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부담은 아직도 무거운 짐… 제도적 지원으로 고급 여성인력 활용해야

전업남편인 오성근씨가 제주도 서귀포시 대포동 자신의 집에서 공부하는 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왕태석기자
직장일과 가정의 양립 문제로 여성의 사회진출 꿈이 좌절되는 것은 비단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불행한 일이다. 우수한 여성인력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것이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노동부가 발표한 여성고용촉진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영국, 스웨덴,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의 경우 국민소득 2만 달러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여성고용률이 크게 증가한 것이 공통적이 특징이다. 여성의 활발한 노동시장 진출이 국가경제발전의 엔진이라는 방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도 요원한 상태다. 뛰어난 성취욕과 능력을 가진 ‘알파걸’들이 자라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사회진출과 성공의 목전에서 좌절하는 여성들이 비일비재하다.

사회제도적 환경이 미흡한데다 결혼과 출산으로 인한 육아와 가사노동의 부담이 여성의 사회활동에 발목을 잡고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출산·육아기에 일과 가정을 병행하지 못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의 ‘경력단절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예전에 비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크게 높아졌으나 출산과 보육은 아직도 여성의 몫으로 인식되고 있는 경향이 있어 많은 여성들은 일과 가정 중 하나를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여성이 한창 일해야 할 직장을 중도에 그만두어야 하는 안타까운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이 발표한 '서울 여성의 성인지 지표'에 따르면 경제활동을 중단한 여성의 53.3%가 출산 및 육아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들 중 직장을 그만둔 20~30대 여성의 70%는 보육문제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20~30대에 출산과 보육으로 인해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고학력 여성의 상당수는 노동시장 재진입을 포기해 많은 여성 고급인력이 사장되고 있는 실정이다.

리서치 회사 엠브레인이 지난 2006년 1명 이상의 자녀를 둔 기혼남녀 49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경제활동을 중단하는 여성의 53.3%가 출산 및 육아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여성 10명 중 7명이 자녀 양육을 위해 직장생활을 그만두어야겠다는 생각을 “자주”(14.4%) 또는 “종종”(59.9%)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직장여성이 가사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을 나타내는 증거다.

이 조사에서는 또한 직장여성은 남성에 비해 상당히 많은 부분의 가사일을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업주부의 남편과 자녀양육이나 집안살림 등의 가사분담 비율은 전업주부 자신 82.0%, 남편 18.0%였고, 직장여성은 본인 74.8%, 남편 25.2%였다. 직장여성은 전업주부에 비해 가사분담 비율이 7%포인트 정도 낮기는 했지만, 남성에 비해 상당히 많은 부분의 가사일을 책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직장과 가정 사이에서 고민하는 대졸이상 고학력 여성의 경우 심각한 우울증에 빠지고 가정불화로 이어지는 사례를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목격하게 된다. 이로 인해 여성들이 아예 출산을 기피해 저출산 문제도 심화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정부가 나서서 출산·보육기 여성의 노동시장 이탈방지를 위해 ‘일과 가정이 조화를 이루는 고용환경’ 조성에 관심과 힘을 쏟고 있다. 노동부는 올해부터 ‘일과 가정의 양립지원법’을 시행해 여성의 경제활동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 여성이 처한 제도적 지원환경은 선진국들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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