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싸고 서비스 확대된 풀브라우징, 이동통신 패러다임 바꿔영상통화 이어 새로운 킬러 애플리케이션으로 급부상 전망선발주자 LGT '오즈' 한달만에 가입자 10만 명 돌파SKT 맞불 광고로 대응… KTF도 서둘러 서비스 개시

#TV광고 장면 1: 책상 위에 PC가 한 대 놓여 있다. 화면에는 구글 웹사이트가 떠 있다. 그런데 손으로 화면 위를 몇 번 휘저으니 구글 웹사이트가 손 안으로 쑥 빨려 들어간다. 마치 진공청소기처럼. 곧바로 “구글, 어디 갔을까”라는 내레이션이 나오더니 손 안의 휴대폰 화면 속에 구글이 고스란히 옮겨져 있다. 이어지는 내레이션. “PC 화면 그대로 구글을 손에 넣은 힘. 오즈는 나의 힘.”

#TV광고 장면 2: 책꽂이에 책 대신 휴대폰이 가득 채워져 있다. 이어 흥겨운 노래가 흘러나온다. 가수 김건모의 이른바 ‘되고 송’이다. 노래가 한 소절씩 나올 때마다 휴대폰도 하나씩 등장해 화면을 보여준다. 화면에는 PC에서나 볼 수 있는 기능이 그대로 구현되고 있다. 김건모가 흥얼거리는 내용 그대로다. “휴대폰 열면 이메일 되고, 휴대폰 열면 첨부파일 되고, 컴퓨터 할 일 대신 해주면 되고, 인터넷 생각대로 하면 되고~.” 마지막을 장식하는 짧은 내레이션은 “생각대로 T.”

요즘 TV를 시청하다 보면 유독 두 회사의 새로운 광고와 수시로 마주치게 된다. 게다가 그 메시지가 참 흥미로우면서도 궁금하다. 바로 이동통신업체 LG텔레콤(이하 LGT)과 SK텔레콤(이하 SKT)이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는 3세대(3G) 이동통신 서비스 광고를 두고 하는 말이다. 장면 1은 LGT ‘오즈’의 광고이고, 장면 2는 SKT ‘생각대로 T’의 광고다.

이들 광고는 다채로운 내용이 이어지는 연작 광고 중 하나일 뿐이다.

LGT와 SKT는 마치 작심한 듯 광고 물량공세를 퍼붓고 있다. 피튀기는 가입자 쟁탈전을 벌여온 이동통신업계의 광고전쟁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형성된 전선(戰線)은 사뭇 다른 의미를 지닌다. 어쩌면 향후 이동통신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도 있는 ‘메가톤급 서비스’의 주도권을 누가 먼저 가져오느냐 하는 전초전이기 때문이다.

두 회사가 광고로 맞불을 놓고 있는 신규 서비스는 이른바 ‘풀브라우징(Full-Browsing)’이다. 풀브라우징은 PC나 노트북과 똑같은 인터넷 사용환경을 휴대폰에서도 구현하는 기술을 말한다. 다시 말해 휴대폰 화면에 인터넷 웹사이트를 그대로 띄우는 것은 물론 그 안에서 서핑, 검색, 이메일 등 다양한 인터넷 기능을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앞서 예로 든 LGT와 SKT의 광고는 풀브라우징의 개념을 아주 분명하게 함축하고 있는 셈이다.

영상통화, 웹서핑, 글로벌 자동로밍 등을 즐길 수 있는 3G 이동통신 가입자는 올해 1,5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국내 인터넷 사용 인구는 전체 국민의 90%에 달하고 이동통신 가입자는 4,000만 명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정보기술(IT) 강국의 명성에 걸맞게 거의 대다수 국민이 인터넷과 휴대폰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풀브라우징의 잠재력과 파괴력은 바로 이 대목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과 휴대폰을 통해 세상과 접속하기를 원하는 오늘날 ‘디지털 노마드(유목민)’에게 너무나 매혹적인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사실 휴대폰을 통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무선인터넷 기술은 이미 수 년 전에 상용화됐다. 국내 이동통신 3사도 네이트(SKT), 매직앤(KTF), 이지아이(LGT) 등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벌써부터 제공해 왔다.

