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커피에 질린 사람들 깊고 진한 맛에 마니아층 형성

‘로스팅’ 기기를 갖추고 원두커피를 직접 구워 파는 소규모 커피하우스가 프랜차이즈 커피점에서 판매하는 인스턴트 커피 맛에 질린 소비자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 광화문 일대의 <나무 사이로>, <커피스트>, <커피친구>, 서울 청담동 일대의 <커피지인>, <커피미학>, <허영만 압구정 커피집>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두 외국에서 ‘로스팅’ 해 들여온 인스턴트 커피에 물을 내려 파는 방식이 아니라, 외국에서 구한 원두를 스스로 갖추고 있는 ‘로스팅’ 기기로 구워 판매해 맛이 깊고 진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커피지인> 신사점을 운영하는 황종민(32) 씨는 “밀폐포장을 하더라도 커피는 신선식품이기 때문에 로스팅 후 10일 이상이 지나면 산폐돼 맛도 없을 뿐 아니라 몸에도 좋을 것이 없다”며 “스타벅스나 커피빈 같은 프랜차이즈 커피맛에 질린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로스팅 커피 마니아층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에 있는 <커피 진> 블로그에는 200여개 이상의 전국 ‘로스팅’ 커피 전문점 ‘리뷰’가 올라 있다. 최근에는 지방에서 전세버스를 대절해 로스팅 커피하우스를 순례하는 관광프로그램까지 생겨났다.

국내 상표 커피 프랜차이즈는 대부분 국내에 ‘로스팅’ 공장이 있어 해외 공장에서 커피를 굽는 외국 상표 커피 프랜차이즈보다 신선도가 높다고 할 수 있지만, 세달 이상의 유통과정을 겪는다는 점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커피 성분 중 가장 경계 받는 대상인 카페인 함유량 역시 3%로 낮은 편이다. 인스턴트 커피원두의 카페인 함유량은 7-8%에 이른다.

로스팅 커피전문점들은 원두를 산지에서 직접 수입해 ‘로스팅’ 기기에서 강배전으로 구워 커피맛이 진하고 강하다. 이는 깊고 풍부한 맛을 내지만, 프랜차이즈 커피에 길들여져 있는 소비자가 쉽사리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소비자들 역시 아직 맛보다는 ‘분위기’때문에 ‘로스팅’ 커피점을 찾는 경우가 많다. 23일 오후 서울 신사동 <커피지인>에서 커피를 즐기던 이해지(23.여) 씨는 “카페라떼를 주로 먹는다”며 “분위기가 좋고, 와플 등의 디저트를 먹을 수 있어 로스팅 커피점을 찾았다”고 말했다. 인파로 붐비는 커피 프랜차이즈보다는 ‘로스팅’ 커피점에서 한가롭게 커피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이들 ‘로스팅’ 커피점은 프랜차이즈 커피점에 비해 원재료 구입비나 ‘로스팅’기기, 인테리어 비용 등으로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다. 커피 한잔 가격이 8천원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의 커피시장에서 인스턴트 커피와 원두커피의 비율은 9대 1인데 비해 일본의 경우는 정반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랜 커피 역사에 비해 아직도 커피는 그냥 커피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커피의 대중화에 비해 커피 맛을 알고 즐기는 문화는 성숙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