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로운 음식에서 웰빙형 메뉴 탈바꿈… 인테리어도 과감한 혁신딱딱한 의자가 푹신한 소파로… 목조테이블로 분위기 확 바꿔자연주의 컨셉트 가족공간도 꾸며 카페처럼 푸근하게 변신

트랜스 지방, 값싼 식재료, 건강에 해로운 여러 식품 첨가물들, 당분 함량이 높은 콜라 등 탄산 음료까지…. 비만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목된 패스트 푸드!

최근 수년간 끝없이 추락해 온 패스트 푸드는 과연 이대로 종말을 맞을 것인가? 아니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까?

지난 2005~06년. 패스트 푸드의 각종 폐해와 부작용이 매스미디어에 거침없이 노출되면서 식품 및 외식업계에서 떠 돌아 다니는 새 소식 한가지가 사람들을 놀래켰다. 다름아닌 주요 패스트 푸드 업체들이 매장들을 모두 ‘커피를 파는’ 카페로 바꾼다는 것. 대부분 패스트 푸드 매출이 워낙 어려움을 겪다 보니 그저 떠도는 소문 중의 하나려니 했다. ‘장사가 안 된다고 때려 치고(?) 다른 것을 하려나?’

그로부터 수년이 지난 지금 2008년. 당시 떠돌았던 소문이 조금씩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일부는 소문 그대로, 또 다른 일부는 풍문과 다르기도 하지만 어쨌든 패스트 푸드 업계에 대대적인 탈바꿈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서울 시청 뒤편 코오롱 빌딩 건너편의 한 ‘카페’. 길을 지나다가 이 ‘카페’를 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순간 멈칫! 카페만 보고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막상 상호를 보면 의아해지기 때문이다. 간판에 적힌 이름은 ‘롯데리아’. 전에 보던, 눈에 익숙한 롯데리아가 전혀 아니라서다.

지난 해 말 새로 오픈한 롯데리아 시청점은 지금 달라지고 있는 ‘패스트 푸드’의 한 단면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지난 수년간 여론의 ‘비난’에 외면 받고 또 매출 부진에 허덕이던 패스트 푸드 업계가 ‘재무장’을 하고 이제는 대반격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대대적인 변신에 나서고 있는 ‘패스트 푸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외형상의 변화이다. 종전 패스트 푸드점 하면 생각나는 것은 우선 딱딱하고 불편한 의자와 4각 테이블, 주문을 받는 바와 카운터, 그리고 비슷한 형태의 실내 동선 구조, 중고생들이 즐겨 찾는 장소 등등….

하지만 요즘 새로운 패스트 푸드점들은 기존 인식을 달리한다. 카페 컨셉의 인테리어를 꾸며진 롯데리아 시청점의 경우 사실 간판만 바꿔 달아 놓으면 전혀 기존의 롯데리아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1.2 롯데리아 홍대점, 3. 맥도날드 포천점, 4. 롯데리아 홍대점 외관, 5. 30일 롯데리아 종각점에서 열린‘건강에 좋은 마늘, 양파 시식 이벤트'에서 외국인들이 생 마늘과 양파를 햄버거와 함께 시식 하고 있다/배우한 기자 6. 롯데리아 햄버거교실
1.2 롯데리아 홍대점, 3. 맥도날드 포천점, 4. 롯데리아 홍대점 외관, 5. 30일 롯데리아 종각점에서 열린'건강에 좋은 마늘, 양파 시식 이벤트'에서 외국인들이 생 마늘과 양파를 햄버거와 함께 시식 하고 있다/배우한 기자 6. 롯데리아 햄버거교실

푹신하고 편안한 의자, 안정감을 주는 목조 테이블 등은 종전 패스트 푸드가 주던 고정관념을 탈피한다. 으레 패스트 푸드점에서라면 일찍이 자리를 뜨기 십상인 손님들 또한 이 곳에서는 여유롭게 시간을 즐기는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그리고 서울 도산대로변의 맥도날드 청담점. 패스트 푸드의 상징으로 군림했던 맥도날드의 대표적 매장인 이 곳 또한 ‘패스트 푸드 변신의 상징’으로 꼽힌다. 1층에 들어서면 종전과 달라진 점은 우선 의자가 편안해 보인다는 것. 테이블도 플라스틱이 아닌 나무 재질이다.

예전 패스트 푸드 이미지를 여전히 가지고 있는 이들은 2층에 올라가면 더 놀란다. 푹신한 소파형 의자들이 테이블을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널찍널찍한 공간 배치에다 단체로 온 손님들이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별실도 2개나 갖추고 있다.

