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F·LGT, 3G시장서 선전했지만 2005년부터 시장점유율 요지부동

SK텔레콤 사옥 전경
이동통신업계 3위 회사인 LG텔레콤(이하 LGT)은 요즘 잔뜩 고무된 분위기다. 새로 출시한 3세대 이동통신 데이터 서비스 ‘오즈’가 한 달 만에 10만 가입자를 유치하는 등 큰 호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KTF와 SK텔레콤(이하 SKT)이 잇달아 영상통화 서비스를 내놓을 때만 하더라도 업계에서는 LGT가 3세대 서비스에서도 뒤처지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1년 동안 칼을 갈아온 후발주자 LGT는 보란 듯이 오즈 서비스 론칭에 성공했다.

2위 회사인 KTF는 지난해 출시한 영상통화 브랜드 ‘쇼’를 통해 3세대 서비스의 선두주자로 나섰다. 지난 4월 집계 기준으로 ‘쇼’는 528만여 명의 가입자를 유치했다. 반면 SKT의 3세대 서비스 ‘T라이브’는 468만여 명으로 ‘쇼’에 약 60만 명 가량 뒤지고 있다.

적어도 3세대 시장에서는 KTF가 1등에 올라선 셈이다. 단순히 가입자 숫자만 기분 좋은 게 아니다. KTF측에 따르면 쇼는 가입자 1인당 매출액(ARPU)에서도 2세대 서비스보다 약 30%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입자당 매출액이 늘면 전체 매출액이 느는 것은 당연지사. KTF로선 흐뭇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지난해 2위의 반란에 이어 올해는 3위까지 반란을 일으켰는데, 전체 이동통신업계 판도에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상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지난 4월 기준 이동통신 3사의 가입자 수는 전월 대비 23만여 명이 증가한 4,450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SKT가 약 2,247만 명, KTF가 약 1,402만 명, LGT가 약 800만 명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백분율로 환산하면 대략 51: 31: 18 비율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비율이 2005년부터 거의 요지부동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 업계에서는 기존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려는 3사간에 팽팽한 힘의 균형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2003년 번호이동 제도 도입으로 판도 변화가 예측됐지만 3사의 치열한 마케팅 전쟁은 어느 한쪽의 승리를 허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신규 서비스를 출시해도 마찬가지다. 3사간에 기술적 기반의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일방적인 독주가 불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체 시장점유율의 고착화가 오래 지속된다는 것은 그만큼 판을 바꾸는 게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는 관점에 따라 해석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2, 3위 업체측에서는 이구동성으로 “SKT는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는 지배력을 갖고 있다. 그 핵심은 철철 넘치는 ‘실탄’이 아니겠느냐”고 시샘 섞인 반문을 한다. 반면 SKT측은 “결국 통화품질, 고객만족, 신규 서비스 주도권 등에서 우리가 낫다는 것을 고객들이 평가해준 결과라고 본다”며 여유 있게 받아넘긴다.

지금 이동통신 시장은 서서히 3세대로 전환하고 있다. 얼마 전 3세대 가입자가 마침내 1,000만 명을 넘어섰다. 가입자 4명 중 1명꼴로 3세대 서비스를 받는 것이다. KTF, LGT 등 만년 2, 3위 업체들은 3세대 서비스 경쟁에서 어떻게든 시장 판도를 뒤바꾸려 결의를 다지고 있다. 두 회사 모두 3세대 서비스에서 앞서나갈 수 있는 주도권을 잡는 데 일단 성공했다는 자평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SKT의 한 관계자는 “3세대 서비스에서 처음에는 KTF에 뒤졌지만 그 격차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전체 이동통신 시장점유율은 앞으로도 지금과 비슷하게 갈 것으로 본다”며 1등의 여유와 자신감을 나타냈다.

과연 국내 이동통신 삼국지의 승자는 영원히 SKT의 몫일까. 아니면 언젠가 누가 됐든 반란에 성공할 수 있을까. 보는 쪽은 지루하지만, 싸우는 쪽은 피가 마르는 통신전쟁은 오늘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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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