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품있는 명예의 상징' 명성… 세계적 기술로 듀어상 두차례 수상

오랜 전통과 뛰어난 기술로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온 명품 브랜드는 고유한 철학과 깊은 정신을 담고 있다.

<명품의 정신> 코너는 오늘날 ‘고가의 상품’을 대체하는 말이 되어버린 ‘명품’의 참뜻을 되새기고, ‘자본’이 아닌 ‘사람을 향한 존중’을 우선하는 명품 기업의 정신을 높이 평가, 명품이 지닌 문화적 의미를 폭넓게 전하고자 한다.

소개되는 명품은 단순히 이름이 많이 알려지거나 고가 위주의 브랜드가 아닌,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한 물건에 대하여 특정한 의미를 갖고 있는 제품이 될 것이다.

자동차는 이동수단 중 하나이지만 네 바퀴 달린 이 탈것에는 움직이게 하는 것 이상의 수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어떠한 브랜드를 선택하고 어떠한 기종을 타느냐는 개인의 취향을 보여주는 하나의 코드로 작용한다.

부와 명예를 포함한 사회적인 성공을 이룬 사람들이 타는 차에 대해 관심이 쏠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 결국 개인적인 기호를 넘어선 다른 사람의 이목은 차를 선택함에 있어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품격과 여유를 상징하는 캐딜락은 100년 이상의 역사와 전통으로 세계 부호들의 선택을 받아왔다.

캐딜락은 ‘대통령의 차’로도 유명하다. 캐딜락 위에서 손을 흔드는 미국 대통령의 모습은 익숙한 풍경이다.

외교관 및 대사, 해외 정부 고관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조지 부시 대통령 등 미국 대통령뿐 아니라 전 세계 대통령들의 공식차량으로 쓰이는 캐딜락의 우리나라와 첫 인연은 19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지막 왕이었던 순종이 그 주인공.

순종과 그의 비 순정효 황후가 즐겨 탔다던 1912년형 캐딜락은 창덕궁 어차고에 보존되어 있는데 당시에도 20대 정도밖에 만들어지지 않았고 현재에는 전 세계적으로 4대밖에 없다.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즐겨 탔다는 캐딜락은 용산전쟁기념관과 대구공고에 전시돼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도 의전용 차량으로 캐딜락을 탔다.

물론 대통령들이 타는 차는 일반인들에게 판매되지 않는 특수차다. 특히 93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탔던 캐딜락은 3대밖에 만들어지지 않았는데 ‘움직이는 벙커’라 불리기도 하는 이 차는 기관총, 박격포, 수류탄에도 끄떡없고 심지어 생화학 공격에도 문제없다고. 게다가 ‘움직이는 백악관’이라 불릴 만큼 최첨단의 장비를 갖췄다.

특수 제작된 대통령의 차들은 일반인들이 탈 수 없지만 철저한 보안을 우선으로 하는 대통령의 차를 만드는 캐딜락은 여러 유명 인사들의 신뢰를 받았다. 캐딜락 DTS 이그제큐티브 리무진(Cadillac DTS Executive Limousine)은 미국의 부동산 억만장자로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를 첫 고객으로 맞기도 했다.

대통령의 차를 만들게 되기까지는 캐딜락의 역사가 있었다.

1- 1959년 캐딜락 엘도라도 컨버터블 (Cadillac Eldorado Convertible)
2- 캐딜락 V8 엔진
3- 1902년부터 캐딜락의 다채로운 역사가 시작된다. 운전석에 있는 사람이 캐딜락 엔지니어 A.P 브러쉬, 조수석 탑승자는 캐딜락 창립자 헨리 릴런드의 아들이자 재정 담당자였던 W.C. 릴런드.
4- 2006년 캐딜락 DTS 프레지던셜 리무진 (Cadillac DTS Presidential Limousine)
5- 캐딜락 All New CTS