그러나 기존 무선인터넷 서비스는 PC나 노트북을 통한 유선인터넷 사용환경에 비할 바가 못 됐다. 각 이동통신사가 폐쇄적으로 구축한 인터넷 망을 사용하는 까닭에 자유로운 웹서핑이 거의 불가능한 데다, 필요한 콘텐츠에 접근하는 것도 너무 불편했다.

더 큰 문제는 비싼 사용 요금이다. 인터넷 접속시간이 좀 길어지면 입이 딱 벌어질 요금고지서가 날아오기 십상이다. 이러다 보니 이동통신 가입자들은 무선인터넷을 통해 고작 음악이나 사진, 벨소리 등을 내려 받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풀브라우징의 등장은 기존 무선인터넷의 개념을 완전히 뒤바꿔 놓고 있다. 다소 섣부른 감은 있지만 풀브라우징이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의 ‘킬러 애플리케이션’(Killer Applicationㆍ시장을 압도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혁신적 발명품이나 서비스)으로 급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 유럽, 일본 등 통신서비스 선진국에서는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풀브라우징 서비스를 출시해 상당한 호응을 얻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독일 최대 이동통신사인 T-Mobile의 경우 2005년 ‘웹엔워크’라는 서비스를 선보인 이후 가입자당 데이터 매출이 2배 이상 급증하는 대성공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LG경제연구원 한승진 연구원은 ‘풀브라우징, 통신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꾼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풀브라우징이 이동통신 서비스의 새로운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LGT 오즈 서비스 설명회(왼쪽), KTF 쇼 영상통화 로밍 서비스 (오른쪽)

그는 ▲인터넷이 일상생활의 필수 서비스로 자리잡았고, ▲이동통신사들이 포화상태의 시장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무선인터넷 확산에 나서고 있으며, ▲이동통신 네트워크와 휴대폰의 빠른 기술적 진화도 충분히 뒷받침된다는 것을 세 가지 근거로 들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도 풀브라우징이 선풍을 일으킬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지난 4월 풀브라우징의 포문을 연 LGT의 ‘오즈’ 서비스가 중요한 시금석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오즈는 ‘모바일 인터넷 대중화 시대를 연다’는 기치를 내걸고 있다. 그런 구호에 걸맞게 ‘열린, 편리한, 부담 없는 모바일 인터넷’을 자랑거리로 삼는다. 실제 오즈 서비스를 이용하면 휴대폰 버튼 하나로 인터넷에 접속해 웹서핑은 물론 방대한 양의 무료 콘텐츠를 즐기고 이메일을 주고 받을 수도 있다. 올 하반기에는 실시간 메신저 서비스도 추가될 예정이라고 한다.

무척 저렴한 사용요금 또한 매력적이다. ‘오즈 무한자유 프로모션 요금제’는 월정액 6,000원으로 1GB(웹페이지 기준 2,000~4,000페이지 분량)까지 이용할 수 있다. 기존 무선인터넷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LGT는 프로모션 기간이 만료된 후에도 대다수 고객이 부담을 느끼지 않는 저렴한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한 가지 눈여겨봐야 할 것은 LGT가 오즈 서비스를 내놓기 전에 실시한 이동통신 가입자 대상 사전 시장조사 결과다. 이에 따르면 상당수 응답자들은 값싸고 편리하며 자유로운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데이터 서비스를 가장 많이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희망은 오즈 서비스에 대한 열띤 반응으로 이어지고 있다. 오즈는 출시 한 달 만에 가입자 10만 명 돌파라는 예상치 못한 호성적을 기록했다. LGT측은 오즈가 이용하기 불편하고 요금도 비싼 기존 무선인터넷의 문제점을 크게 해소함으로써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잠재수요를 끌어내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지난해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의 첫 테이프를 끊은 영상통화와 후발주자인 풀브라우징의 대결구도 역시 상당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KTF가 ‘쇼’ 브랜드로 바람몰이에 성공한 영상통화 서비스는 2007년 이동통신업계의 최대 화두였다. 물론 이동통신 가입자들도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꿈의 서비스’를 크게 반겼다.

