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문화한국 중추조직 수장들의 회고와 새해 포부

문화예술계의 2008년은 말 그대로 ‘다사다난’한 해였다. 분야에 따라 부침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음영이 깊이 드리웠다. 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결과다. 특히 미술, 영화는 상당한 타격을 입었고 공연, 음악 역시 고전한 가운데 일부의 성과를 거뒀다. 그런 중에 한국 문학, 소설의 부활은 고무적이었다.

경기침체의 여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기축년 새해를 맞는 문화예술계의 각오는 남다르다. 깊은 수렁과 진전의 갈림길에 서있기 때문이다. 21세기 문화 한국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조직의 수장들에게 지난해의 회고와 새해의 포부를 물었다. 2009년 문화예술계의 지형에 나타날 그들의 소리를.미리 들은 셈이다.

■ 노재순 한국미술협회 회장
'미술인의 날' 제정 성과, 미술계 광범위한 지원 필요


2008년 한국미술협회의 가장 큰 성과라고 한다면 ‘미술인의 날'(12월5일)을 재정한 것이다

. 이날 미술인을 위한 시상식도 함께 진행해 크게 미술인 본상, 청년 작가상, 해외 미술상, 원로작가 미술상, 공로상 부문으로 나누어 시상을 했다는데 앞으로 영화시상식이나 연기대상처럼 권위 있는 행사로 꾸려나갈 예정이다.

또 협회 회원으로 있는 작가들의 왕성한 해외 진출이 이루어지면서 국제 교류전이 늘어나기도 했다. 예산이 문제인데 신년에는 정부에서 해외 진출 작가들을 위한 지원을 보다 늘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가 지원 제도와 관련해 활발히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일부 인기 작가들 중심으로만 운영될 뿐 나머지 작가들은 공중에 떠 있는 상황이다. 전시 공간이나 작업 환경도 아직은 미흡하다.

중국의 경우 젊은 작가들은 물론이고 전통 미술에 대한 지원이 전폭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술계 내 광범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협회 측에서 오는 9월에 베트남과 중국, 인도 작가들을 초청해 협회전을 개최할 예정인데 정부 지원이 더해진다면 보다 풍성하고 대중적인 전시가 되지 않을까 한다.

■ 박계배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연극의 층위 넓히고 연극인 복지 실현에 중점


2008년은 한국 근현대극 100년주년이 되는 해로 많은 기념사업들이 있었다. 한국연극의 오늘을 새기고, 과거를 기리고, 미래를 이어가는 사업들로 국민들에게 한국연극의 가치를 재인식시킨 한 해였다.

새해를 맞아 협회는 끊임없이 정부의 문화예술정책을 견인하고 사회에 연극의 가치를 확산시켜 연극인의 위상을 강화하고 연극인이 존경받는 사회를 만드는 일에 온 힘을 다할 것이다.

올해 역점 사업으로는 중장년층을 위한 공연을 개발하여 연극의 층위를 두텁게 하고 대학로 문화지구의 환경을 개선하여 시민들에게 휴식과 문화를 제공하고 연극인 복지를 실현하는 일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신년을 맞아 연극계는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하고 정부는 국민들의 문화예술교육에 치중하여 문화수요층을 늘려야 하고 관객들은 일 년에 한 번만이라도 극장에 들러 자신과 인생에 대한 사유의 시간을 갖길 바란다.

■ 도종환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문인조직 활성화, 세계와 문학적 교류 넓혀나가


2008년은 한국현대시 100년이 되는 해인 동시에 김유정, 유치환, 임화 등 한국문학의 거목들이 탄생 100년을 맞는 해여서 이를 기념하기 위한 각종 행사들이 서울과 지방에서 열렸다. 안으로는 한국작가대회 등을 통해 회원들이 화합하고 문학적 연대를 확인하는 한 해였다.

새해 들어 갈수록 살기가 더 어려워진다고 하는데 그런 분들에게 정신적 정서적으로 위안이 되고 힘과 용기를 줄 수 있는 글을 쓰고자 한다. 독자들과 문학강연을 통해서 직접 만나거나 글을 통해서 만나는 일이 더 많아지기를 소망한다.

2009년에는 회원들의 회비로 기본적인 운영을 해 나가는 문인단체가 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자 한다. 온ㆍ오프라인을 통해 회원들이 더 가까워지고, 원로와 중견과 젊은 작가, 지역과 중앙이 서로 소통하고 화합하며 활기를 되찾는 문인조직을 만들어 가겠다. 나아가 세계 여러 나라 작가와 문학적 교류의 폭을 점점 더 넓혀나가고자 한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고 능선이 험할수록 산은 더 아름답다. 바람 그치지 않고 넘어야 할 고개가 많다 해도 독자 여러분 힘을 내시기를.