남북전쟁 당시 엔지니어로 일했던 헨리 M. 릴런드(Henry M. Leland)에 의해 미국 뉴 잉글랜드에서 시작된 ‘캐딜락’은 디트로이트 시를 세운 앙트완 드 라 노드 까디야(Le Sieur Antoine de la Nothe Cadillac) 경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창업 이후 캐딜락은 1902년 가변식 밸브 타이밍 1기통 엔진을 시작으로 듀어상(Dewar Trophy) 수상, 1920년 세계 최초로 V8엔진 개발 및 대량생산, 1933년 V16엔진 최초 생산을 선보이며 근대에 들어서는 1999년 적외선을 이용한 나이트 비전(Night Vision), 2000년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Magnetic Ride Control) 시스템 등을 이루어내면서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듀어상은 자동차업계에서 가장 뛰어난 업적에 수여되는 상이다. 세계최초로 표준화에 따른 부품 호환을 가능하게 한 캐딜락은 1908년 부품호환성으로 이 상을 수상했다. 헨리 M. 릴런드는 표준화된 단위로 정확한 자동차 부품요소 제작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스웨덴에서 요한슨 표준치수를 들여오기도 했는데 이것이 바로 그가 자동차 산업에 기여한 가장 큰 공적으로 평가받는 부분.

이것이 미국의 산업화를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1912년에는 세계최초로 전기모터에 의한 엔진시동장치인 전기자동시동기를 발명해 또 한 차례 이 상을 수상해 캐딜락은 유일하게 듀어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이례적인 기록을 세웠다.

1950년대를 휩쓸었던 ‘꼬리’는 캐딜락을 대표하는 또 다른 특징 중 하나이다. 꼬리 같기도 하고 물고기의 지느러미 같기도 한 테일핀 스타일(Tail Fin Style)은 전투기 날개 디자인을 자동차에 접목시킨 것. 자그마치 97cm로 1미터에 달하는 테일핀 스타일도 있었다. 이 ‘파격적인’ 디자인은 과감하면서도 패셔너블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헐리우드 영화에 자주 출현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차’부터 ‘시대의 아이콘’까지 품위와 유행을 넘나드는 캐딜락의 디자인은 1905년 처음으로 지붕과 창이 있는 ‘닫힌 차체(Closed Body)’의 개발에서부터 시작된다. ‘완벽한 오페라 카’라는 이 차에 대한 평가는 사계절용이라는 물리적 이점 외에도 ‘격(格)’이라는 가치가 더해진 것으로 자동차에 대한 지각의 변화를 가져왔다.

미국인들이 ‘꿈의 차’로 꼽는다는 캐딜락은 인생의 중대한 날에 함께 하기도 한다. 결혼식이 끝난 후 신랑, 신부가 길다란 흰색 캐딜락 리무진을 타고 허니문을 떠나는 것은 특별한 날에 대한 축하와 한 쌍의 부부로 새롭게 출발하는 그들의 앞날에 대한 축복을 위한 것이다.

장의차로 캐딜락을 사용하는 것은 고인이 일생동안 타보지 못한 캐딜락을 마지막 길에라도 탈 수 있게 하기 위한 배려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일화도 있다. 이러한 풍경은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캐딜락의 ‘기품 있는 명예의 상징’이라는 타이틀은 재산가들이 누릴 수 있는 특권 중 하나지만 캐딜락이 지니는 사회적인 의미는 ‘자본’과는 다르다.

십자군의 방패를 본뜬 모양의 로고가 캐딜락의 정신을 말해주는데 흑색과 금색, 적색, 은색과 청색으로 이루어진 로고는 부와 풍요뿐 아니라 용기, 지혜, 담대함, 청결, 순결, 자비, 기사의 용맹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부로 채울 수 없는 이러한 덕목을 가진 자들이 캐딜락을 탈 때 비로소 그 진가가 발휘된다.

좋은 차를 타는 사람에 대한 반응은 흔히 두 가지로 나뉜다. ‘차만 좋은 것을 타면 뭘하냐’는 반응과 ‘역시 좋은 차 탄 사람은 다르다’는 반응. 전혀 다른 뜻을 지닌 두 가지의 반응은 캐딜락이 강조하는 정신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한다.



글│최유진 미술세계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