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슬로우 쥰공지영의 소설 '즐거운 나의집' 모티프 4분 19초 노래 완성

‘오늘 엄마의 하루는 어떤 빛깔. 오랜 시간 멀게만 느껴지는 마음. (중략) 요즘 기분이 너무나 무거워져 멋진 척 해보고 기쁜 척을 해봐도. 그 어떤 말들도 위로가 안돼요. 이런 기분 어른이 되는 건가요.’

말랑말랑 경쾌한 멜로디에 실려 나오는 ‘즐거운 나의 집’ 가사의 일부다. 포크록 싱어송라이터 슬로우 쥰은 공지영의 소설 ‘즐거운 나의 집’을 모티브로 4분 19초 분량의 노래를 완성했다.

컴필레이션 앨범 <한국문학 음악에 담다>의 12개 곡 중 하나로 담겼다. 불완전해 보이는 가족 안에서 지독한 성장통을 겪고 다시금 가족 안에서 상처를 치유 받는 소녀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소설은 음악이라는, 생김도 성격도 다른 이란성 쌍둥이 가족을 갖게 된 셈이다. 음악이란 언어로 새롭게 소설을 써내려 간 슬로우 쥰에게서 음악과 소설의 ‘이종교배’의 과정을 들어봤다.

소설 '즐거운 나의 집'의 작곡을 의뢰 받고 들었던 생각은?

올 봄, 평화방송의 북 콘서트에 작가와 함께 무대에 서면서 ‘즐거운 나의 집’을 읽게 됐다.이후 작곡을 의뢰 받고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앞섰다.

소설을 읽고 난 후의 소감은?

보편적인 가족 얘기가 아니어서 처음엔 당황했지만 읽어갈수록 가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떨어져 지내는 아빠를 만나고 돌아온 주인공과 엄마가 대화하는 부분에 나온 ‘가족이라는 건, 삶은 충분히 비바람 치니까 그럴 때 돌아와 쉴 만큼은 튼튼해야 한다’라는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소설을 음악으로 옮기는 작업은 평소와 어떻게 달랐나?

평소의 작업 스타일과 차별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력했다. 나의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최대한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려고 했다. 다른 녹음과 달리 녹음실이 아닌 홈 레코딩으로 마무리했다. ‘가족’이라는 느낌이 이런 식으로도 살며시 묻어났으면 했다.

작곡할 때 어디에 초점을 맞추었나?

공지영 작가처럼 따뜻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의 곡을 쓰고 싶었다. 드럼, 베이스, 전자기타, 통기타, 하모니카, 피아노, 신디사이져를 사용했는데, 독특하면서도 음악적인 규모가 느껴지는 편곡에 초점을 맞추었다.

영화음악과는 어떻게 다른 것 같나?

비슷한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 그러나 영화음악이 시각적인 부분과 종합적인 감정에 무게를 두고 있다면 소설의 음악적 표현은 보다 치밀한 준비가 필요한 작업인 것 같다. 300페이지 분량의 소설을 한 곡으로 담아내는 일은 즐거운 만큼이나 어려웠다.

다른 분야의 예술가와의 소통은 어땠나?

장르와 상관없이 예술가들간에는 통하는 면이 있는 것 같다. 각기 다른 언어로 표현하지만 그 진심은 전해지기 마련이니까.

◇ 슬로우 쥰 프로필

1974년 생. 2004년 데뷔앨범 ‘Grand A.M’과 2007년 2집 앨범 ‘Reverse’를 발표하고 활동중이다. 밴드 ‘오!부라더스’와 밴드 ‘Backbeat’의 멤버로 활동한 바 있으며 ‘델리스파이스’, ‘스위트피’, ‘재주소년’ 등 다수의 뮤지션의 세션으로도 참여했다. 현재 단편영화 준비 중.



이인선 기자 sun9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