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봉책박물관·화봉갤러리 중심축 고서의역사·문화적 가치알리기 주력

화봉문고는 여승구(74) 대표의 호(號)인 화봉(華峯)을 딴 고서 전문 회사다. 그 아래 화봉갤러리, 화봉책박물관, 고서점인 화봉북숍, 고서 경매ㆍ쇼핑몰인 화봉옥션몰을 두고 있다.

50년대 고서점인 광명서림 사원으로 일하던 여승구 대표는 1963년 '팬아메리칸 서비스'를 차려 외국의 학술잡지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등을 수입해 판매하는 사업을 하였다. 1979~1988년에는 '한국출판판매주식회사'라는 서점을 차리기도 했다. 2002년 회사를 통합해 고서를 전문으로 다루는 현재의 화봉문고를 설립했다.

2004년 10월 화봉책박물관을 세우고, 2008년 7월 모란갤러리(1996년 개관)를 이어받아 화봉갤러리로 새롭게 재개관했다.

화봉문고의 주사업은 고서 전시와 판매(경매)이나 사실상 화봉책박물관과 화봉갤러리가 중심축을 이룬다.

화봉책박물관은 여승구 대표가 1982년 개최한 '서울 북페어'에서 고서를 구입한 것이 계기가 돼 20년이 지나 박물관으로 탄생했다. 개관 기념전인 '세상에서 제일 큰 책, 세상에서 제일 작은 책'전(2004.10~2005.3)에서는 세계 기네스협회가 인증한 세계에서 가장 큰 책'부탄(Bhutan)'과 가장 작은 책 '올드 킹 콜(Old King Cole)'을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듬해엔 '민족과 영토'전(2005.4~9)을 열어 나라를 빛낸 민족의 영웅들과 관련된 자료를 전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독도 침탈 및 교과서 왜곡 등으로 동아시아가 역사전쟁에 휩싸이고 있는 때 고문헌 자료로 우리 영토와 역사의 소중함을 일깨웠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화봉갤러리는 지난 2월부터 개관 기념으로 '지도사랑 나라사랑'전을 열고 있다. 내달까지 개최되는 이번 전시는 그간 일부 지도를 특정 전시에 소개하는 수준을 넘어 500여 점의 소장 지도 중 사료적 가치가 높은 지도 130여 점을 선별했다.

김기택 부산대 교수는 "이번에 공개된 지도들은 학문적으로나 영토 연구에서 귀중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인쇄본을 제외하면 대부분 필사로 그려졌기 때문에 유일본적인 성격을 지닌다"며 전시의 의의를 평가했다.

여승구 대표는 "화봉갤러리는 미술품 전시 기간을 제외하고는 소장 고서를 전시하는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고서가 지닌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널리 알리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화봉북숍과 화봉옥션몰은 고서가 유통되는 통로인데 그렇게 활발한 편은 아니다. 10만여 권의 고서를 보관하고 새 고서를 구입하는데 재정적 어려움이 뒤따르는 부분이다.

여승구 대표는 "미래의 후손을 위해 그리고 한국의 문화적 위상을 높이는데 책만큼 귀중한 자산은 없다"면서 "한국 책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세계적인 책박물관이 세워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한 박물관이 건립된다면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장서를 국가와 민족을 위해 기꺼이 기증할 수 있다고 여 대표는 말한다.

고서가 지닌 가치에 비해 그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화봉문고의 거취는 일정 부분 우리 문화의 위상과도 맥이 닿아 있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