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의 정신] 위스토프 드라이작 (WUSTHOF)칼날 손잡이 하나로 된 주방용 칼… 요리사들 사이서 더 유명

오랜 전통과 뛰어난 기술로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온 명품 브랜드는 고유한 철학과 깊은 정신을 담고 있다. <명품의 정신> 코너는 오늘날 '고가의 상품'을 대체하는 말이 되어버린 '명품'의 참뜻을 되새기고, '자본'이 아닌 '사람을 향한 존중'을 우선하는 명품 기업의 정신을 높이 평가, 명품이 지닌 문화적 의미를 폭넓게 전하고자 한다. 소개되는 명품은 단순히 이름이 많이 알려지거나 고가 위주의 브랜드가 아닌,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한 물건에 대하여 특정한 의미를 갖고 있는 제품이 될 것이다.


주방에서 가장 중요한 조리도구는 칼이다. 음식의 맛을 좌우하는 신선한 재료만큼 칼은 요리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도구이다.

음식에 따라, 의도에 따라 적절한 크기로 재료를 자르는 것은 무엇보다 맛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칼, 칼질은 요리의 시작이라고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주방장에게 칼의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

칼에도 명품이 있다. 주방장뿐 아니라 음식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중요한 칼은 신중하게 선택되어야 한다. 명품 식도는 일반식도에 비해 고가지만 평생 사용을 가능하게 한다.

'드라이작'으로 알려진 독일제 주방용 칼은 사실 일반인들 사이에서보다 요리사들 사이에서 유명한 칼이다. 삼지창이라는 뜻의 드라이작은 독일 졸링겐에서 시작됐다.

1814년 설립된 위스토프 드라이작사는 지금까지 6대에 걸쳐 독일에서만 칼을 생산하는 것이 특징으로 최고급 식도와 주방기구를 함께 생산하고 있다. 빨간 사각 바탕에 삼지창의 모양으로 디자인된 마크는 1895년부터 사용됐다.

드라이작이라는 이름이 낯설다 해도 칼날과 손잡이가 통으로 만들어진 식도를 생각하면 어떤 칼인지를 금방 떠올릴 수 있다. '하나의 철판으로 이루어진 칼'은 드라이작이 유명한 대표적 이유 중 하나이다.

이 칼의 가장 큰 장점은 내구성이다. 칼을 오래 사용하다보면 칼날과 손잡이를 연결한 이음새부분에 틈새가 생기면서 헐거워지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칼날과 손잡이가 하나로 만들어진 드라이작은 이음새부분이 없기 때문에 오랜 시간 사용해도 헐거워질 일이 없다. 또한 통으로 만들어져 손잡이와 칼을 연결하는 부분에 미세한 틈이 생기면 녹이 슬거나 이물질이 끼는 경우도 있는데 드라이작의 '통 칼'은 미관과 위생상의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한다.

우리나라 주부들이 김장철에 피해갈 수 없는 힘겨운 노동 무채 썰기는 장시간의 칼 사용으로 손에 물집을 남기기도 한다. 칼에 연결된 각이진 손잡이로 인한 상처는 손잡이와 칼날이 하나로 이어져 있는 드라이작으로 피해갈 수 있다. 칼날의 몸체로부터 이어진 손잡이는 유기적인 모양으로 손을 편하게 해준다.

1-드라이작은 식도 외에도 다양한 주방기구들을 생산하고 있다.
2-드라이작 클리식 시리즈. 칼날의 모양과 크기에 따라 용도가 결정된다.
3-드라이작의 그랑프리 시리즈
4-드라이작 쿨리나 시리즈
5-드라이작 그랑프리 시리즈
6-전문가를 위한 드라이작 쿨리나

편안한 사용감은 칼이 지녀야 할 기본요소 중 하나이다. 요리가 직업인 요리사들 사이에 드라이작이 유명한 이유도 바로 이러한 점이다.

요리사들과 칼의 관계는 음악가들과 악기와의 관계 같은 것이다. 좋은 악기가 좋은 소리를 내는 것처럼 좋은 칼은 훌륭한 음식을 만든다.

