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풍의 위력·용들의 눈물·돌아온 장고·충청당은 핵심 키워드

‘박풍(朴風)’‘용의 눈물’‘돌아온 장고’‘충청당’….

정치판에서 흘러 간 ‘옛노래’가 리바이벌됐다. 그 노래는 18대 총선을 명징하게 상징하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9일 실시된 18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전체의석 299석 가운데 과반을 넘는 153석(지역구 131석, 비례 22석)을 확보, 여대야소(與大野小) 구도를 갖췄다.

통합민주당은 개헌저지선(100석)에 못미치는 81석(지역구 66석, 비례 15석)을 차지했고, 자유선진당은 원내교섭단체 구성(20석)에 근접한 18석(지역구14석, 비례 4석)을 얻었다. 친박연대는 박근혜 후광에 힘입어 14석(지역구 6석, 비례 8석)을 확보했고 무소속도 25명의 당선자를 내는 돌풍을 일으켰다.

반면 진보진영은 후퇴했다. 민주노동당은 5석(지역구 2석, 비례 3석)을 차지하는데 그쳤고 진보신당은 한 석도 얻지 못했다. 문국현 대표의 창조한국당은 3석(지역구 1석, 비례 2석)을 차지했다.

한나라당은 거대 여당이 되면서 명실공히‘이명박당’으로 탈바꿈했다. 153명 당선자 가운데 110명 가량이 친이(親李, 친이명박) 인사들로 채워졌다. 지역구 당선자 중 90명 가량이, 비례대표 22명 중엔 무려 21명이 친이계다. 홍사덕ㆍ서청원 등 친박 거물들의 생환은 초선 일색인 친이측을 압도할만하다.

하지만 ‘박근혜의 힘’을 여실히 보여준 이번 총선의 함의는 이명박당으로 변신한 한나라당에 큰 부담이자 내홍의 불씨로 잠재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친박(親朴, 친박근혜) 인사는 한나라당 당선자 34명을 포함해 친박연대 14명, 친박 무소속 11명 등 모두 60명 가까이 된다. 친박계 만으로도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20셕)을 훌쩍 뛰어넘는 것은 물론 통합민주당에 이어 제3당의 위상을 차지할 수 있는 규모다.

한나라당은 벌써부터 친박 인사들의 복당 문제로 시끄럽다. 한나라당의 주류가 된 친이측은 “복당은 있을 수 없다”고 방어벽을 치는데 반해 당 안팎의 친박측은 “복당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입장이다. 당선자 수로 보면 친이의 방어벽이 높아 보이지만 이명박 정부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과반을 겨우 넘기는 의석으로는 한계가 있다. 친박측의 협력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한나라당의 당권을 놓고 조만간 친이-친박 측간에 전선이 형성될 전망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출마 여부와 친이측 대표주자로 누가 나설 것인가가 최대 관심사다.

친박측은 박 전 대표의 출마를 종용하고 있고, 친이측은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이 총선에서 낙마한데다 친이계 핵심인 이방호ㆍ정종복ㆍ박형준 의원 등도 총선에서 패해 구심점이 사라져 6선인 정몽준 의원을 대안으로 거론하거나 집단지도체제를 모색하려 한다.

박 전 대표의 당권 도전 결과에 따라 한나라당의 역학구도는 대변화가 불가피하고 차기 대권 지형의 밑그림, 그리고 이명박 정부와의 관계설정도 좌우된다. 박 전 대표의 행보가 18대 정국의 초미의 관심사다.

통합민주당의 사정은 절박하다. 81석으로 일단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당의 중추가 대부분 총선에서 낙마해 대여 투쟁력이 크게 약화됐다. 2010년 지방선거와 차기 대권을 주도할 동력을 상당 부분 상실했다.

정동영ㆍ손학규ㆍ유시민ㆍ한명숙ㆍ신기남 의원 등 2007년 대선에 나섰던 인사들이 모두 고배를 마셨고 당의장을 지낸 김근태 의원을 비롯, 김덕규ㆍ장영달 의원 등 중진들이 패배했다. 81명의 당선자가 한나라당보다 복잡한 여러 계파로 나뉘는 것도 민주당의 힘을 결집하는데 걸림돌이다.

앞으로 민주당은 4ㆍ9 총선에서 생환한 중진을 중심으로 틀이 갖춰지고 대여 행보가 좌우될 전망이다. 당 간판으로는 4선의 정세균ㆍ천정배 의원, 3선의 추미애 당선자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회창 총재가 이끌고 있는 자유선진당은 충청지역 선거구 24곳 중 14곳에서 승리함으로써 충청권 맹주로 자리잡았다. 뿐만 아니라 비례대표 5석을 포함해 전체 18석으로 2석을 확보하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

자유선진당은 보수성향의 친박연대, 무소속 당선자들을 영입해 20석 이상의 안정된 교섭단체 구성을 시도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에서 절대 안정의 과반 의석 확보를 위해 선진당 당선자 영입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정가에선 ‘선진당발(發)’ 정계개편론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총선을 앞두고 진보진영 스타였던 노회찬ㆍ심상정 의원이 탈당해 진보신당을만들어 17대 총선에 비해 전력이 약화됐지만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 권영길 의원이 재선에 당선되고 강기갑 의원(경남 사천)이 한나라당 친이 실세인 이방호 의원을 누르는 대이변을 일으켰고 비례대표 4석까지 포함해 6석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창조한국당은 문국현 대표(서울 은평을)가 현 정부 실세인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을 누르며 정치적 위상을 과시했다. 당의 행보에 따라 야권의 대안으로 뜰 수도 있지만 ‘문국현 1인 정당’의 한계를 극복하는 게 관건으로 지적되고 있다.

무소속 25명 당선자는 친박(11명) 인사나 친통합미민주당(6명) 성향의 당선자를 제외한 나머지 8명의 당선자의 거취가 관심사다. 이미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은 각각 안정된 과반의석 확보와 교섭단체 구성을 위해 영입경쟁에 돌입했다.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 의원들도 세확대를 위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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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