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개혁개방 이전은 모든 중국인이 억눌리고 어두운 시대였다.

80년대 중국 현대미술을 이끈 작가 판더하이(Pan Dehai)는 이성이 얼마만큼의 창작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철학적 의문을 바탕으로 생명에 대한 고찰을 작품 세계에 반영해 왔다.

그는 작품 활동 초기 중국 동북 지방에서 경작되는 대표적인 곡물 옥수수를 주된 작품 소재로 등장시켰다. 그의 성장기 풍경 속에는 항상 옥수수 밭이 있었다.

옥수수라는 소재는 점차 생명에 대한 판더하이의 고찰과 접목돼 작품 속에서 사람의 형상으로 변화한다. 사람으로 형상화된 옥수수 시리즈는 나아가 뚱뚱한 사람 형태로 진화했고, 이는 1970년대 중국인들로 대변되기 시작한다.

‘뚱보’는 외적으로는 물질과잉과 과대욕망의 대명사이자 내적으로는 멍청하고 실속 없음을 뜻한다. 동시에 뚱보는 이른바 ‘붉은 시대’라 불렸던 1970년대 사상적으로 충만했던 중국을 그리워하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당시 중국의 정신적인 풍요로움과 사상적 충만함을 뚱보 형태로 구현한 셈이다.

변화하는 중국 사회와 그 속에서 중국인들이 겪는 변화, 즉 정신적인 충만함과 물질적 과잉이라는 상반된 의미를 판더하이는 ‘뚱보 시리즈’를 통해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2009년 1월 5일까지. 워터게이트 갤러리

3- The Laborer No.56
4- The Heroic Little Sisters on the Grassland
5- The Laborer No.23
6- Receding Hairline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