롯데리아의 변신 역시 비단 시청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해 10월 새로운 인테리어로 오픈한 홍대점 또한 변화의 상징으로 꼽힌다. 다이나믹한 실내 디자인과 함께 건물 외관과 실내 조명 모두 색색의 LED조명으로 치장해 종전 이미지와 전혀 다르다.

유리로 덧댄 객장 내부 또한 막 패션잡지에서 나왔을 법한 패션 리더들의 실사 이미지를 살린 그래피티 포인트로 감각적 변신을 꾀했다. 10대와 20대를 겨냥, 젊음의 거리에 맞도록 간단한 식사와 함께 스터디 공간을 원하는 학생들을 위해 젊은 감각으로 꾸민 것. 까페형 매장으로 24시간 운영되고 있다.

최근 새로 꾸민 신림점 또한 역시 카페형 매장으로 새단장됐다.

이러한 패스트 푸드의 이미지 변화가 사실 최근에야 갑자기 시작된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패스트 푸드의 부정적인 보도와 폭로에 시달리던 업계가 수년 전부터 조금씩 변화를 시도해 온 것. 지금의 변화는 눈에 쉽게 띄는 두드러진 현상일 뿐 사실 패스트 푸드의 변화는 2~3년 전부터 태동돼 여전히 연장선상에 있다 해도 틀리지 않다.

맥도날드는 이와 관련, 패스트 푸드의 변화를 가장 먼저 이끌었다는 자부심을 결코 숨기지 않는다. 지난 2004년부터 ‘매장 이미지 변화 (reimaging)’ 에 착수했다는 것. 지금까지 연간 총 40억 원 이상을 투자, 지금까지 50여 개 매장의 내외관 새단장을 완료했다고 맥도날드측은 강조한다.

레이 프롤리(Ray Frawley) 사장이 새로 부임한 맥도날드 코리아 또한 매장을 찾는 고객에게 보다 편안함을 줄 수 있는 공간을 연출한다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젊은이들이 주 고객층인 매장은 활동적이면서 편안한 느낌으로 디자인 하는 등 매장 분위기를 일신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서울 미아점처럼 주요 고객 층이 가족 단위인 매장은 보다 여유로운 자연주의 컨셉과 가족을 위한 공간을 강조했다.

2. 빅 브렉 퍼스트, 3,4. 미숫가루 쉐이크

실내 공간을 컨셉에 따라 분리하는 것도 예전에 찾아 볼 수 없던 모습이다. 한 매장 내에서도 매장 특성에 맞게 패밀리 존 (Family Zone), ‘칠드런 존 (Children Zone)’, ‘패스트 존(Fast Zone)’과 ‘링거링 존 (Lingering Zone)’ 등 최대 4개의 공간으로 분리, 각 공간의 분위기에 변화를 주었다. 한 공간 내에서도 다양한 고객들의 만족감과 편안함을 최대한 높이기 위한 시도다.

여유로움과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테이블 수를 줄이는 대신 테이블 간의 간격을 넓힌 것도 종전과 차이점이다. 가죽 소파나 스톨(팔걸이가 없는 의자) 등 보다 부드러운 소재의 가구를 선택한 것도 안락함이 느껴지도록 하기 위한 배려다.

가격 올리고 질 높인 프리미엄 버거 등 건강메뉴 개발
커피도 고급화… 오곡쉐이크 등 웰빙음료도 선보여
"빼앗긴 고객을 되찾자" 생존을 위한 몸부림

겉모습만 바뀐 것 가지고서 패스트 푸드가 과연 달라졌다고 할 수 있을까? 패스트 푸드 진영에서는 외관이나 실내 공간의 인테리어 못지 않게 내용물, 즉 음식에 대해서도 일신을 꾀하고 있다.

질을 높이는 대신 가격이 비싼 프리미엄 버거를 새롭게 추가하고 고급 에스프레소 커피류 판매를 시작한 것이 대표적 사례. ‘패스트 푸드=정크 푸드(junk food)’라는 종전의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웰빙형 메뉴들을 대거 선보이는 것 또한 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보통 패스트 푸드 매장에서 판매하는 햄버거류는 1,000~3,000원 사이가 주류. 3,000원을 넘고 5,000원 내외까지 받는 햄버거들은 프리미엄 버거로 불린다.

롯데리아 경우 최근 1~2년 새 프리코치즈버거, 한우버거, 파프리카베이컨비프, 텐더그릴 치킨버거 등 프리미엄 버거류만 6가지로 늘어났다. 값은 종전 햄버거들에 비해 비싼 편이지만 건강과 입맛을 생각한 소비자들이 찾는 메뉴라는 것. 한국맥도날드 또한 새로운 베이컨 토마토 디럭스, 빅테이스티 버거 등 다양한 프리미엄 버거를 출시했다.

