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하는 남편 3인방의 '외조' 노하우

강상구
씨- 가사분담은 당연한 일… 당당히 육아휴직
이 활씨- 아빠와 아이가 친해지면 가정 화목해져
씨- '집안일로 나만 희생한다' 편견을 버려라

남성우월주의 문화에서 자란 우리 사회 대부분의 남성들은 아내를 내조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다. 그런데도 열부들은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아내 내조를 잘 하고 있을까? 아내를 내조하는 남편들에게 노하우를 들어본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아내를 위해 1년간 육아휴직을 내고 전업주부생활을 했던 (37ㆍ민노당 교육국장) 씨.

그는 남자는 밥벌이의 주역이고, 가사와 육아는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한다.

여자도 남자만큼, 혹 경우에 따라서는 남자 이상으로 자아실현욕구가 강한데 이를 억누르게 하면 큰일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강 씨는 실제 애를 키우다 우울증에 걸린 엄마들이 생각보다 정말 많다고 하면서 깊은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민노당은 매우 진보 정당인데도 불구하고 남편이 육아휴직을 신청한 경우는 제가 유일했어요. 처음 육아휴직계를 내겠다고 하자 다들 이상한 눈초리로 보더군요. 전혀 이상할 게 없는데 말이죠. 그러니 일반 직장에서야 오죽 하겠어요. 변해야 합니다.”

강 씨는 맞벌이 부부의 경우 특히, 남편이 아내와 육아의 짐을 동등하게 나눠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아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남편이 경제생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라도, 이를 핑계로 아내에게 전적으로 육아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된다며 남편의 육아휴직을 적극 권유한다.

그는 남편의 수입이 부인보다 많은 경우라면, 출산 전 저축을 해두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실제 강 씨 부부는 출산 1년 전부터 육아휴직 기간을 대비해 저축을 들어뒀다.

그는 전업주부생활의 경험을 토대로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365일: 대한민국에서 초보아빠로 유쾌하게 사는 법>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많은 아빠들과 가사노동의 분담에 대한 생각과 육아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서다.

전공의 과정을 밟는 아내를 위해 몇 년 동안 내조를 해온 (38ㆍ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씨.

그는 아직도 대부분의 남편들은 아내에게 내조 받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며, 이를 자제할 것을 당부한다. 이 교수는 아빠가 하루 한 두시간의 노력만으로도 육아에 대한 아내의 부담을 훨씬 덜어줄 수 있다고 말한다.

“남자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육아가 힘든 일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둘 다 직장생활을 하는 우리 부부의 경우, 부모님과 일하는 아주머니가 집안일과 아이들 돌보는 일은 해주셨어요. 하지만 바쁜 아내를 대신해 아이들과 놀아주고, 신경을 써 주는 일은 제 몫이었죠. 아내보다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저는 귀가해 TV 보는 시간을 없애고, 아이들과 매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이들 유치원 행사를 챙기는 것도 제 역할 중 하나였고요.”

그는 “아내를 내조하는 것이 남편 본인의 사회적 성취를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남자들이 꽤 많다”며 “이 경우 가정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기반이라는 가치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가부장적 문화에서 아버지는 아이들의 잘못된 점을 바로 잡아주는 등 엄격한 역할을 했으나, 직장생활을 하는 엄마를 대신해 아이들과 함께 있어 주는 요즘의 아버지는 자상한 역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네 자녀를 두고 부장검사 아내를 외조하는 (42ㆍ법무법인 한승 변호사) 씨.

임씨는 아내의 사회활동을 도와주는 것이 남편에게도 매우 가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모든 남편들이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직장생활을 하는 아내를 둔 남편들은 아내 때문에 자신이 희생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아내가 사회생활을 하는 것은 가치 있는 활동이고, 남편의 자기성장에도 큰 자극제가 되기 때문이죠. 이렇게 생각하면 아내가 자기계발에 소홀하지 않도록 그리고 바깥일을 성공적으로 하도록 남편이 돕는 것이 당연해집니다.”

양육을 시부모에게 맡긴다면 시부모가 아내의 사회생활을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 한가지, 임 씨는 양육 때문에 시부모와 함께 살게 되면 남편이 아내와 시부모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가부장적인 사고와 생활에 익숙한 부모세대에게 지나치게 현대적인 사고방식을 고집하다 보면 마찰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내가 직장생활을 한다고 해서 제가 밥짓기와 설거지 같은 가사업무를 아내와 나눠 하지는 않아요. 저희는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데, 남자가 살림살이 하는 모습은 어머니 세대에겐 이해하기 힘든 모습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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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활
임정수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