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도 성장세 주춤 예상… 러시아·브라질·아프리카 등 눈여겨볼 만과잉 유동성은 공통의 위험… 외국자본 일시에 이탈 땐 금융대란 가능성

신흥시장(이머징 마켓)이 세계 자본시장의 가장 유력한 ‘기댈 언덕’으로 솟아 올랐다. 자본시장의 메카인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태풍으로 신용경색을 빚고 있지만 중국 등 주요 신흥시장에는 투자 대기 중인 ‘실탄’이 잔뜩 쌓여 있는 형국이다.

펀드시장 역시 예외가 아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올해 주식시장의 심각한 침체 속에서도 신흥시장만큼은 펀드투자 추천 리스트의 첫 머리에 올리고 있다. 높은 성장성에 매력적인 밸류에이션, 풍부한 자원과 급성장하는 내수시장 등을 갖춰 미국발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판단이 근거다.

과연 신흥시장은 올해 펀드투자의 ‘엘도라도’ 구실을 해줄 수 있을까. 이들 시장의 경제 기초체력이 글로벌 증시의 폭락 태풍을 꿋꿋이 견뎌낼 수 있을 만큼 정말 튼튼한 것일까.

이런 의구심은 증시 전문가의 전망만으로는 쉽사리 해소되지 않는다. 돈을 끌어들여 시장을 활성화해야 생존할 수 있는 이른바 ‘셀 사이드’(sell-side)의 시각에는 편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각 신흥시장의 경제 펀더멘털을 꼼꼼히 들여다본 후에 투자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비교적 중립적인 시각의 경제연구기관이 내놓는 전망은 요긴하게 참고할 만하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 세계경제는 미국 등 선진국 경제성장률이 2%로 하락하는 반면 신흥시장(개발도상국)이 7%대 성장세로 떠받쳐 전체적으로는 지난해보다 0.7%포인트 떨어진 4.4%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나마 신흥시장의 꾸준한 성장이 올해 휘청거리고 있는 세계경제의 버팀목 구실을 한다는 것이다. 다만 신흥시장 역시 성장세가 주춤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인 중국의 경우 긴축정책 등 당국의 경제구조 개선 조치에 더해 해외 수출시장 여건 악화, 국제유가 상승 등 대외적 충격을 받아 6년 만에 9%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10%대 고성장은 아니지만 미국경제 둔화를 감안하면 선방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2003년 이후 초고속 경제성장을 구가해온 인도 역시 과잉 유동성 흡수와 물가 억제를 위한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조치와 국제적인 고유가 바람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특히 그 영향이 상반기에 더 많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성장률은 조금 주춤하더라도 8% 안팎 정도는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브릭스의 나머지 두 축인 러시아와 브라질은 조금 더 낙관적이다. 경제성장률이 2007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러시아는 석유, 가스 등 자원을 많이 보유해 원자재 가격 상승의 덕을 보는 데다, 소비와 투자가 높은 증가세를 보이며 성장을 이끌고 있다. 특히 10%를 웃도는 민간소비 확장을 눈여겨봐야 한다. 브라질도 소비, 수출, 투자의 3박자가 조화를 이루고 있어 안정적이다.

검은 대륙 아프리카도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 확연히 눈에 띈다. 알제리, 리비아, 나이지리아 등 자원부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확대되는 데다 중국과 경제적 유대관계가 돈독해지고 있다는 점 등이 강점이다. 중남미는 미국의 영향이 큰 편이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과 내수시장 확대 등으로 성장세가 큰 폭으로 꺾이지는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자체적인 자본축적에다 세계자본까지 몰려드는 신흥시장은 과잉 유동성이라는 잠재적 위험요인을 공통적으로 안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실물가치 이상으로 오른 자산가격이 거품붕괴를 야기하거나 외국자본이 일시에 빠져나갈 경우 금융대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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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