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걸친 유기견 서커스단 이끄는

강아지가 신호에 맞춰 공을 굴린다. 아찔한 순간이 있지만 공에서 떨어지지 않고 무대의 끝에서 끝을 왕복한다. 다른 강아지는 호각소리에 맞춰 떨어진 선반 위를 걸어간다.

강아지의 보폭으로 건너기엔 너무 넓은 거리가 나오고 강아지는 멈칫한다. 공연자가 무릎을 받쳐주자 강아지는 그의 무릎을 밟고 사뿐히 걸어간다. 박수가 터져나온다. 놀랍게도 이들은 모두 주인에게 버림받았던 유기견이다.

7일 오후 서울 학여울 서울무역전시장(SETEC)에서 있었던 <2008 서울 국제 펫 엑스포>에서 벌어진 ‘우치다 독 예능팀’의 공연 모습이다. 막 공연을 마친 ‘예능팀’의 수장, 우치다 요시히로(60) 씨를 무대 위에서 만났다. 요시히로 씨는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색안경을 쓴 젊은이 차림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손에 안은 푸들 종으로 보이는 강아지를 품에서 놓지 않았다.

“가장 이상적인 개를 만든다면 아마 잡종이 될 것이다. 새로운 종류의 개를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잡종을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이다”라는 게 그의 말이다.

60여년의 역사가 있는 이 서커스 단은 그의 아버지인 우치다(80) 씨에 의해 시작됐으며 현재 공연은 아들인 우치다 히로아키(31)와 며느리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요시히로의 아내 역시 공연에 참여하고 있다. 3대에 걸친 그의 유기견 서커스단은 지난 2002년 개 10마리로 줄넘기를 24회 하는데 성공해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시작은 우연한 것이었다. “어느 추운 겨울날 여동생이 개 한 마리를 주워왔고, 개에게 뭔가를 가르쳐보려는 그의 생각에 아버지가 동조했다”는 게 요시히로의 말이다. 그의 가족은 버려진 개들을 한 마리 두 마리 모으기 시작했고 결국엔 서커스단을 만들어 생업으로 삼게됐다.

도대체 개가 뭐길래 그는 평생을 개와 함께하는 걸까. 요시히로 씨는 “개는 가방이나 신발 같은 액세서리가 아니다”라며 “개는 사람들과의 관계나 사회에서 겪는 어려움 등의 감정을 이해해주고 치유해주는 인간의 파트너”라고 말한다.

일본의 유기동물 현실을 묻자 그는 “잔혹합니다”라면서도 “일본은 조금씩 국가와 현 등의 참여가 상당히 이뤄져 유기견 문제를 알리기 위한 자원봉사 활동이나 책자 만드는 일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웃들이 싫어하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요시히로 씨는 “그런 일은 없었다”며 “오히려 우리가 이사가야 했을 때 개를 아끼던 이웃주민들이 만류했을 정도”라고 소개했다.

요시히로는 “살아있는 생명을 버린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개가 됐건 동물이 됐건간에 구하기 전에 충분히 생각해 책임지고 키울 경제적 능력이 되는지, 동물이 집안에서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지 고려할 부분이 많다”고 말한다.

요시히로는 “한국의 유기견 문제가 심각하다고 들었다”며 “이벤트를 통해 현실을 알릴 수 있다면 얼마든지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일본뿐 아니라 홍콩 등지에서도 상설공연장에서 정기공연을 하는 그는 강원 춘천시에 있는 강아지 테마파크에서 정기공연을 할 계획이다.



김청환기자 ch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