■ 김복희 한국무용협회 이사장
대중과 가까워지는 무용, 지방과 세계로 나가는 무용으로


2008년은 한국 무용계가 많이 활성화된 해다. 특히 서울무용제의 화려한 개폐막식을 통해 춤이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갔다고 생각한다. 아르코예술극장의 무용중심극장화와 제1회 대한민국 무용대상(대통령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이 생겨나면서 무용계가 더욱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올해는 2008년에 이루어낸 사업들을 지속적으로 더욱 알차게 운영할 계획이다. 아울러 무용계의 좋은 작품의 탄생과 스타의 탄생을 바라면서 무용이 대중과 더 가까워지도록 하는데 역점을 둘까 한다.

올해 경제적으로 상당히 어렵다고 하지만 우리의 문화를 지키고 지방 곳곳까지 문화의 향수를 느끼도록 할 수 있는 제도, 그리고 우리 연극이 세계로 뻗어갈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데 무용계와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새해에도 무용에 많은 관심과 관람을 부탁드린다.

■ 신우철 한국영화인협회 이사장
꿈과 희망주는 작품 주력, 불법다운로드 대처


현재 영화계는 불황, 정체기에 있다. 그 안에서 2008년 영화계는 덩치가 커지고 돈을 벌었다는 성과보다는 작품의 질이 높아지고 다양한 영화가 많은 빛을 보았다는 게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싶다.

2009년 영화계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세계 전반의 살림살이가 어렵고 올 한 해 상황을 장담하기 어려운데 이때 영화만이라도 국민들께 꿈과 희망을 주는 작품들이 많이 만들어져서 문화의 힘, 영화의 힘을 보여주고 싶다.

올해 역점을 두고자 하는 것은 현재 영화계 가장 큰 문제인 불법 다운로드 문제로 법적대응 같은 강력한 조치도 필요하겠지만 불법 다운로드가 미치는 영향과 그 피해에 대해서 보다 많이 알려 정말 하지 말아야겠다는 반응을 이끌어내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영화계 일꾼들은 관객 여러분들게 최고의 작품을 내놓으려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그 노력의 산물이 헛되지 않도록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린다.

■ 윤호진 한국뮤지컬협회 회장
창작뮤지컬 개발에 역점, 관계자 win-win하는 방안 모색


한국 뮤지컬 시장의 숙제는 끊임없는 콘텐츠 개발이라고 할 수 있다. 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는 시점에도 콘텐츠 개발에 힘을 쏟는 모습은 매우 긍정적이다. 뮤지컬 시장에서 창작뮤지컬의 비중을 보다 확대하고, 관객들에게 사랑 받는 대형 창작뮤지컬의 개발도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새해 뮤지컬 무대에서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창작뮤지컬들을 많이 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 한국뮤지컬협회는 매년 '서울뮤지컬페스티벌'과 '더 뮤지컬 어워즈' 그리고 '국제뮤지컬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관객과 더 가까운 축제로 거듭나도록 하겠다.

경기 침체로 국민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때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긍정적인 마인드와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다. 공연계에도 분명 불황의 불씨가 함께 하겠지만, 관객과 제작자, 그리고 정부가 모두 힘을 합쳐 함께 win-win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으면 좋겠다. 2009년에도 한국뮤지컬을 많이 사랑해주기를 기대한다.

■ 이현숙 한국화랑협회 회장
KIAF 상당한 성과, 양도세·예산지원 등 과제 푼다


2008년 한 해는 경기 침체로 미술계 전체가 몸살을 앓았다. 그런 가운데 개최한 ‘2008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는 “아시아에서 제일 가는 아트페어”라는 평가를 얻는 쾌거를 이뤘다. 또한 국내외 6만1,000명의 관람객이 다녀갔을 만큼 최대규모의 미술행사로 자리매김했다.

2008년은 미술계의 생존을 위한 해였다고 할 수 있다. 몇몇 불미스런 사건으로 미술계 전반에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된 가운데 하반기엔 정부의 고가미술품 양도세 법안 문제까지 불거져 화랑가가 철퇴를 맞은 격이 됐다.

갤러리들이 나서서 신진작가 발굴이나 지원전을 기획해야 하는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2009년에는 정부에서 문화진흥정책을 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년 문화지원예산이 삭감된 걸로 알고 있는데 이 같은 결정은 화랑이 문을 닫거나 해외 화랑을 철수케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술계의 기반을 이루는 화랑이 활성화되고 미술 저변을 넓히기 위해 양도세 문제와 예산지원 등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곧 경기가 회복돼 불황을 겪는 미술계도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리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