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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폐교의 부활] 삭막했던 공간에 활기가 솟구치다
문화 체험·복지·체육 시설로 새 단장… 공장 변신으로 지역경제 발전에도 한몫
전국 초등학교 3개 중 1개 꼴로 문 닫아… 영남·충청에 집중
모범적인 폐교 재활용률 10%도 못미쳐… 합리성 추구해야







2명의 졸업생이 단상 위에 서 있다. 올해 ‘마지막 졸업식’을 치른 파주시 군내면 백연리 군내초등학교. 1911년 설립된 학교는 한국전쟁기간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70회 졸업생을 배출했지만 경기도 교육청과 파주 교육청의 소규모 학교 통·폐합 방침에 따라 오는 8월 말 폐교가 예정됐다.

학생 16명과 교직원 12명이 전부, 매년 학교 부지 임대료로만 700만원이 든다는 것이 폐교 방침의 이유다. 100년의 역사를 담고 있는 마을의 구심점은 이제 사라질 날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급격한 산업화, 도시화로 농어촌 인구가 감소하면서 학교들이 하나 둘씩 문을 닫고 있다. 현재 운영이 제대로 되고 있는 초등학교는 전국적으로 9,174개 정도.

하지만 지난해 말까지 폐교된 초등학교 수를 헤아려 보면 전체의 31.9%로 2,928개교가량이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3개교 중 1개교 꼴로 문을 닫은 셈이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 중학교 76곳, 고등학교 12곳이 폐교된 데 비하면 확연하게 높은 수치다.

지방 농어촌으로 갈수록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초등학교 폐교현상은 특히 충청도와 경상도 지역에 집중돼 있다.

지역별로는 경상도가 1,048개교로 가장 높은 폐교율을 보이고 있고, 충청도 449개교, 전라도 304개교, 강원도 388개교, 경기도 101개교, 제주도 21개교, 서울 1개교 등의 순으로 초등학교가 사라졌다.

나아가 충북, 경북 등의 군지역은 향후 10년간 초등학생 수가 50%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더욱이 이제는 도시지역도 공동화 현상과 출산율 저하 등으로 인해 폐교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교육과학기술부 지방교육재정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앞으로 600개교 정도가 다른 학교로 통폐합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폐교 여부는 지방 교육청과 지역 주민들이 협의해 결정하게 된다”며 “앞으로 인구감소 등에 따라 폐교가 늘어날 수밖에 없지만 정책적 판단에 따라 그 규모는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문을 닫은 학교는 다양한 용도로 재사용,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교육부 측 폐교재산 활용 현황에 따르면 매각 처리된 폐교는 832개교로, 대부 850개교, 자체활용 139개교, 지역주민에 반환.교환 32개교, 철거 6개교, 나머지 559개교는 아직 활용되기 이전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된 폐교들은 주로 대안학교나 특수학교, 학습장, 수련원 같은 제2의 교육시설로 재탄생 하거나 미술관, 박물관, 공연장, 창작촌 등의 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일반적이다.

그밖에 마을회관, 유아원, 노인정, 요양원과 같은 복지.복리시설로 사용되는 폐교들도 있고, 축사나 목초지, 농산물가공 등의 생산시설이 들어서는 경우도 있다.

반면 적지 않은 폐교들이 문을 닫은 지 수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학교는 향후 매각이나 대부 등의 계획만 예정돼 있을 뿐 가시적인 진척사항은 없는 상태로 사실상 사람들의 접근이 거의 불가능한 산간벽지나 낙도에 위치한 폐교들이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그 외 지역주민에 반환.교환하는 폐교들은 학교를 처음 설립할 당시 지역 주민들로부터 부지를 기부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

90년대초반부터 대두된 초등학교의 폐교화가 계속된 지도 벌써 20년 정도가 지났다.

그 사이 우후죽순 늘어난 폐교들. 교육부는 보다 정확한 실태 파악을 위해 2006년 전국에 걸쳐 대대적으로 폐교 현황을 조사했고, 활용이 잘 되고 있는 폐교사례를 발표했다. 이는 크게 소득증대시설, 문화예술체험시설, 복지시설, 체육시설 4가지 기준으로 나뉘어 진행이 됐다.

충북 영동군에 위치한 화곡초등학교는 2001년 폐교가 된 후 개인사업자가 임대해 농산물 가공공장으로 활용 중이다. 포도가공 공장시설로 주로 포도주와 포도즙을 생산하면서 영동 지역 이미지제고와 경제활성화에 기여한 바가 커 활용우수폐교로 지정됐다.

또한 1999년 폐교된 충북 음성군의 생극초등학교 오생분교는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 농.축산물 직거래를 통해 음성군 경제를 살리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더욱이 오생분교는 친환경 체험 프로그램과 교육장 운영 등 관련 프로그램을 추가함으로써 연간 20,000명 이상의 방문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 외에도 경북 칠곡 기산초등학교는 전통예술문화체험장으로 칠곡교육청에서 자체활용하고 있는 폐교다. 경북과학대학과 교류협약을 맺고 도예, 염색공예, 탁본, 민속놀이, 전통음식 만들기 등 다양한 전통문화체험활동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연간 30,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 곳을 방문, 문화예술 체험시설로서의 활용도가 높아 활용우수폐교로 꼽혔다.

흉물스럽게 방치되던 폐교가 누구나 한번쯤 가보고 싶어 하는 갤러리로 변신한 사례도 있다.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의 삼달초등학교를 가꿔 만든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이 바로 그 곳. 김영갑 갤러리는 20여 년간 제주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온 사진작가 고 김영갑씨의 혼이 담긴 공간으로 작가가 생전에 담아낸 제주의 풍경과 제주의 향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지난 2002년 문을 연 이 갤러리는 연간 3만 여 명 이상이 찾을 정도로 명소가 됐다.

마을 주민들의 복지향상을 위한 시설로도 폐교는 유용하게 쓰인다. 전남 나주 노안초등학교 유곡분교는 2004년 문을 닫을 뒤 교실을 거실 및 병실로 개조해 나주시 독거.치매 노인을 위한 노인요양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편 지역주민의 건전한 여가와 건강증진에 일조하고 있는 제주 북제주군 판포초등학교는 지역주민체육대회를 비롯해 조기축구회, 게이트볼장으로도 활용되며 마을 공동체의 화합과 친목 도모에 기여하고 있어 활용우수폐교로 선정됐다. 충남 공주시 송선초등학교 역시 전면 보수와 개축 후 수영장, 기초체력단련장, 체험학습장으로 탈바꿈함으로써 스포츠체험학습장의 모범사례로 손꼽히고 있는 폐교다.

그러나 이들 경우는 전체 활용 중인 폐교의 10%에도 못 미치는 부분에 해당한다. 활용되고 있는 폐교들 1,000여 개교 가운데 상당수는 활용과정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문제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활용우수평가를 받은 폐교들 조차도 운영 상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지금도 문을 닫는 학교가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럴수록 새롭게 변신, 부활하는 폐교가 더욱 요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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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8/04/29 10:50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
사진 임재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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