 KCO에너지의 주가가 유전개발과 관련해 몇 차례 등락을 거듭한데다 유전개발사업이 실제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변수가 많고 몇 년이 걸린다는 이유로 ‘먹튀’가능성을 경계하는 시선은 여전하다.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코스닥은 말할 것도 없고, 우량 종합상사들의 주가에도 어느 정도 거품이 끼어 있다”며 “불확실성이 높은 해외유전개발은 사업 가능성을 철저히 따져본 뒤에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 들어서도 지난 9월까지 해외유전개발 업체 8곳이 신설됐다. 앞으로 더 많은 중소기업이 유전사업에 뛰어들 전망이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유혹이, 경구가 될 필요성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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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