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불 컬렉션: '이야기 하는 손' 展

1-만레이(MAN RAY) '손'(1949년)
2-앤디워홀(ANDY WARHOL) '자화상' (1983년)
3-마틴 파(MARTIN PARR) '새로운 영국' (1996년)
4-서도호 '바닥'(1997-2000년)
5-로이 피니(ROY PINNEY) '점자 읽기'(1936년)
6-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주기 받기'(2002년)
7-리처드 아베든(RICHARD AVEDON) '권투선수, 루이스 조 1963년 10월3일, 뉴욕시'(1963년)
8-매리 앨런 마크(MARY ELLEN MARK) '테레사 수녀, 메루트'(1981년) 9-아네트 메사제(ANNETTE MESSAGER) '장갑-마음'(1999년)

마더 테레사의 맞잡은 손에는 그가 돌본 가난하고 외로운 풍경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점자를 더듬는 손은, 그 사람의 눈이자 호기심이다. 단상에서 기도 중인 목사가 들어올린 손은, 고단한 신도들의 생(生) 위에 얹히는 축복이다.

미국의 컬렉터 헨리 불(Henry Buhl)의 컬렉션이 5월24일까지 대림미술관에서 전시된다. 그가 '손'이라는 주제로 사진과 조각을 모아 온 까닭은 몇 점의 작품들만 봐도 알 수 있다.

손은 유일하게 '만지는' 신체 부위로서 사람과 세상을 연결한다. 마음을 담아 쥐고 펴고 꿈틀거리며, 그것이 닿은 바깥을 담는다. 그래서 손은 그 사람이 살아온 궤적을 드러낸다.

손의 상징성은 앤디 워홀의 작품 하나로 설명된다. 워홀은 배경 없이 자신의 왼손바닥을 밋밋하게 찍어 놓고는 '자화상'이라고 칭했다.

불은 1993년 알프레드 스티글리츠가 부인이자 뮤즈였던 조지아 오키프의 손을 찍은 사진을 구입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1000여 점의 손 작품을 수집했다.

1840년대 초기 사진 발명자로 알려진 탈보트부터 만 레이, 다이안 아버스, 낸 골딘, 어빙 펜, 비토 아콘치, 안드레아 구르스키 등 사진사를 개척해온 작가들의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다.

사진 기법을 살핌으로써 시대적 배경과 유명한 사진 작가들의 스타일을 확인해볼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전시의 묘미 중 하나인 이유다.

컬렉션의 후반으로 갈수록 '손'은 점점 더 다양한 의미와 맥락을 표현한다. 마틴 파는 빵을 쥔 한 소년의 때 낀 손에서 '새로운 영국'을 보았다. 장갑과 색연필로 '하트' 모양을 만든 아네트 메사제의 설치 작품, 손을 쥔 팔과 손을 편 팔 모양을 이어 붙인 루이스 부르주아의 그로테스크한 작품도 흥미롭다.

한국 작가 서도호의 '바닥'도 전시된다. 온갖 인간 군상이 유리판을 떠받들고 있는 모습의 작품이다. 유리판을 위에서 내려 보면 사람들의 손이 소리 없이 아우성을 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의 삶을 대변하는 것일까.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