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등 대기업들 자체 말하기 시험 도입

‘무늬만 영어 고수’가 늘고 있다.

이력서 상에 적힌 높은 어학점수에도 불구하고 실제 업무에 투입되면 간단한 영어 회화나 전화 통화조차 어려워하는 이들을 말한다. 토익이나 토플 시험을 위해 천편일률적인 공부를 했던 학생들이 시험 고수는 됐지만 실제 영어구사능력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문제가 심각하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입사시험에서 보는 영어능력평가 방식을 바꾸기 시작했다. 토익, 토플 등 공인 점수가 더 이상 입사지원자의 영어실무능력을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350개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신입직원 영어능력에 대한 기업의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기업들은 신입직원의 영어능력을 100점 만점에 73점 정도로 평가했다.

또 대부분의 기업이 토익, 토플 성적을 활용하고 있었지만 시험 성적이 영어능력평가에 적합하다고 응답한 기업은 전체의 29%인 78개에 불과했다. 조사에 참여한 53%, 156개 기업은 영어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영어면접, 발표, 그룹토론, 지필 등 자체 영어시험을 별도로 시행하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토익, 토플 시험을 대체 또는 보완하는 다른 시험들이 기업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말하기 능력 평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이런 시험은 토익ㆍ 토플 고득점자들의 실력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기업들의 의심에서 비롯된다.

대체 시험 중 대표적인 것이 오픽(OPIc)이다. 오픽은 전미외국어교육협회(ACTFL)가 개발한 영어능력평가시험(OPI)을 컴퓨터로 치르는 영어 말하기 시험으로 각 기업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시험이다.

최근 삼성그룹이 내년 신입사원 공채부터 OPIc 시험을 도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관심을 증폭시켰다. 지난 10월까지 2만 여명이 OPIc 시험에 응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테스트연구원(ITSC)이 개발한 지텔프(G-TELP) 말하기 시험도 그 중 하나다. 1987년 국내에 처음 도입돼 현재 국내에서 치러지는 영어 말하기 시험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효성그룹과 SK그룹, 한국공항공사, 워커힐 호텔 등 많은 기업들이 신입사원 채용에 지텔프 시험점수를 반영 하고 있다.

이 외에도 영국문화원이 주관하는 IELTS가 올해 2만 명 응시를 목표로 활발한 마케팅을 하고 있고, 대한상공회의소가 주관하는 플렉스(FLEX)와 현대영어사의 포니패스(Phonepass)도 말하기 시험 시장에서 부상하고 있다.

영어교육 전문가들은 “국내 영어시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토익, 토플 시험이 영어 실력을 고르게 향상시키는데 부적합하고, 영어활용능력평가라는 기본적인 목적에도 어긋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업체들은 “높은 시험성적만 보고 신입 직원을 채용했지만 점수 거품인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영어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말하기 중심의 사내 영어 교육을 실시해야 하는 형편”이라며 “구직자나 기업의 이중고, 경제적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회화 능력을 높일 수 있는 교육 방안과 평가 방법 개선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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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