특히 패스트 푸드의 변신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커피의 업그레이드 현상이다. 한국맥도날드는 이미 2~3년 전부터 이탈리아 프리미엄 커피인 ‘맥도날드 라바짜 커피’를 선보이고 있다.

예전처럼 원두에서 향만 적당히 빼내는 드립 커피가 아닌 것. 유럽 커피 명가로 평가 받는 유명 브랜드의 원두를 사용해 에스프레소, 커피, 카페라떼 및 카푸치노 등 4가지 종류의 향이 깊고 풍부해진 맛을 강조한다.

롯데리아 역시 커피음료 8종, 라떼 3종 등 다양한 고급 프리미엄 커피를 내놓으며 기존 카페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햄버거만 먹는 패스트 푸드점이 아니라 이제는 카페 공간이기도 하다는 강력한 메시지인 것.

특히 이들 패스트 푸드의 커피 메뉴는 가격 면에서 커다란 경쟁력을 내세운다. 보통 2,000~2,600원 내외로 유명 카페들 보다 가격이 절반 수준이라는 것이다.

콜라나 쉐이크 등 당분과 트랜스 지방 등의 함량이 높다고 지적받는 패스트 푸드의 음료 부문의 웰빙 트렌드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맥도날드가 지난해 처음 내놓은 웰빙 메뉴인 ‘오곡 쉐이크’, 롯데리아의 라이스 머핀, 고구마 라떼, 검은 콩 쉐이크 등이 대표적인 사례들. 노화방지 성분이 많고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검은콩을 주재료로 만든 오곡 쉐이크가 찹쌀, 멥쌀, 보리쌀 등 여러 가지 곡류로 만들어져 영양이 풍부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패스트 푸드의 기존 이미지를 뒤엎는다.

롯데리아 역시 고구마라떼와 밤라떼 등 전통을 강조한 메뉴를 비롯, 보리, 현미, 옥수수, 멥쌀, 백태, 밀, 검정깨, 땅콩, 찹쌀, 기장, 쌀보리, 검정콩, 흑미, 율무, 수수, 참깨, 현미쌀눈 등 몸에 좋다는 곡물을 모두 모아 선보인 17곡 라떼가 이제 롯데리아를 대표하는 곡물 제품이라고 당당히 내세운다.

패스트 푸드의 이런 변화 트렌드에 발 맞춰 치킨류의 대표 브랜드인 파파이스 또한 2008년 뉴 컨셉의 전략을 발표했다. 올해부터 신규로 오픈하는 점포부터 새로운 인테리어를 적용, 고객들에게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지에서다.

파파이스는 우선 고객들에게 편리함과 안락함을 줄 수 있는 최적의 분위기와 또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조명, 가구 등 전면적인 변화를 주는 인테리어 리뉴얼 계획을 수립했다.

고객들이 찾아 왔을 때 단순한 제품구매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고 분위기를 즐기고 즐거움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식문화 창조를 구현하겠다는 것. 패스트푸드-> 슬로우푸드, 즉 빨리먹고 빨리가는 편리성 위주에서 편안하고 안락한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는 공간창출로의 대전환이다.

기존의 패스트푸드 매장들의 인테리어 형태는 매출증진에만 포커스를 두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하게 고객들이 빨리 먹고 나갈수 있도록 테이블 회전이 원활하게 되도록 하는 것만이 ‘지상과제’였던 것.

조용문 홍보팀장은 “점포마다 획일적이고 단순한 인테리어 시스템을 적용, 고객들을 배려하는 인테리어에 상당히 인색한 경향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기존 패스트 푸드점들의 변화 요소가 생기고 있고 고객들의 눈높이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당히 수준이 향상돼 컨셉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됐다”고 밝혔다.

파파이스 역시 콘텐츠 면에서 2008년초부터 트랜스지방 제로, 시푸드 제품개발, 카페형 프리미엄 커피, 샐러드 제품 다양화, 가공육에서 신선육 위주의 직접 조리제품으로 전환, ‘식사’ 개념의 아침메뉴 판매, 탄산음료 대신 천연 과일 음료로 다양화 하는 등 혁신을 선언했다.

롯데리아 이장묵 마케팅팀장은 “패스트 푸드 업체들이 지난 수년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고객들이 새로 찾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비단 국내에서 뿐 아니라 미국 등 글로벌 차원에서 패스트 푸드의 이런 자구 노력이 이제는 조금씩 빛을 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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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