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간 숙성 엘리자베스 2세위해 특별제조… 최고급 로얄살루트38 선보여

오랜 전통과 뛰어난 기술로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온 명품 브랜드는 고유한 철학과 깊은 정신을 담고 있다. <명품의 정신> 코너는 오늘날 ‘고가의 상품’을 대체하는 말이 되어버린 ‘명품’의 참뜻을 되새기고, ‘자본’이 아닌 ‘사람을 향한 존중’을 우선하는 명품 기업의 정신을 높이 평가, 명품이 지닌 문화적 의미를 폭넓게 전하고자 한다.

소개되는 명품은 단순히 이름이 많이 알려지거나 고가 위주의 브랜드가 아닌,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한 물건에 대하여 특정한 의미를 갖고 있는 제품이 될 것이다.

6. 로얄 코펜하겐 – 도자기, 그릇 7. 겔랑 - 향수 8. 버버리 - 트렌치 코트 9. 랑콤 - 화장품 10. 에르메스 - 가죽제품 11. 로얄살루트-술 12. 까르띠에-보석 13. 프라다-나일론 가방 14. 나두찌-가죽소파 15. 입생로랑-여성복 바지

오랜 전통과 최고의 품질로 세계의 귀족들로부터 사랑받아온 명품. 로얄 패밀리의 총애를 받은 옷, 왕후를 위한 향수, 왕실을 위한 자기 등 ‘예술작품’으로 불리는 다양한 품목 중에는 왕가의 ‘명예와 품격’을 상징하는 ‘술’도 있다. 럭셔리한 술의 대명사 로얄 살루트는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대관식을 위해 특별 제조된 위스키로 ‘왕의 예포’라는 뜻을 지닌다.

‘고품격’을 상징하는 로얄 살루트는 풍부한 맛과 향으로 많은 세계 각국의 위스키 애호가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데 세계 각국 중에서도 특히 우리나라에게 인기가 높다고 하니 이는 술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남성들의 특성과 함께 성공에 대한 한국 남성들의 야망을 반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로얄 살루트는 21년간 숙성시킨 것으로 1931년 제조가 시작됐다.

그리고 21년이 지난 1953년 6월 2일, 새로운 여왕인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에 대한 경의와 찬사의 표시로 대관식에 헌정, 그로부터 왕가의 위스키가 됐다. 로얄 살루트의 ‘21’은 국왕 주관의 공식 행사 때 21발의 예포를 쏘는 관습에서부터 유래했다.

17세기 영국 해상의 관습이었던 이는 원래 싸움에서 이긴 쪽이 패한 쪽에게 발포했던 무장해제의 표시였는데 현재는 국가간 동등성 원칙에 의거해 상호 예포를 발사한다.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게 표하는 최고 예우의 표시로 국제 협약에 의해 제정돼 있기도 하며 영국 왕실에서는 귀빈을 맞이하거나 국왕과 국빈에게 존경을 표할 때 쓰인다. 로얄 살루트의 위스키는 여왕에 대한 존경과 함께 21년간 숙성된다. 영국 왕실과 특별한 인연을 맺은 로얄 살루트에는 세월만큼이나 깊은 공경과 예의(禮意)가 담겨있다.

로얄 살루트는 위스키 원액 생산가문인 ‘시바스 브라더스’의 기술력과 로얄 살루트의 마스터 블렌더 콜린 스콧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레인위스키와 몰트위스키 원액의 조합으로 만들어지는데 이 원액들은 각각의 오크통에서 21년간 숙성된다. 몰트위스키의 숙성은 ‘스카치의 한계’로 표현될 정도로 특별한 기술력을 요하는 것이기도 하다.

로얄 살루트의 마스터 블렌더 콜린 스콧은 약 1세기 동안 위스키를 제조해 온 가문에서 태어나 남다른 감각을 지녔다. 스카치 위스키 업계에서 권위를 인정받은 그는 위스키 브랜드의 다양한 맛과 향뿐 아니라 오크통의 형태에 따른 변화까지 파악하는 마스터 블렌더로 로얄 살루트만의 균형 잡힌 맛을 유지시키고 있다.

