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06만명 시험 쳐 응시료만 910억원… ETS만 배불려해외주관시험 의존도 지나치게 높아… 한국 76%·중국2%·대만 30%

2006년 국내 영어시험 응시자의 76.4%인 206만 명이 토익, 토플 시험에 응시했다. 시험에 지불한 응시료만 해도 910억 원. 이 중 토플은 169억 원, 토익은 61억 원을 시험 주관사인 미국 ETS에 고스란히 갔다 바쳤다.

이처럼 외국이 주관하는 영어시험에 대한 지나치게 높은 의존도는 대한민국에서만 볼 수 있는 기형적인 현상이다.

일본이나 중국, 대만 등 이웃 나라들은 일찌감치 국가 주도하에 자체 시험을 만들어 이미 정착 단계에 와 있다. 일본은 63년 문부과학성 주최로 STEP을 개발해 연간 250만 명의 학생들이 이용하고 있다. 이 성적은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지에서 인정 받으며 미국, 캐나다의 600여 개 대학, 고교에서는 입학 요건으로도 STEP 점수를 활용하고 있다.

중국 역시 87년 교육부에서 자체 개발한 CET(College English Test)시험에 연간 450만 명이 응시하고 있고, 대학생들의 학위 취득 요건과 취업 요건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만도 2000년 대만 교육부 주도로 개발한 GEPT(The General English Proficiency Test) 시험에 매년 50만 명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 시행되는 영어시험 가운데 외국개발 시험, 즉 토익, 토플 시험이 차지하는 비율은 중국이 2%, 대만 30%, 일본은 39%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서 무려 76% 이상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우리나라에서 ‘토플 토익 과소비’ 현상이 계속돼 온 것은 사회 각 부문에 걸쳐 토플과 토익 시험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 때문이다. 국내 29개 외국어 특목고 특별전형과 대학입학 특별전형에서 토익과 토플 점수를 요구해 왔는데 이는 일반 초중고생들까지 토플 열기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행정고시, 외무고시, 사법고시 등 공무원 임용 시험에서도 토익과 토플 점수 제출은 예외가 될 수 없다. 그 외 각종 자격 시험이나 입사를 위해서도 토익, 토플 점수가 필요하다. 이처럼 사회 전반적으로 토익, 토플 점수가 활용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우리나라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토익, 토플의 광란’이라는 기이한 풍경이 형성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더 늦기 전에 국가가 주도적으로 영어능력인증시험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국내에서 토익, 토플 시험이 차지하는 시장의 50%정도를 국가공인시험으로 대체한다고 가정했을 때 연간 115억 원 이상의 외화유출 대체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충분한 연구와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영어시험 개발과 대체에만 치중한다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과 중국, 대만의 국가공인 영어인증시험은 크게 성공을 거둔 사례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일본의 경우 국가공인 영어인증시험 STEP이 1963년부터 시행됐지만 국제인증을 받기까지는 30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며 “우리나라는 외국개발 영어시험 의존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만큼 국가공인 영어인증시험을 성공적으로 도입ㆍ 정착시키려면 일본 등 외국에 비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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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