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기업 문화마케팅 활동을 고유의 브랜드로 만들어예술의전당 후원 등 기초예술 진흥…고객초청 문화 이벤트도 활발

현대ㆍ기아차그룹의 문화마케팅 지향점은 ‘자동차와 예술이 만나다’ 혹은 ‘자동차는 예술이다’라는 슬로건에서 쉽사리 읽을 수 있다. 전형적인 중후장대 업종의 투박하고 거친 이미지를 걷어내고 그 자리에 문화예술이라는 친근하고 세련된 새 옷을 입히겠다는 뜻이다.

현대차는 2007년 4월 자사의 문화예술 활동을 아우르는 브랜드 ‘Hㆍart’를 대내외에 선포한 바 있다. 국내 최초로 기업 문화마케팅을 브랜드화한 ‘Hㆍart’는 현대차와 문화예술의 결합을 상징하는 것이다. 아울러 ‘Hㆍart’에는 문화예술 활동을 보다 효과적이고 지속적으로 펼쳐나가려는 현대차의 의지도 담겨 있다.

현대차는 2006년 오페라 ‘돈 카를로’ 고객초청 행사 등 다양한 문화예술 이벤트를 치르며 체계적인 문화마케팅 전략의 필요성을 느꼈고, 이를 ‘Hㆍart’라는 브랜드로 승화했다. ‘Hㆍart’는 단순한 문화마케팅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문화예술을 육성하고 지원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사례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Hㆍart’의 이름으로 치러진 첫 번째 행사는 2007년 상반기 두 달간 서울, 부산 등 주요 도시 현대차 매장에서 개최된 ‘갤러리 Hㆍart - 현대자동차와 현대미술의 만남’ 순회 전시회. 당시 전시회에는 권두현, 김기용, 정규리 등 한국 현대미술을 이끌어가는 젊은 작가 8명이 작품을 출품해 눈길을 모았다. 또한 자동차 판매점이 미술품과 자동차가 공존하는 이색적인 갤러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참신한 아이디어라는 평가를 얻기도 했다.

현대차는 서울 양재동 본사 사옥 로비에 상설 예술전시 공간인 ‘양재 아트리움’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2007년 개관한 양재 아트리움은 현대미술 작가 김창열, 박성태, 이용덕 3인의 초대전 ‘Energy-에너지 전’을 시작으로 다양한 기획 전시회를 수시로 열어 왔다. 특히 현대차 임직원들의 업무공간에 예술의 향기를 불어넣음으로써 창의적이고 유연한 기업문화 정착에도 적잖은 보탬이 된다는 평가다.

현대차는 2007년부터 한국 공연예술의 중심지인 예술의전당의 든든한 후원자로도 활동 중이다. 지난해에는 예술의전당 개관 20주년 기념으로 지휘자 정명훈, 소프라노 조수미, 바이올리니스트 사라장 등이 무대에 오른 ‘한국을 빛낸 세계적 거장 시리즈’ 등을 후원했다. 또한 지역주민을 위한 무료 음악회 ‘2008 예술의전당 – Hㆍart 야외공연’을 개발해 고객, 시민들의 문화향유 욕구에 부응하기도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국내 문화예술의 메카인 예술의전당을 후원함으로써 브랜드 이미지와 기업의 품격이 높아지는 문화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봤다”며 “앞으로도 현대차 브랜드로 수준 높은 문화공연을 지속적으로 제공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각종 문화 이벤트에 고객을 초청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마케팅 방식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아울러 행사장에서 종종 신차 전시를 함께 병행함으로써 자연스러운 판촉 활동으로 연결시키기도 한다.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초청연주회에 그랜저 뉴럭셔리 및 베라크루즈 고객 200쌍을 초대했다. 이 행사에는 새로 출시된 제네시스 쿠페를 함께 전시해 신차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도 했다.

기아차 역시 다양한 레퍼토리의 고객 초청 문화행사를 펼치고 있다. 지난 12월에는 연말을 맞아 오피러스 및 모하비 등 고급 차종 보유 고객 500쌍을 코엑스 오디토리움으로 초청해 ‘기아자동차와 함께 하는 추억의 7080 콘서트’를 열어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이 행사는 케이블TV 채널을 통해 총 4차례 방송됨으로써 잠재 고객들의 브랜드 친밀감을 제고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기아차는 오는 2월 초순에는 모하비 및 쏘울 고객을 현대성우리조트로 초대해 2박3일 스키캠프 행사를 열 계획이다. 이 행사에서는 스키 강습과 함께 유명 여류마술사 오은영 씨가 선보이는 환상적인 ‘눈의 마술(Snow Magic Show)’도 예정돼 있어 고객들의 기대가 크다.

2007년부터 국내 시장에서 본격화된 현대차그룹의 문화마케팅은 갈수록 풍성하고 다채로운 내용으로 채워져 가고 있다. ‘Hㆍart’라는 브랜드에 걸맞게 현대차가 문화예술의 명가로 자리잡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 현대자동차와 현대미술의 만남 순회 전시회
2- 현대차가 개최한 유로 2008 대회 전야제 ‘유로페스트’트’
1- 현대자동차와 현대미술의 만남 순회 전시회
2- 현대차가 개최한 유로 2008 대회 전야제 '유로페스트'트'

■ 해외시장에선 스포츠마케팅 승부수

현대사회에서 스포츠는 단순한 체육활동이 아니라 가장 많은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초특급 문화제전이 됐다. 아울러 월드컵, 올림픽 등 지구촌 스포츠축제는 그 자체가 ‘대박 찬스’를 제공하는 황금어장으로 변모했다.

세계시장의 신흥강호로 떠오른 현대차그룹은 이런 점을 주목해 스포츠마케팅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특히 ‘모든 세계인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언어’라는 평가까지 받는 축구 종목에 마케팅 역량을 대대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축구의 대륙 유럽에서 열린 ‘유로 2008’ 대회에 공식 후원사 자격으로 참여했다. 대회 개막 3개월 전부터 본선 진출국과 주최국 등 19개 국가에서 현지인들과 어우러지는 다양한 고객체험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는가 하면, ‘유로 전용 웹사이트’를 개설해 온라인 마케팅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유로 2008의 공식 개막 전야제인 ‘유로페스트(Euro Fest)’를 독점 개최함으로써 유럽을 넘어 전 세계 축구팬들의 뇌리에 현대차 브랜드를 심는 기회를 가졌다.

지난 유로 2004 대회 때 현대차가 얻은 광고홍보 효과는 약 28억 달러. 유로 2008 대회에서는 그보다 훨씬 많은 약 35억 달러의 효과를 달성했다는 추산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유로 대회 마케팅의 성공적 운영으로 유럽 내 인지도 상승과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이뤘으며, 이는 현대차가 세계적 자동차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