로얄 살루트는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벨벳 천으로 된 주머니에 들어있는 병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21년간 숙성된 술을 담는 병 자체에도 수많은 의미가 들어있다.

로얄 살루트 21년

로얄 살루트의 도자기 병은 스코틀랜드인이 ‘수호의 상징’으로 여기는 ‘몽즈메그’라는 대포와 연관이 있다. 이 몽즈메그는 16세기에 에딘버러성을 지키는데 기여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로얄 살루트의 도자기 병이 바로 몽즈메그 대포의 몸통을 닮은 것이다. 병에 묘사된 말을 타고 돌진하는 남성은 스코틀랜드의 가장 용감한 전사이자 왕으로 평가되는 로버트 더 브루스의 모습이다.

두 개의 창이 맞물려 있는 형태와 함께 병에 새겨져있는 로얄 살루트라는 이름에는 명예를 존중하는 충직한 기사들의 봉사와 헌신의 정신이 배어있다. 'Treibhireas Bunaiteachd'라는 문구는 게일어로 충실함과 불변성을 의미하는 것이며 로얄 살루트의 정신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로얄 살루트의 병은 붉은색, 파랑색, 녹색의 세 가지 색을 띄는데 이는 왕실의 상징물과 관련이 있다. 바로 영국 왕실의 왕관을 장식하는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의 색을 딴 것. 깊고 진한 향의 위스키는 영국 웨이드의 일급 장인들에 의해 수작업으로 제작되는 병에 담기고 벨벳 주머니에 감싸여져 그 모습을 드러낸다.

로얄 살루트 38은 로얄 살루트 21에 뒤이은 로얄 살루트의 결정체다. 최고급 위스키의 희귀성과 가치를 지닌 로얄 살루트 38은 ‘스톤 오브 데스티니(Stone of Destiny)’라는 부제를 지닌다.

‘운명의 돌’이라는 뜻의 ‘스톤 오브 데스티니’는 수세기 동안 영국 왕실의 대관식 때 왕좌 밑에 놓여 새로운 왕을 승인해 주는 역할을 해왔다.

스코틀랜드의 전설적 상징물이자 민족의 자부심을 대표하는 이 돌은 왕의 권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로얄 살루트의 영국 왕실과의 깊은 관계와 함께 품격과 명성을 나타낸다. 24캐럿 도금 라벨과 도금 마개로 장식된 화강암 풍의 도자기 병에 들은 위스키는 삼나무와 아몬드의 고급스러운 풍미로 입 안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

로얄 살루트는 성공에 대한 찬사로 문화예술계에서 큰 성과를 거둔 인물을 선정해 ‘마크 오브 리스펙트(Mark of Respect Award)' 상을 수여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최초로 제정된 이 상은 국내외적인 성공과 더불어 로얄 살루트의 가치에 맞게 인물의 인품과 리더십까지 함께 평가하는 것이 특징이다.

150여 개의 주요 문화예술매체의 전문 기자들로부터 후보자를 추천받은 후 전문가들의 설문조사 등을 통해 수상자를 선정하게 되며 2006년부터 박찬욱 영화감독과 이어령 문화평론가, 황석영 작가가 선정됐다.

‘성공에 바치는 최고의 존경과 찬사’를 의미하는 로얄 살루트는 탄생 배경 자체만으로도 권위와 명예를 확인시켜 준다. 짙은 황금빛 호박색 술에 담긴 풍부한 과일 향과 가을꽃의 달콤한 향취가 만드는 맛의 깊이는 음미하는 사람의 지위와 품격을 말해준다. 로얄 살루트가 존경을 표하는 의미 있는 선물로 여겨지는 것은 맛뿐이 아닌 정신적인 가치 때문이기도 하다.

그 병에 담긴 전통적인 역사와 의미는 부(富)만으로는 체험할 수 없는 것이다. 존경을 받는 이, 지위와 명예를 가진 이들과 로얄 살루트가 어울리는 것은 ‘품위’라는 공통어 때문이다.



글·최유진 미술세계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