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의 정신] 스와로브스키(SWAROVSKI)정교한 커팅과 세공이 만든 아름다움 보석의 반열에 올라

1-스와로브스키의 창립자 다니엘 스와로브스키 1세
2-귀여운 캐릭터 모양의 쥬얼리는 클래식한 디자인의 틀을 깼다. 크리스털로 장식된 제품에 대한 새로운 느낌을 심어준다
3-최초의 크리스털 마우스. 이는 크리스털 완제품을 생산하는 사업부가 설립되는 계기가 됐다
4-스와로브스키의 클러치 백

크리스털하면 떠오르는 것은 화려한 샹들리에, 조각장식이 된 잔 혹은 투명하게 빛나는 동물모양의 장식품이다. 일반적으로는 ‘유리’로 인식되어있지만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 쥬얼리는 두말 할 나위 없이 보석으로 분류된다.

한때 보석의 한 가지 종류로 인식됐을 정도로 스와로브스키의 이름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스와로브스키가 크리스털이 아닌 또 다른 보석으로 느껴졌던 것은 보통의 크리스털보다 커팅이 훨씬 정교하고 빛이 매우 뛰어난 이유 때문이었다.

스와로브스키는 ‘크리스털’하면 떠오르는 크리스털 세공의 대명사이다. 크리스털 쥬얼리뿐 아니라 홈데코레이션 등, 패션 전반에 사용되는 크리스털을 생산하는 기업인 스와로브스키는 100년이 넘는 긴 역사를 지니고 있다.

샹들리에에 달린 크리스털 조각들을 보석이라 하기엔 좀 망설여지지만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은 여느 보석보다 빛나는 광채를 낸다.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이 유명한 이유도 바로 커팅기술에 의한 아름다운 빛 때문이다.

유리세공사였던 다니엘 스와로브스키 1세(Daniel Swarovski Ⅰ)에 의해 크리스털 커팅에 새로운 혁신을 일으킨 스와로브스키의 역사가 시작됐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한 작은 공장에서 2년간의 견습기간을 마친 다니엘 스와로브스키가 크리스털 원석을 세공하고 다듬는 최초의 기계를 발명한 것은 1892년.

그는 3년 후인 1895년 스와로브스키를 설립한다. 그가 발명한 세공기법은 크리스털을 더욱 투명하게 반짝이게 하는 기술력으로 업계에 대변혁을 가져왔다.

초기에 정교한 커팅 크리스털만을 생산했던 스와로브스키는 1931년 크리스털로 장식된 봉제용 리본을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크리스털의 한계를 깨기 시작했다.

북극광선에서 영감을 얻어 다채로운 빛을 뿜는 오로라 보레알리스 효과를 발명하고 다양한 재료에 크리스털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핫 픽스 등의 개발을 이루어내는 등 스와로브스키의 획기적인 발명과 개발은 기업의 성공은 물론 새로운 패션 아이템들의 출시로 이어져 패션산업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다이아몬드보다 훨씬 저렴하지만 여느 보석보다 투명하게 반짝이는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은 보석상들과 의상디자이너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기에 충분했다.

가공되지 않은 크리스털을 생산해온 사업부외에 쥬얼리 등의 패션 액세서리, 오브제 및 홈데코레이션 제품 등 완제품을 생산하는 스와로브스키의 사업부는 동물모양의 장식품을 통해 1970년 중반에 설립됐다.

크리스털로 만들어진 동물 모양 등의 장식품들은 우연적으로 탄생된 최고의 컬렉션이다. 1976년 샹들리에의 조각들을 장난삼아 접착제로 붙이다가 쥐 모양을 발견한 한 장인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스와로브스키를 대표하는 장식품 컬렉션이 된 것이다.

이는 인스부르크 동계 올림픽 게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기념비적인 제품으로 스와로브스키내에 사업부를 신설, 자연에 경의를 표하는 크리스털 컬렉션 실버 크리스털을 탄생시킨 계기가 됐다.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 장식품은 스와로브스키 애호가들의 모임을 만드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1980년대 설립된 SCS는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소사이어티(Swarovski Crystal Society)로 멤버들은 크리스털의 미에 심취해 여러 컬렉션을 수집한다. 현재는 전 세계 35개국의 40만 명의 회원들로 구성돼 있다.

5-크리스털로 장식된 작고 앙증맞은 로봇 모양의 USB 메모리
6-크고 작은 여러 색의 크리스털로 장식된 스와로브스키 목걸이

스와로브스키는 1977년 미국을 시작으로 쥬얼리와 패션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뛰어난 가공력으로 만들어진 쥬얼리 제품들은 눈으로 보기만 해도 구분해 낼 수 있을 정도로 차별화됐다.

크리스털이 촘촘하게 박힌 크리스털 매쉬나 매우 작은 입자로 만들어진 크리스털을 직물에 뿌린 크리스털 패브릭은 스와로브스키가 개발한 크리스털 가공 기법에 의한 것으로 이를 이용한 패션제품들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지금도 커팅기술력에 있어 단연 최고로 꼽히는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은 액세서리는 물론 USB 메모리나 이어폰 등의 실용과 패션을 합친 액티브 크리스털을 통해 선보여지고 있다.

목걸이와 귀걸이 등 크리스털 쥬얼리는 목에 걸고 귀에 거는 장신구이지만 완성된 형태의 쥬얼리가 아닌 컷팅된 크리스털만을 생산했던 스와로브스키의 시작은 처음부터 이러한 한계로부터 자유로웠는지 모른다.

현재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은 패션과 건축 분야 등의 여러 제품을 통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벽지, 냉장고, 에어컨 등의 전자제품, 장식품, 안경, 청바지와 핸드백까지, 크리스털은 이제 모든 제품을 장식하고 있다. 정교한 커팅과 세공으로 화려하게 빛나는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은 우리의 생활 전체를 감싸고 있다.

완벽하게 세공된 크리스털을 만들어내는 기술력은 스와로브스키를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유지시켜온 비법이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것은 물론 스와로브스키의 직원들 중에서도 극소수만이 알고 있는 세공기법은 스와로브스키가 오스트리아에 자리한 배경이기도 하다.

수공예 크리스털 세공의 중심으로 불리는 중앙유럽의 보헤미아는 태어나고 자랐지만 창립자 스와로브스키가 오스트리아 타롤 지방에 자리를 잡은 것은 자신이 발명한 기계에 대한 정보와 세공 기술력이 경쟁업체에 누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오스트리아와 인연을 맺게 된 스와로브스키는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됐으며 본사 근처에 위치한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월드는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

‘크리스털은 과연 보석일까, 아닐까’하는 질문에 스와로브스키는 명쾌한 해답을 제시했다. 스와로브스키는 유리로 저평가되던 크리스털을 보석의 범주로 끌어올렸다.



글│최유진 미술세계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