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플래그십 스토어 밀집한 청담동서 벗어나 도산공원 앞에 새둥지원스톱 쇼핑 가능한 6층짜리 복합문화공간서 백화점과 다른 신시장 개척

메종 에르메스 박물관
화려한 이미지의 명품 숍들이 줄지어 늘어선 서울 청담동 명품 거리.

주요 명품 업체들이 브랜드와 제품들을 효과적으로 판매ㆍ홍보하기 위해 차려 놓은 일명 플래그십 스토어(Flagship store)들이다.

겉모습 만으로도 ‘럭셔리’하고 웬지 값 비싸보이기만 한 이들 플래그십 스토어의 속사정도 화려하기만 할까?

“아마 청담동 명품거리에서 수익을 남기는 명품 브랜드를 찾아 보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있다손 치더라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 아닐까 싶은데요.” 명품 업계 내부 흐름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이들 매장에서 매출이 많이 일어나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전한다.

실제 플래그십 스토어는 명품 업체들이 브랜드 홍보와 이미지 구축을 위해 세운 매장으로 봐도 과언이 아니다. 여러 명품브랜드들이 모여 있는 고급스런 이미지의 거리에 같이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것만으로도 적잖은 마케팅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

이에 대해 명품업계에서도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이윤을 남기기 위해 운영하진 않는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이것저것 간접 비용 등까지 감안하면 손실이 수익 보다 큰 경우가 많지만 이미지 차원에서라도 플래그십 스토어를 포기할 수도 없다는 것.

대신 국내의 명품업체들은 대부분의 수익을 백화점 매장에서 가져간다. 자체 매장에서 어느 정도 손실이 있더라도 백화점을 찾는 고객들이 명품을 사주는 수입으로 손실을 보전할 수 있어서다.

명품 판매 실적에서 백화점 매장이 브랜드 단일 매장 보다 더 앞서는 것은 우연한 현상은 아니다. 막강한 자본력과 풍부한 기반시설을 갖춘 백화점의 마케팅과 고객관리 능력은 기본. 또 백화점이라는 한 공간에서 명품 뿐 아니라 다른 상품군들까지 쇼핑할 수 있고 또 음식과 문화 등 지원시설도 넉넉하기 때문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한 점포를 들르는 것 보다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할 수 밖에 없다. 한 마디로 백화점이 명품 소비자에게 복합문화공간 역할까지 해 줄 수 있어서다.

때문에 국내 명품 시장에서 에르메스의 ‘독자’ 행보는 눈길을 끈다. 여러 플래그십 스토어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 아닌 도산공원 정문 앞 ‘새로운’ 거리에 둥지를 틀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나홀로’(스탠드 얼론ㆍStand alone) 스토어인 셈.

하지만 에르메스의 이런 결단에는 나름대로의 자신감을 깔고 있다. 비록 ‘떨어져 있긴 하지만’ 자체 매장만으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년 전 문을 연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는 6층 건물로 지하 1층에 ‘마당’ 북 까페와 프로므나드 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매장 또한 1, 2층 2개층에 걸쳐 여성과 남성의류는 물론, 가방, 넥타이, 스카프, 향수, 생활용품, 식기 등 액세서리 까지 다양한 상품군을 구비해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3층에는 아뜰리에 에르메스(Atelier Hermes)로 현대 미술 전용 공간이, 4층에는 프레스쇼룸과 가죽과 시계 작업실 및 AS 센터가 들어서 있다. 한 마디로 백화점처럼 하나의 복합문화생활공간을 갖춘 셈이다.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가 들어서면서 주변 거리도 청담동의 트렌디한 패션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인근 레스토랑들도 활기를 띠고 있고 정윤기 스타일리스트의 멀티 안경샵 Wave 및 호림 갤러리도 오픈 예정이다. 인근 부동산에서는 “명품업체, 뷰티 샵, 까페 & 레스토랑 등 각종 업계에서 자리를 알아봐 달라고 했는데 나온 물건이 없을 정도로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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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 에르메스 매장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