좋은 칼은 요리사의 피로를 줄여줄 만큼 작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요리사에게 칼은 화가의 붓, 헤어디자이너의 가위와 같이 매우 필수적인 도구다.

요리사들이 드라이작을 사용하는 또 다른 이유는 '예리한 칼날'이다. 이는 요리사뿐 아니라 주방에서 음식을 하는 모든 사람의 기본적인 바람이기도 하다.

드라이작은 최첨단 날을 이용해 예리한 칼날을 지녔다. 스테인스틸이 아닌 최고의 탄소를 사용하는 것은 드라이작의 오랜 전통으로 이음새가 없어 철저한 위생 상태를 유지시켜주는 손잡이의 설계와 함께 드라이작의 최대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인체공학적으로 만들어진 드라이작의 칼은 칼날과 손잡이에 대한 길이와 무게의 비율로 커팅을 위한 완벽한 환경을 제공한다.

1895년에 프랑스 파리에 세워진 르꼬르동블루(LE CORDON BLUE)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요리학교다. 세계 유명 주방장들의 기준에 따라 요리사들을 위한 모델을 개발한 드라이작은 이 요리학교와 독점 계약을 맺고 칼을 공급해오고 있다.

고도의 컷팅 기술로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드라이작의 성능이 이곳의 요리사들에 의해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르꼬르동블루는 국내 숙명여자대학교 내에도 설립되었는데 이곳에서도 드라이작 르꼬르동블루 컬렉션이 사용되면서 국내에도 그 명성이 알려지게 됐다.

이밖에도 그랑프리(Grand Prix), 클래식(Classic), 쿨리나(Culinar) 등의 시리즈로 이루어진 드라이작의 날은 절삭력이 뛰어난 독일제 고탄소강 스테인레스스틸과 크로니윰, 몰디브데늄, 바나듐의 합금체로 제작된다.

수많은 음식과 조리법에 맞게 고안된 120여 종이 넘는 다양한 칼은 빵, 야채, 고기, 과일 등을 이용한 모든 요리에 편안하게 사용되어 세계 어느 나라의 음식과도 궁합을 잘 이루어낸다.

드라이작의 그랑프리와 클래식은 1998년 미국 소비자보고서에 의해 '세계에서 가장 좋은 칼'에서 각각 1위와 2위로 선정됐고 2000년에는 독일 백화점·전문점 소비자협회의 투표에서 드라이작이 가장 우수한 회사와 제품으로 선종됐다.

또한 드라이작의 클래식 시리즈는 영국의 런던 타임즈로부터 주방의 왕으로 명명됐으며 쿨리나는 영국 BBC를 통해 모든 칼을 능가하는 명품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러한 공식적인 기록 말고도 드라이작의 역사에서는 그 가치를 충분히 찾을 수 있다. 드라이작은 창립자의 대를 이어가며 195년간 역사를 지켜왔다.

그 오랜 시간동안 유일하게 식도의 전 생산 공정을 갖춘 공장 한 곳에서만 생산되어 왔고 고열단조와 담금질, 연마, 호닝 등 식도의 모든 제작과정이 이곳에서 직접 이루어진다.

가족경영을 바탕으로 현재 6대와 7대에 의해 운영되는 드라이작은 70여 개 국가로 수출되는 칼이지만 세계인을 위한 드라이작을 만드는 사람들은 몇 되지 않는다.

명품가방제작과 보석세공에만 장인이 있는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 드라이작을 지켜온 장인들은 최고품질의 칼을 만들어왔으며 식도 하나만을 위한 정성은 오늘날 더 높이 평가된다.

좋은 칼을 만들기 위한 드라이작의 관점은 200년에 가까운 시간을 거쳐 하나의 명작이 됐다. 드라이작이 쌓아온 노하우는 '유행에 민감한 현대인도 평생 사용하고 싶어하는 식도'로 증명된다.



글 최유진 미술세계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