실제 쇼는 출시 4개월 만에 가입자 100만 명을 돌파한 데 이어 점차 가속도를 붙인 끝에 지난 4월 출시 14개월 만에 가입자 500만 명을 뛰어넘는 기염을 토했다. 물론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자 숫자로는 이동통신 3사 가운데 1등이다.

KTF에 따르면 쇼 가입자 증가와 함께 영상통화의 월별 이용자 숫자도 매월 전월 대비 20~30% 정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KTF가 지난해 10월 19~39세의 쇼 영상통화 이용 고객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 중 88%가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 가운데 52%는 적극적으로 영상전화 서비스를 추천하겠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서비스 개시 1년이 지나면서 영상통화 수요가 당초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1년 동안 지켜본 결과 3세대 이동통신 가입자들이 실제 영상통화를 사용하는 빈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한두 번 호기심으로 써보기는 하지만 일상적으로 애용할 만큼 선호도가 높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아직 불안정한 통화품질과 함께 사생활 노출을 꺼리는 가입자들의 심리도 적잖이 작용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처럼 영상통화 돌풍이 예상과 달리 주춤하는 기미를 보이자,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인터넷 서비스를 내건 풀브라우징이 3세대 이동통신의 주역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점차 힘을 얻어가고 있다.

물론 다른 견해도 있다. 어차피 3세대 이동통신은 초고속 대용량 데이터 전송 능력을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풀브라우징은 그 중의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SKT 홍보팀의 한 관계자는 “이동통신 시장과 기술에는 변수가 많아 어떤 서비스가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될지는 섣불리 장담하기 어렵다”며 “다만 영상통화와 풀브라우징 모두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어쨌든 ‘만년 3등’ LGT가 불러일으킨 풀브라우징 바람이 심상치 않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오즈 서비스 출시와 거의 동시에 SKT가 부랴부랴 맞불 광고로 대응에 나섰는가 하면, 쇼에 ‘올인’하다시피 했던 KTF도 서둘러 5월말 풀브라우징 서비스를 개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동통신 서비스는 트렌드에 민감하다. 하지만 음성통화와 단문메시지(SMS)는 누구나 사용하는 킬러 애플리케이션이다. 사실상 거의 모든 사람이 인터넷과 휴대폰을 사용하는 시대, 이제 그 두 가지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풀브라우징 서비스가 새로운 킬러 애플리케이션으로 떠오를지 귀추가 주목된다.

■ 이동통신 세대 구분
데이터 전송속도가 관건… 2010년 4G기술 사용화

3세대 이동통신은 이동통신 기술의 3세대에 속한다는 의미다. 1세대는 아날로그통신, 2세대 이후는 디지털통신이다. 통상적으로 표준기술에 따라 2세대는 CDMA, 3세대는 WCDMA로 구분된다. 2세대와 3세대에는 몇 가지 기술이 있으나 CDMA와 WCDMA가 가장 대표적인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SKT와 KTF는 WCDMA 방식으로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LGT는 CDMA 방식을 개량한 리비전A라는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리비전A는 WCDMA에 비해 데이터 전송 능력이 다소 뒤지지만 영상통화와 고속 데이터 전송 등 3세대 서비스가 모두 가능하다.

이동통신 기술의 세대를 나누는 가장 간단한 기준은 데이터 전송속도다. 물론 후세대일수록 데이터 전송속도가 훨씬 빠르다. 데이터 전송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또한 많은 용량의 데이터를 보낼 수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3세대에서 영상통화가 실현된 것도 데이터 전송능력 덕분이다.

2010년 이후 상용화될 것으로 보이는 4세대 이동통신 시대에는 멀티미디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가장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3세대에는 영화 한 편을 다운로드하는 데 약 9분 이상 걸린다면 4세대에는 불과 몇 초밖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4세대 이동통신 기술의 표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