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복고] 과거를 현재에 맞게 재해석… 새로운 대안 제시해야영화 '맘마미아' '놈놈놈' 흥행 '고고70' '모던보이' 2% 부족

1970년대에 활동하던 스웨덴의 4인조 혼성 그룹 아바의 이야기를 담은 <맘마미아>는 오랫동안 인기뮤지컬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이야기를 재구성한 영화다. <맘마미아>는 개봉한 지 한 달이 훌쩍 넘었지만 벌써 400만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며 누적관객수 1위에 장기집권 중이다.

<맘마미아>에 뒤질세라 한국에서도 끊임없이 복고풍 영화들을 내놓고 있다. 최근 방송 매체에서 가장 많은 언급이 되고 있는 <고고70>과 <모던보이>는 각각 흥행 보증수표 조승우와 신민아, 김혜수와 박해일을 내세워 복고적 배경의 낯섦을 친숙한 얼굴로 상쇄시키고 있다. 특히 <고고70>의 경우는 음악을 다루는 영화인 만큼 오랫동안 뮤지컬 무대에 서온 조승우의 출연으로 시너지 효과까지 기대하고 있다.

복고 트렌드는 드라마에서도 발견된다. 30%에 가까운 시청율로 인기를 끌고 있는 MBC 드라마 <에덴의 동쪽>은 1970년대 강원도의 탄광촌을 드라마의 배경으로 삼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KBS <바람의 나라> 후속편으로는 신성일, 안인숙 주연의 1974년작 <별들의 고향>이 드라마화된다. 또 KBS가 방송 80주년 특집드라마로 기획하고 있는 <디바, 이난영>은 ‘목포의 눈물’을 부른 가수 이난영의 삶을 조명하며 복고 드라마의 트렌드를 이어갈 예정이다.

뮤지컬에서는 아예 70년대 최고의 하이틴스타로 군림했던 이승현과 김정훈을 내세워 <돌아온 고교얄개>를 선보인다. 주크박스 뮤지컬인 <젊음의 행진>은 80년대의 히트가요를 묶어 동명의 TV 프로그램에 열광했던 당시 시청자들을 이제 무대로 초대하려고 있다.

■ 왜 또 '복고'여야 하는가

‘복고’가 하나의 트렌드가 된 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복고 문화가 유행한다’는 말은 이미 유명한 이야기다. IMF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7년에 복고 문화가 유행한 이후, 경제난과 실업난 등으로 우리 사회가 침체될 때마다 어김없이 ‘복고’는 하나의 트렌디한 아이템으로 등장했다.

그래서 최근의 문화계를 ‘복고’가 이끄는 것은 일면 당연해보인다. IMF 위기를 넘긴 지 10년만에 다시 찾아온 경제 불황은 불안감을 조장했고 사람들은 편안하고 즐거웠던 과거로 도피하면서 안심해한다.

더욱이 요즈음의 복고 트렌드는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소재의 참신함에 대한 절박함에서 오는 불가피한 선택의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삼각관계와 불륜, 우연의 연속, 반전 강박에 시달리는 현대극은 힘든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더 이상 매력적인 요인이 되지 못한다.

불안한 현실을 TV 혹은 극장에서조차 또 마주치기 싫은 까닭이다. 관객에게 외면당한 드라마 혹은 영화는 그래서 판타지로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다. 여기서 판타지는 직역대로 ‘환상적인’ 무언가가 아니다. 잠시도 마음을 놓기 힘든 현대인에게 익숙하면서도 편안한 기억에의 향수, 그것을 현대적으로 재현하는 것이다.

추동 세력(주로 40대 이상)의 기호는 그래서 중요하다. 이들에게 즐거운 기억이란 복잡한 현대사회를 감내해야 하는 지금이 아니다. 비록 폭압과 부조리가 있었지만 그렇기에 순수할 수 있었고, 서툴지만 낭만이 있었던 예전이야말로 이들이 돌아가고 싶은 고향이다. 지금 생산되고 있는 ‘복고 콘텐츠’들은 그런 낭만에의 동경이 만들어낸 산물인 셈이다.

1-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2- 고고70
3- 모던보이

■ 복고 콘텐츠, 승률은 반반

그러나 ‘복고’는 단순히 과거의 역사적 배경을 빌려와 현재의 문화 콘텐츠로 재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문화 콘텐츠가 단순히 과거의 재연에 그친다면 촌스럽고 재미없게 받아들여질 뿐이다.

현대문화에서 복고 콘텐츠가 나름의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과거의 세계를 현재에 맞게 어떻게 재해석하느냐가 중요하다. 즉 과거와 현재 문화의 사이에서 둘을 연결시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성공적인 복고 콘텐츠의 역할인 것이다.

이 점에서 최근 나오고 있는 문화 상품들은 복고 콘텐츠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맘마미아>의 뒤를 따라 음악과 드라마로 승부를 내려 했던 <고고70>는 ‘고고클럽’, ‘록밴드 데블스’, ‘긴급조치 9호’, ‘리사이틀’ 등 지난 세기의 아이콘들로 가득하다.

이런 것들을 기억하는 기성세대는 추억에 젖겠지만 아쉽게도 이들은 영화를 보는 주 관객층이 아니다. 영화관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1020세대에게 이런 내용은 낯선 데다 별 매력이 없는 소재들이다. 더욱이 만만치 않은 티켓값은 조승우 하나만 보고 모험을 할 수도 없게 한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모던보이>도 사정은 비슷하다. 팜므파탈의 대명사인 김혜수의 매력은 이 영화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되지만,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은 지루하다는 것이 중평이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이야기 자체의 동력이 약하다”고 지적하고 있고, 영화전문잡지 씨네21의 웹사이트에 후기를 올린 한 네티즌은 ‘배우들과 시대배경은 웰메이드, 스토리는 덜메이드’라고 냉정하게 평가하고 있다.

■ 젊은 세대와의 접점이 관건

두 영화 모두 평단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었지만 이러한 대중적 한계 때문인지 최근 관객수는 점차 감소하고 있다. 이는 복고 콘텐츠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복고 자체보다는 현대적 감각의 덧칠이 그에 못지않게 중요함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만주 웨스턴’을 표방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은 복고 콘텐츠의 성공적인 활용 사례로 꼽을 만하다. <놈놈놈>은 시대극의 옷을 입고 있지만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이라는 시대의 아이콘을 내세워 1020세대를 끌어들인다.

아버지 세대가 좋아할 법한 ‘의인’과 ‘악당’의 이분법적 구도를 깨며 캐릭터의 모호한 정체성으로 젊은 세대의 공감을 자아낸다. 또 시대극 안에서 현대적 감각으로 결합되는 액션과 코미디는 영화를 한층 세련되게 만들어준다.

<놈놈놈>은 최근 쏟아져나오는 복고 상품들에게 더 이상 ‘복고’ 자체만으로는 흡입력을 얻기 어렵다고 충고한다. 향수를 자극하되 향수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복고’를 보러간 관객이라도 ‘복고’ 그 이상을 바라고 있다. 이를 충족시키는가의 여부가 문화상품으로서의 복고 콘텐츠의 성패를 결정짓는 것이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