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 다문화를 품다] 지상파 이어 케이블·위성·IPTV 등 다양한 형식과 내용 시도

1-아리랑TV 'Super Kids' 녹화 중 사회자가 필리핀과 관련된 소품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재범 기자
2-아리랑TV 'Super Kids' 녹화 장면/ 임재범 기자
3-이주노동자의 방송 'MWTV'
4-'메가TV'의 베트남어 자막 방송 서비스

사장님에게 임금을 떼이고 고통 받는 이주노동자, 한국어를 공부하고 노인정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농촌의 이주여성… 이주민하면 떠오르는 이 전형적인 이미지들은 방송 매체를 통해 형성된 것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방송은 이주민의 '역할'을 부여하는 데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특히 공영방송의 성격이 강한 지상파 TV 방송은 정부 정책에 부응한 다문화 관련 프로그램을 꾸준히 편성해 왔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이주민들을 가시화하는 데에는 기여했지만, 그들의 고통에만 주목해 동정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리거나(강원대학교 문화인류학과 한건수 교수, 2003, '타자만들기: 한국사회와 이주노동자의 이미지') 그들이 '한국'에 동화되는 정형화된 과정만을 부각해 '한국'의 우월성을 고취하는 '아시아 내부 오리엔탈리즘'에 빠졌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한국디지털대학교 언론영상학과 이경숙 교수, 2006, '혼종적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포섭된 '이산인'의 정체성': <러브 인(人) 아시아>의 텍스트 분석')

이주노동자들이 직접 제작해 케이블TV의 퍼블릭 액세스채널 RTV를 통해 송출한 이주노동자의 방송 MWTV, 이주민 커뮤니티 성격이 짙은 인터넷 방송과 소출력 라디오 방송 같은 움직임이 지상파 TV의 대안적 축을 형성해 왔다.

최근에는 이 중간 지점에서 다양한 형식과 내용의 다문화 방송이 시도되고 있다. 지역 기반 케이블TV채널은 공공성과 지역사회 시청자들의 요구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씨앤앰구로케이블 TV가 지난 2월부터 중국 동포가 밀집해 사는 서울 구로, 금천구 지역에 방송하고 있는 '옌볜 뉴스'가 그 대표적인 예다. 중국의 유일한 한국어방송국인 중국 연변라디오텔레비전방송국과 협약을 체결해 공급 받는 콘텐츠다.

고양시에 기반한 씨앤앰경기케이블TV는 올 하반기부터 지역 내 다문화 가족 구성원이 참여하는 요리 프로그램을 방송할 계획이다. 씨앤앰미디어원 경기보도제작팀 한창준 차장은 "고양시는 다문화 가정이 많은 동시에 음식문화가 발전한 곳"이라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사회적 주제를 일상의 소재로 풀어나가려는 의도다.

위성 TV 채널 역시 이런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15일 아리랑TV의 어린이 영어 퀴즈쇼 'SuperKids'에는 아시아 국가들의 문화를 소재로 삼은 '다문화 퀴즈' 코너가 신설됐다.

첫 회에서는 베트남, 두 번째 회에서는 필리핀을 다뤘다. 어린이의 흥미를 끌기 위해 각국의 전통 의상과 소품이 무대에 총동원된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김도현 PD는 "다문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린이의 시각을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카이라이프의 오디오음악방송에서는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 태국의 언어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들을 수 있다. 음악과 교양 관련 내용 뿐 아니라 육아, 보건의료, 가정법률상담, 취업정보 등의 내용을 담음으로써 청취자의 생활에 밀착된 방송을 지향한다.

IPTV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기술적 기반을 활용한 다문화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KT '메가TV'에서는 KBS 프로그램을 베트남어, 태국어, 필리핀어, 중국어 자막으로 시청할 수 있다.

다문화 방송의 포맷이 다양해졌다는 사실이 바람직한 '다문화'를 담보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양한 문화적 가치가 민주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다문화의 의미라면, 이런 변화는 하나의 '통로'로서 주목해 볼만 하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