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ill:Logical Conversation) 展

1-김덕용 '결-부부' 009
2-홍경택 '서재' 2009
3-박선기 'Point of View' 2008
4-이윤진 'Still-Life Nr.67' 2006



비누와 이불, 사과와 붓… 전시장은 온통 흔하디 흔한 물건들의 풍경이다. 그러나 그 결은 만만하지 않다. 구본창 작가의 비누 사진에서 보이는 것은 제 몸을 내어 사람들의 손을 씻고 버려진 비누들의 '희생'이다. 단청 기법을 사용한 김덕용 작가의 이불 그림에서는 오래된 나무의 질감이 만져진다.

윤병락 작가는 사과 가득한 그림에 멋스럽게도 '가을향기'라는 제목을 붙여 두었고, 이정웅 작가는 물건의 정황을 붙들기 위해 백지를 내리긋다 만 듯 붓을 허공에 멈추어 그렸다. 그러므로 이것들은 다만 물건이 아니다.

정물화의 태생이 본디 그러하다. 16세기 말 정물화는 일상의 물건을 통해 그림 주인의 삶을 드러내는 장르로 부각되었다. 그 배경에 화폐경제가 있었다. 정물화 속 물건들은 물질적 풍요를 과시하는 소재였고, 언뜻 가장 무심한 정물의 표정은 그 이면에 치열한 욕망을 감추고 있었다.

3월29일까지 갤러리현대 강남(02-519-0800)에 전시되는 정물화와 정물사진, 정물 조각들은 이런 역사적 맥락을 공유하면서도 그 꼴과 만듦새가 다채롭다.

정물화가 순수한 조형적 실험의 장으로 그 존재의미를 탈바꿈해온 현대미술의 흐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작품들은 물건 자체에 얽힌 삶과 욕망에서 그것을 보는 작가의 시선과 아량까지,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품었다. 22명의 작가들이 각각 자신의 마음에 와 닿은 물건들의 입과 귀를 틔워 말을 걸고 있다.

1-이정웅 'Brush' 2009
2-정광호 'The Still life 7150' 2008
3-윤병락 '가을향기' 2009
4-구본창 'Soap20' 2004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