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展

1-이수동‘사랑’ 2-야요이 쿠사마 ‘flower’ 3-박방영 ‘꽃이 피는 날’ 4-천경자 ‘여인’ 5-마크 퀸 ‘revised’
1-이수동'사랑' 2-야요이 쿠사마 'flower' 3-박방영 '꽃이 피는 날' 4-천경자 '여인' 5-마크 퀸 'revised'

“얘야, 걱정은 그만 하고 나가서 꽃 핀 것 좀 보렴.”

평생 정원을 가꾸며 살았던 동화작가 타샤 튜더는 딸이 전전긍긍할 때마다 이렇게 김을 쏙 빼 놓았다고 한다. 이 즈음이면 어김 없이 그 말이 생각난다. 오밀조밀한 개나리에서부터 소담한 목련까지, 필 때가 되었다.

금새 벚꽃이 흐드러질 테고 사람들은 그 아래 자리를 깔고 앉아 찬란한 한 때를 마냥 지낼 것이다. 이런 낭비를, 누가 탓할 수 있을까. 무엇이 감히 꽃을 보는 즐거움보다 중요하다 하겠는가.

봄이니까 마음껏 꽃을 봐야 한다. 시름도 고단함도 중하고 급한 어떤 일이라도 제쳐두고 그 지극하고 흥겨운, 잔치 같은 모양과 색들을 만끽해야 한다. 마침 꽃 작품이 잔뜩 핀 전시도 열린다. 63스카이아트에서 열리는 ‘꽃밭에서_In the Flower Garden’ 전이다.

꽃을 소재 삼은 작품 50여 점을 모았다. 김근중, 김환기, 박방영, 이대원, 이수동, 이왈종, 천경자 등 국내 주요 화가는 물론 로메로 브리토, 앤디 워홀, 마크 퀸, 마르크 샤갈, 야요이 쿠사마 등 해외 작가들의 작품들도 포함됐다. 장르도 회화에서 조각, 미디어 아트까지 망라했다.

6-김민수 ‘현대인의 부귀영화2’ 7-마르크 샤갈 ‘꽃다발을 든 여인’ 8-사석원 ‘당나귀’
6-김민수 '현대인의 부귀영화2' 7-마르크 샤갈 '꽃다발을 든 여인' 8-사석원 '당나귀'

전시는 네 부분으로 나뉜다. ‘뷰티 가든’은 꽃 그 자체의 물성을 최대한 살린 그림들이 주주를 이룬다. 만져질 듯 탐스러운 작품들이다. 박방영의 ‘꽃이 피는 날’이나 마르크 샤갈의 ‘꽃다발을 든 여인’ 앞에서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을 도리가 없다. ‘판타스틱 가든’에서는 작가의 사전 속에서 재개념화된 꽃들을 볼 수 있다.

천진한 선과 색의 구도 안에 장미꽃 진 당나귀의 배치가 재미있는 사석원의 ‘당나귀’가 그 예이다. ‘리크리에이션 가든’에서는 꽃의 고전적인 풍모가 현대적인 기호로 차용된 경우들을 만날 수 있다. 김민수 ‘현대인의 부귀영화’에서 욕망의 대상인 사물들과 어울린 꽃은 그것들의 헛됨을 은근히 조롱하는 것처럼 보인다.

‘플레이 가든’에는 서효정, 오창근, 정영훈 등 미디어 아트 작가들의 인터렉티브 작품이 전시된다. 꽃의 빛과 그림자를 직접 만지고 겪을 수 있다.

전시는 11월15일까지 이어진다. 봄 분위기의 향연으로 시작해 계절에 따라 구색을 바꿀 예정이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