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신한류 이끄는 문화컨텐츠'가을 동화' '대장금' 등 순차적 영화화… 중국·일본 스크린 재공략

한류 바람을 일으킨 원조 드라마 <겨울연가>가 영화로 제작된다. 그동안 ‘욘사마’ 배용준과 ‘지우히메’ 최지우의 극중 캐릭터는 수많은 방송 프로그램과 애니메이션에서 차용되어 한류의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뮤지컬과 콘서트 등 다양한 매체로 변형되고 캐릭터사업까지 확장된 데 이어 드디어 영화로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특히 <겨울연가>와 함께 또 다른 한류 드라마 <가을동화>와 <대장금>의 영화화도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져 최근 들어 식어버린 한류가 새롭게 되살아나는 것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한류’ 담론은 이미 낡은 듯한 감이 있지만 그렇다고 일시적인 현상으로 격하하기에는 어려운 문화코드이다. 과대망상 혹은 거품으로 평가됐던 초기의 회의적인 시선을 비웃기라도 하듯 10년이 넘게 한국 문화의 세계화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갈수록 침체되어가는 한국 영화계는 배용준, 이병헌, 장동건, 정지훈 등의 한류 배우, 혹은 이창동, 김기덕, 홍상수, 박찬욱, 봉준호 등 세계적 감독의 적극적인 활용(?) 정도에 따라 세계 영화시장에서의 입지 마련의 성패가 달려 있어 한류를 무시하기 어렵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의 상황은 확실히 한류 열풍이 일기 시작할 때만큼의 센세이셔널한 붐은 지속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제까지 한류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아시아, 특히 중국과 일본의 경우 영화 한류는 현지의 구조적 제도와 국내의 전략적 정책의 부재로 새로운 한류의 바람이 절실한 상황이다.

■ 왜 영화 한류는 멈추었나

한류 열풍이 가장 먼저 불었던 중국의 경우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한 감독들의 작품이 중국의 일반 극장에서 쉽게 만나기 어렵다는 것이 영화 한류의 확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작품성이 우수한 한국영화는 접근하기 어려운 한국문화원 같은 곳에서나 접할 수 있다.

<오아시스>(베니스 영화제 감독상)와 <밀양>(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으로 국제적 명성을 드높인 이창동 감독은 중국 영화인들 사이에서 아시아의 중요한 문화예술인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그의 작품을 극장에서 보기란 쉽지 않다. 중국인이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흥미롭게 해석할 수 있는 <왕의 남자>의 경우도 결국 상영이 되지 못해 불법 DVD로 영화팬들에게 알려지고 있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영화의 최대 수출시장인 일본에서 한국영화 점유율은 2005년 70%를 정점으로 2006년 42.4%, 2007년 27%로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2002년 <엽기적인 그녀>의 성공 이후 2006년 <괴물> 등의 영화가 계속해서 흥행에 성공하며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은 지속되어 왔지만 그 이후로 영화 수출이 급격하게 감소되어 지난해에는 수출액이 전년대비 약 32%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한국영화가 널리 알려지긴 했지만 영화 자체의 완성도보다는 ‘방송 한류’에 편승한 일시적 현상이었다는 한계를 드러낸 결과라고 풀이할 수 있다.

특히 일본에서 성공한 한국영화가 주로 멜로영화였고 한국에서 흥행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전쟁영화나 액션영화 같은 과격한 장르는 관객의 선호도가 높지 않았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일본 영화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의 정서적 차이를 감안해 일본의 서정적 취향에 부합하는 등의 전략적 수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새로운 한류에의 가능성

중국의 영화시장은 영화관의 개조와 스크린 수의 증가가 끊임없이 이루어지면서 계속해서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시장 잠재력이 큰 중국 영화시장에서 한국영화의 유통은 여전히 초보 단계에 머물러 있다. 보다 효과적인 유통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노력이 요구된다.

지난해 열린 베이징 주재 한국문화원이 주최한 ‘한국영화제’ 성격의 행사는 비록 단기적인 행사였지만 한국영화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이 같은 시도가 많아지고 확대될 필요가 있다. 최근 중국 본토와 홍콩, 대만을 넘나들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장나라나 <대장금>으로 여전히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영애를 홍보대사로 삼아, 남아 있는 한류의 불씨를 새로운 한류의 단초로 삼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일본에서 한국영화의 유통은 리메이크라는 새로운 흐름으로 파생되고 있다. 김하늘, 유지태 주연의 <동감>은 일본으로 건너가 <시간의 향기>(2001)로 리메이크됐고, 최민식, 송강호 주연의 <조용한 가족>은 <가타쿠리 가족의 행복>(2002)으로, 한석규, 심은하 주연의 <8월의 크리스마스>(2005)는 동일한 이름으로 개봉되었다. 정준호 주연의 <두사부일체>는 장르를 바꿔 드라마 <나의 보스, 나의 영웅 my boss my hero>로 재탄생했다.

합작영화는 두 나라의 문화콘텐츠가 자연스럽게 융합, 전달될 수 있는 전통적인 방식이다. 최근엔 일본영화에서 더 자주 볼 수 있는 배두나는 <린다린다린다>(2005)에 출연하며 일본 팬들을 모으고 있다. 그 외 <망국의 이지스>(2005)의 최민서,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2006)의 이완, <멋진 밤 내게 주세요>(2007)의 김승우, (2007)의 이병헌 등도 일본에서의 활동을 통해 새로운 한류의 흐름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는 새로운 한류

‘한류’의 시대가 끝남으로써 이제 한류를 그리워하기보다는 새로운 한류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영화 한류의 미래가 걸려 있다. 이제까지의 한류의 성과와 맹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세워야 할 시점인 것이다.

한류가 한국의 문화콘텐츠를 해외에 판매함으로써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였고 또한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확산시키고 알림으로써 한국의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고양하였다는 긍정적 측면만을 되새기기보다는 한류에 대한 보다 정확하고 현실적인 진단을 통해 새로운 한류를 만들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의 윤재식 산업연구팀장은 새로운 한류를 위해서는 한국이 과거와는 다른 방식을 취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가벼운 코미디물 중심의 단조로운 영화수출 관행에서 벗어나 영화관을 찾는 중국의 고학력 고소득 수요층에 맞춘 고품질의 한국영화를 다양하게 공급함으로써 사회문화 형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계층에까지 영화 한류의 파급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윤 팀장의 말은 새로운 영화 한류의 역량 제고를 위해서는 정부 기구 혹은 공적인 문화단체가 주체가 되어 한국영화의 붐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상대국과의 지속적 합작도 한 가지 방법이다. 한국자본의 진입을 통해 외국 연기자들을 활용할 수도 있다. 재교육이나 상호방문 등을 통한 합작을 거쳐 상호 침투를 통해 융합할 수 있다. 앞으로의 한류는 우리의 현지 독점이 아니라 상대국 시장과의 향유가 추세라 할 수 있다. 반 한류나 혐 한류의 발생 원인에도 이 같은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내 영화산업이 좋은 작품을 계속해서 양산할 수 있도록 선순환구조를 확립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질적으로 검증된 작품은 세계의 다른 영화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한다는 것이 이미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한 전적으로 증명되기 때문이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