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크라제 서울 청담동 옆 건물서 상반된 컨셉트로 자존심 대결

웰빙 바람 등의 영향으로 그동안 패스트 푸드(Fast food)가 곤경을 겪어 왔다면 상대적으로 빛을 발한 것은 슬로 푸드(Slow food), 즉 슬로 버거(Slow berger)다. 그다지 빠르지는 않지만 고품질의 햄버거를 맛있게 맛보고 싶다는 열망이 소비자들에게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청담동 도산대로변. 전세계 패스트 푸드의 대표 주자격인 맥도날드 매장 바로 옆에 ‘크라제 버거’가 붙어 있다. 이 곳은 맥도날드 청담점. 맥도날드 매장 중에서도 브랜드를 대표하는 가장 상징적인 점포이기도 하다.

그런데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것 또한 햄버거 매장? 다름 아닌 슬로 버거의 대명사인 ‘크라제 버거’다. 상반된 컨셉의 햄버거 브랜드 2개가 왜 하필 바로 옆에 붙어 있을까? 신경 쓰일 만도 한데….

“처음 이 곳에 자리를 잡을 때 (맥도날드 측의) 방해 공작(?)이 적지 않았습니다.” 크라제 버거 직원들 사이에 지금도 돌고 있는 추억담 중 하나. 크라제가 이 곳에 둥지를 튼 것은 지난 2005년 6월. 길 건너편 유시어터 2층에 있던 점포를 이리로 옮겨 왔다.

“실내 공사를 하는데 협조도 잘 안되고 직원들 사이에 심지어 ‘금 긋기’를 하고 이 선을 넘어 오면 안된다는 압력(?)도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지금 확인할 길은 없는 얘기다.

“전세계 최고의 패스트 푸드 브랜드인 맥도날드와 정면 대결을 펼치고 싶었습니다. 맛대 맛으로 한 마디로 ‘맞짱’을 떠 보고 싶었던 거죠.” 크라제 버거의 김은경 본부장은 “일부러 이 빌딩을 골라 매장을 열어 고객들에게 브랜드 네임을 각인 시키고 싶었다”고 말한다.

두 브랜드가 한 장소에서 패스트 버거와 슬로 버거로 대결을 펼치고 있다.

국내 토종 브랜드인 크라제 버거와 해외 유명 브랜드인 맥도날드의 ‘청담 결투’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딱히 승자와 패자로 나뉜다기 보다는 양 측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판단. 크라제 버거측은 “빌딩 앞에 늘어선 외제 고급 승용차들이 프리미엄급 슬로 햄버거를 찾는 고객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한다.

실제 햄버거의 스타일에서 양 측은 여전히 극과 극이다. 맥도날드는 여전히 빠른 패스트 햄버거를 내고 있지만 크라제 버거는 주문 후에야 조리에 들어가고 후레쉬한 햄버거를 내놓는 것이 큰 차이점. 크라제 버거측은 자신들이 이 곳에 들어서고 공교롭게도 맥도날드 청담점도 대대적 리뉴얼 공사를 펼쳤다는 점을 지적한다.

“크라제 버거가 오픈 한 후 맥도날드 본사 임직원들도 다녀갔어요. 직접 음식을 시켜 맛을 보고 비교도 했습니다.”

국내 햄버거 시장에서 프리미엄급 버거 규모는 대략 1.5% 내외. 아직도 고급 식재료로 정성들여 즉석에서 만든 슬로 버거 시장이 늘어날 여지는 충분하다는 것이 시장의 전망이다.

“크라제와 맥도날드, 누가 이겼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적어도 햄버거에 대한 인식의 저변을 소비자들에게 넓혔다는데 양 진영간 대결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패스트 푸드는 또 한편으로 슬로 버거의 공격에서 여전히 자유롭지는 않은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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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