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흐르지 않으면 썩는다. 생명체는 피가 돌지 않으면 죽는다. 태양은 날마다 새로워야 한다. 비단 어느 분야가 그렇지 않을까마는 문화예술은 특히나 순환이 잘 이뤄져야 한다. 인간의 정신과 감성, 정서의 공간을 영속적으로 확장시켜 나가는 매우 중요한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21세기는 일찌감치 문화의 시대로 정의가 내려졌다. 15세기 전후 태동한 유럽의 문예부흥이 암흑의 중세시대를 넘어 고대 그리스, 로마의 인본주의적 문화를 근대적으로 되살려내는 시도였다면, 21세기 문화의 시대는 지금껏 축적돼 온 문화예술적 토양을 바탕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찾아내고 만들어가야만 하는 ‘창의적 경쟁의 르네상스’다.

그것은 융합, 혼융, 통섭, 크로스오버 등 기존의 장르적 경계를 허무는 작업이 될 수도 있고, 장르적 본질주의에 보다 천착하여 수 세기의 업적을 거슬러 뛰어 넘는 우직한 도전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이고 인재다. 새로운 트렌드를 만드는 것도, 그 트렌드를 거슬러 또 다른 트렌드를 정립하는 것도 ‘후생가외’(後生可畏)의 몫이다.

문화예술의 경쟁력이 한 사회, 한 국가의 미래를 담보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은 이 즈음 ‘문화 코리아’의 밝은 미래를 앞당겨 보여주는 신진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들은 각자의 장르에서 새로운 시도, 꾸준한 도전, 넘치는 열정으로 세대교체의 깃발을 나부끼며 기성세대 선배들을 압박해 들어가고 있다.

나아가 국내에서 받는 스포트라이트로는 부족하다는 듯 벌써 해외 무대에 당찬 도전장을 던진 ‘앙팡 테리블’도 있다. 기축년 새해, 황소 걸음처럼 묵직하고 우직하게, 무소의 뿔처럼 날렵하고 세차게, 문화 강국의 꿈을 실현시켜 가는 문화예술계 신진 유망주들을 고루 살펴본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