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30여 개 생겨났지만 고작 5개만 교육부 인증취약한 전문성·국제 통용성 부족으로 시장 혼란만 가중

이와 맞물려 민간에서 개발된 토종 영어시험의 종류가 눈에 띄게 늘었지만 제대로 정착이 안돼 응시율은 저조하기만 하다.

영어시험 시장의 몸집이 불어난 이유는 따로 있는 셈이다.

국내 영어인증시험 시장은 지난 10년 동안 거대하게 몸집이 불어났다.

각종 영어시험 응시자가 96년 77만 명에서 지난해에는 269만 명으로 3배이상 늘어났다. 이처럼 커진 시장의 대부분을 토익, 토플이라는 외래종 영어시험이 장악했다.

2006년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외국기관이 개발한 영어시험에 전체 응시자의 76.4%인 206만 명이 응시했고, 국내시험에는 63만 명만이 응시해 23.6%의 응시율을 나타냈다.

영어시험시장의 급팽창에 따라 민간에서도 앞 다퉈 토종 영어시험을 개발했지만 토익 토플에 맞서기에 절대 역부족이다. 토종 영어시험들은 오히려 시장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비판까지 받는 등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가 아닌 민간이 개발했다는 이유만으로 공신력과 전문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고, 예산과 전문인력 지원이 턱없이 부족해 시험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취약한 마케팅 능력과 국제적 통용성이 부족한 것도 주요한 요인이다. 이런 와중에 토종시험의 활용도가 높아질 리 만무하다.

그 동안 민간이 개발한 영어시험은 텝스(TEPS)를 비롯해 토셀(TOSEL), 펠트(PELT) 등 30여 개가 넘는다. 이 가운데 교육부로부터 공인 받은 시험은 텝스(TEPS), ESPT, 메이트(MATE), 펠트(PELT), TESL 5개인데, 이미 국내에서 아성을 쌓은 토익, 토플의 기세에 눌려 활용도가 미미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기관과 단체들이 토종 영어인증 시험을 개발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29만 명의 응시자를 확보한 텝스는 토종 영어시험 중에 그나마 비중이 높은 편에 속한다. 텝스를 개발한 서울대 관계자는 “시험 개발을 위해 7년간의 준비ㆍ 제작 기간과 8년간의 시행 과정을 거쳐 비로소 공신력을 검증 받을 수 있었다”며 “정부가 이런 민간의 노력 결과물을 외면하지 말고 다양한 방법으로 영어능력평가에 반영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텝스 시험은 청취, 문법, 어휘, 독해 영역을 중심으로 평가되고 있어 쓰기, 말하기 평가에는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문제내용이 정치, 경제,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출제되는 등 난이도가 높아 응시자 사이에서 너무 어렵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새로운 국가 공인 영어능력인증시험이 개발진행궤도에 오른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국가공인 시험이 시행되면 기존의 국내 토종 시험들은 일거에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며 민간이 그동안 영어시험 개발을 위해 투입한 비용과 얻은 노하우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국가공인 시험 개발에 민간이 참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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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