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친박계, 탈당·무소속 출마 등 집단 행동할 듯민주당 희생양은 단식투쟁·재심의 요청 등 개인플레이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이 14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탈당 기자회견 중 눈물을 보이고 있다. 김무성 의원은 이번 공천과 관련 "다른 당은 감동공천을 하는데 한나라당은 감정공천을 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의 파격적인 공천으로 현역 의원들이 대거 탈락하면서 이들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천 탈락자들은 기존 당 간판을 걸 수 없게 됐지만 그들의 정치적 비중이나 영향력까지 완전히 소진된 것은 아니다.

인물에 따라서는 공천후보를 추월, 4월 총선에서 금배지를 달 수도 있다. 그래서 공천 탈락자의 행보는 4월 총선은 물론, 이후의 정치지형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은 대체로 심사결과에 불만을 제기하며 공심위에 재심 요청하거나 무소속 출마, 또는 신당을 창당해 출마하거나 아예 말을 갈아타고 총선에 나서려는 등 다양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공천 탈락 후 가장 조직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계 의원 진영이다.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계 핵심 의원들은 탈당, 독자 출마를 강행해 `무소속 연대'를 구성하거나 신당을 창당하려는 등 조직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친박계 좌장인 김무성 의원은 탈락 다음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신의 공천탈락에 대해 "당권 장악의 걸림돌이기 때문에 제거된 것으로 명백한 보복정치"라고 규정하고 탈당과 함께 무소속 출마를 시사했다. 탈락한 유기준 의원도 “재심을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며 무소속 출마의 뜻을 나타냈다.

친박계 탈락 의원들은 탈당 후 무소속으로 ‘개인플레이’를 할지, 아니면 무소속 연대를 만들지, 군소정당과 함께 간판을 바꿔 신당창당을 하거나 자유선진당으로 합류해 출마하는 등 다양한 선택을 모색하고 있다.

1차 공천에서 탈락한 4선의 이규택 의원은 탈당을 선언한 후 무소속출마, 신당창당, 다른 정당 입당 등 여러 가능성을 놓고 고심하다 한나라당 탈락 의원을 중심으로 ‘신당창당’을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13일 공천에서 대거 탈락한 친박계 의원들의 탈당이 이어지고 있어 신당창당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창당은 무리가 있어 이미 정당 등록을 한 가칭 ‘선진미래연합’과 신당을 창당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선 때 박근혜 캠프에서 고문을 맡았던 서청원 전 대표는 14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어저께 모인 열댓명 의원들은 우리가 신당을 하나 만들어서 박근혜 대표 5년 후에 밭을 갈자, 그런 식으로 대충 얘기들이 모아진 것 같다”고 회동 결과를 전했다.

한편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의 ‘보석줍기’ 발언 이후 탈락자들의 선진당행 가능성도 점쳐진다. 대구 지역구에서 떨어진 이 모 씨는 “선진당 추가공천접수가 끝난 상황에서 또 기웃거리긴 뭣하다”면서도 “선진당 측에서 전략공천 여부에 대해 연락해 온다면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탈락 의원들의 행보에 박근혜 전 대표가 어떤 형태로든 힘을 실어줄 경우 이번 총선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11일 서울 당산동 통합민주당 당사에서 김민석 전 의원이 공천 관련 입장을 밝힌 후 공천심사위원장실에서 단식 농성 중인설훈 전 의원을 찾아 위로하고있다./ 오대근기자

친박계의 선택에 중요한 바로미터는 박근혜 전 대표의 행보다. 박 전 대표가 탈당 등 초강수를 둔다면 한나라당은 분당으로 치달으며 총선판도는 안개속에 잠기게 된다. 탈당이 아니더라도 공천문제점을 지적하며 총선지원을 하지 않거나, 불출마를 선언할 경우에도 한나라당의 과반 의석 확보는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

한편 친이계 탈락한 의원들의 행보도 관심대상이다. 대다수는 충격속에 장고를 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현역의원은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원복(인천 .남동을) 의원은 공천에서 탈락되자 강한 불만과 함께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으며, 나경원 대변인의 전략공천으로 서울 중구에서 밀려난 박성범 의원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민주당에도 거센 공천 폭풍이 몰아치면서 현역 의원들이 상다수 탈락했다. 그러나 이들의 행보는 한나라당 공천 탈락자들과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탈락 의원들이 무소속 연대, 신당 창당 등 집단 대응을 준비하는데 반해 민주당 탈락자들은 개인플레이로 맞서고 있는 양상이다.

첫 단계는 공심위의 재의신청. 박재승 공심위원장이 공천배제 대상으로 지목한 김민석 최고위원, 이호웅ㆍ설훈 전 의원등은 공개토론을 제의하며 소명서를 제출했으나 공심위 측은 묵묵부답이다. 민주당 송영길, 한광원, 문병호 의원 및 소속 인천광역시당 위원장 등 8인은 당 대표와 공심위에 이호웅 전 의원을 구명키 위한 탄원서를 같은 날 전달하기도 했다.

현역 의원 중 유일하게 1차 공천명단에서 빠진 장복심 의원 역시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적으로 박재승 위원장에게 재심청구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공천배제대상자 중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의 경우는 주변인사들이 그의 구제를 위해 팔을 걷어붙인 모양새다. 이 전 장관은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선대위 총무본부장직을 맡던 중 대선자금 불법수수 사건에 연루됐던 전력이 공천심사에서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그가 받았던 돈은 개인유용이 아닌 전액 선거자금으로 쓰인 것으로 확인 되면서 당시 선대위에서 이 전 장관과 함께 활약했던 김원기, 김근태, 정세균, 신기남, 이해찬, 장영달, 정동영, 정대철 의원 등당 핵심 인사들이 공심위에 이러한 내용을 담은 탄원서를 제출한 상태다.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이인제 의원이 14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2차 공천결과 탈락한 이인제 의원 역시 “이번 공천 탈락에 대해 재의를 요청하고 수용되지 않으면 당에서 축출된 것으로 받아들여, 유권자 뜻에 따라 앞으로 행보를 결정하겠다”고 밝혀 공심위 재의를 요청했다.

탈락자들의 행보 두 번째 단계는 탈당 후 무소속 출마다. 이인제 의원은 “여론조사에서 앞섰고, 옛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자신을 탈락시킨 것은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하며 “당이 정의로운 결정을 내려줄 것을 기다리겠다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홀로설 수 밖에 없다”고 말해 무소속 출마를 강하게 시사했다.

전남 공천에서 떨어진 이상열, 신중식, 채일병, 김홍업 의원 등 구민주당 탈당파 의원들도 13일 저녁 긴급회동을 갖고 집단행동에 나설 태세에 돌입했다. 이상열 의원은 “재심신청은 해 봐야 똑같은 결과가 나올 테니 별로 생각을 안 하고 있다”고 말해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연대 출마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음을 내비쳤다.

서울 송파병에서 탈락한 이근식 의원은 “이런 정당에 몸담았다는 게 부끄럽다”고 말해 역시 탈당 뒤 무소속 출마를 강하게 시사하는 등 비호남권 탈락자들의 탈당도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민주당 공천심사배제에 이의신청을 냈던 안희정 씨는 13일 이의신청을 철회하며 공심위 결과에 승복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