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세계디자인수도 선정 계기로 대대적인 도시 디자인 혁명 중경기도- 지역 특성에 맞는 조화, 이미지 통일 기준으로 시범사업 진행경기 안양시- 소통과 공존 중시하는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도시재생

■ 서울시

한국의 수도이자 관문인 서울시는 국제산업디자인단체총연합회(ICSID)에 의해 ‘2010년 세계디자인수도’로 선정된 바 있다.

‘맑고 매력 있는 세계도시 서울’이라는 비전 아래 문화와 디자인을 통해 도시를 발전시키려는 강한 정책 의지가 선정 배경이다. 그 이름에 걸맞게 조만간 세계인 앞에 디자인수도로 첫 선을 보일 서울시는 지금 대대적인 공공디자인 혁명을 펼쳐나가고 있다.

서울시는 공공디자인 정책의 컨트롤타워 구실을 할 디자인서울총괄본부를 지난해 발족시키는 한편 공공디자인의 수준을 높이고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지난 5월부터 적용하고 있다.

가장 먼저 가시화하고 있는 것은 공공시설물 디자인 개선이다. 지난해 시민공모전과 전문가 초청공모전을 통해 6종의 공공시설물 표준디자인을 개발했다. 그 중 가로판매대(가판대) 등 일부는 시범 설치돼 시민들에게 이미 선을 보였다. 서울시는 공모작품을 모델로 디자인 매뉴얼을 만들어 각 자치구별로 자발적인 공공시설물 개선사업을 추진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몰개성적, 무계획적으로 개발된 거리를 재디자인(redesign)하는 사업도 펼쳐진다. 이른바 ‘디자인서울 거리’ 조성 사업이다. 이 사업은 거리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통합적으로 디자인하고 문화와 소통의 기능을 부여함으로써 시민의 삶과 지역문화가 공존하는 거리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첫 삽을 뜬 ‘디자인서울 거리’는 내년까지 대학로, 삼청동길, 퇴계로 등 총 30개 거리(각 500m 안팎)에 조성돼 시민의 일상을 끌어안게 된다. 선정된 거리는 유동인구가 많거나 역사문화 관광자원을 보유한 곳들이다.

서울시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지하철의 환경 업그레이드도 주요 공공디자인 사업이다. 서울시는 기존 지하철 정거장의 환경 및 관리 실태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정거장 시설물 등에 대한 통합 디자인을 실시함으로써 편리하고 쾌적한 공간으로 개선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서울의 정체성(Identity) 확립을 위한 상징과 고유색채 및 서체 개발도 눈길을 끈다.

서울시는 이미 서울 상징물로 정의롭고 친근한 이미지를 가진 상상의 동물 ‘해치’를 선정했으며, 2009년 6월 완공 예정인 서울의 대표 광장 ‘광화문 광장’에 해치상을 복원할 예정이다. 또 광화문에서 예술의 전당 간에는 ‘해치문화거리’도 조성한다. 아울러 서울시는 내년부터 공공환경, 공공시설물 등에 서울색을 적용하는 한편 관광산업 등에 서울서체를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 경기도

수도권 인구의 절반이 모여 사는 경기도에서도 공공디자인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경기도는 서울시 디자인서울총괄본부와 비슷한 조직인 디자인총괄추진단을 만들어 가동 중이다.

경기도는 자연, 역사, 문화 등 지역적 특성에 맞게 조화와 이미지 통일을 이루는 공공디자인을 추진한다는 기본방침 아래 각종 제도개선 및 시범사업을 다양하게 추진하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가평군, 남양주시, 시흥시, 안성시, 파주시, 평택시, 의왕시 등 도내 7개 시ㆍ군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디자인 시범사업이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이어지는 시범사업은 공공(公共)공간 정비, 가로 및 공원시설물 정비, 구조물 및 조명 계획, 사인 및 색채 계획 등을 담고 있다. 아울러 경기도는 공공건축물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수립해 일관성 있게 도내 건축물 디자인을 관리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경기도의 공공디자인 청사진은 아직 구현되지는 않았지만 그 방향성과 우수성만큼은 이미 인정을 받았다. 지난 10월 개최된 ‘2008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엑스포’에서 공공시설 부문 대상을 수상한 것.

경기도는 이번 행사에 ‘자연 속의 공공디자인, 도심 속의 공공디자인’이라는 주제로 전시한 남한산성 도립공원 공공시설물 디자인과 광교신도시 공공디자인 개발 사례가 높이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상 수상작인 남한산성 도립공원 공공시설물 디자인은 역사적 상징성과 친환경성, 전통요소의 현대적 조형화, 장식을 배제한 형태와 색채 적용을 통한 주변과의 조화 등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1- 지하철 옥수역 도시갤러리
2 -서울 반포 낙하분수

■ 경기 안양시

기초자치단체 중에는 경기 안양시의 행보가 특별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안양시는 ‘친구 따라 강남 가는’ 부화뇌동이 아니라 치밀한 자체진단을 거쳐 도시재설계 또는 도시재생의 관점에서 총체적 전략을 펼쳐 나간다는 점이 높은 평판을 얻고 있다.

경부선을 끼고 공업도시로 발전해 온 안양시는 산업화 시대에 훼손된 자연환경을 재생하는 그린산업화를 거쳐 지난 2002년부터 ‘아트시티’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아트시티’란 한마디로 보다 아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도시로 거듭나겠다는 이정표다.

이후 안양시는 신ㆍ개축되는 모든 건축물의 디자인을 심의하는 한편 기존 공장부지의 문화공간화 사업 등을 통해 도시 전반에 새로운 기풍을 불어넣어 왔고, 그 연장선상에서 조화로운 도시를 창조하기 위한 공공디자인 사업을 2007년부터 시작했다.

안양시의 공공디자인 사업은 ‘모두가 편안하고 모두가 함께 한다는’ 새로운 도시디자인의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이런 정신은 프로젝트 명칭인 ‘만안(萬安)한 길, 창조도시 만들기’에서도 드러난다. ‘만안’은 사람, 동식물, 거리, 건물 등 도시 안의 모든 개체간 경계를 없애고, 더불어 살기 좋은 공존공생의 도시, 모두가 함께 공유하는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이념이다. 이는 유럽 공공디자인의 핵심 철학인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과도 맥이 통한다.

또한 안양시는 과거와의 단절이 아닌 공존을 시도한다. 공업도시 시대의 기억을 간직한 채 그 터전 위에 새로운 시대성을 얹는 디자인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곧 경계를 허물고 소통을 중시하는 도시디자인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현재 안양시는 도시 비전과 도시정책 방향에 따라 미래상을 예측한 결과를 토대로 공공디자인 사업의 중장기 구상과 플랜을 수립한 상태다. 또한 이를 구체화한 개별적 가이드라인을 개발 중이다. 국내 최초의 본격적인 도시재생 사례로 꼽을 만한 안양시의 진취적 도전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