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홍 에이션 패션 대표스타 마케팅 없이도 폴햄 다년간 캐주얼 부문 1위의 비결 공개

2004년 론칭 이후로 5년간 업계 1위, 매출 1000억원 돌파. 스타 마케팅 한 번 하지 않는 브랜드에서 어떻게 이런 힘이 나온 것일까? 폴햄의 화려한 성공 뒤에는 에이션 패션의 박재홍 대표가 있다.

보우 타이 차림으로 사내 카페테리아에서 기자를 맞은 그는 금요일이 직원들의 맵시를 뽐내는 ‘맵시 데이’라 특별히 보우 타이를 했다고 설명했다.

금요일이 ‘맵시 데이’라면 다른 날에도 각각 테마가 있나

수요일은 ‘매치 데이’로 부서별로 게임을 하고 놉니다. 목요일에는 ‘미디어 데이’로 같이 영화를 보러 가죠. 그저 저희끼리 놀기 위해 이런 것들을 만들어 3년째 하고 있습니다. 기업 문화를 만드는 데 거창한 일들은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폴햄은 다년간 캐주얼 부문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그 원동력 역시 문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물론 여러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디자인, 컬러, 예쁜 매장 등등. 하지만 한 가지를 이야기하라고 하면 아이덴티티를 말하겠습니다. 고객에게 ‘우리는 어떤 기업이다’라고 알리는 거죠. 기업이 단순히 멋있는 옷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의식을 가지고 메시지를 던질 때 그 기업에는 영속성이 생깁니다.

폴햄이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브랜드가 론칭된 2004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해피 프라미스’ 캠페인을 진행 중입니다. 지난 번 주제는 지구 온난화였습니다. 뉴욕의 유니온 스퀘어에서 비보이 그룹 ‘맥시멈 크루’와 퍼포먼스를 진행했죠.

환경을 살리기 위해 우리가 실천해야 할 7가지 행동 강령을 안무로 표현해 사람들에게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전달했습니다. 이번에 말하고자 하는 것은 슬로 라이프로, 진짜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자는 것입니다.

궁금한 것은 단순히 좋은 일을 한다고 해서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저희도 처음에는 의구심이 있었습니다. 스타 마케팅으로 단숨에 인지도를 높이고 싶은 유혹도 있었죠. 그러나 단호하게 뿌리쳤습니다. 폴햄의 옷이 멋지다는 것은 매장을 통해서도 충분히 알릴 수 있으니까요.

슬로 라이프의 경우 탤런트 김소연 씨가 멕시코로 건너가 그곳 아티스트들의 여유로운 삶을 소개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습니다.

소비자들은 TV를 통해 폴햄의 옷을 입은 연예인들이 지구와 사회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던지는 것을 보게 되죠. 그때 소비자들의 뇌에 각인되는 폴햄의 이미지는 단순한 의류 브랜드 그 이상입니다.

요즘에는 너도나도 기업 성장을 이야기할 때 문화를 빼놓지 않고 있다

중요한 것은 철학을 가지고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처음 문화 경영을 시작할 때 결심한 것이 진정성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하자는 것입니다.

단발성 마케팅으로 끝내거나 남의 문화 활동을 뒤에서 후원하는 식의 소극적인 방법으로는 오래 가기 힘듭니다. 성과가 금방 눈에 보이는 일이 아니거든요. 타협 없는 신념이 필요합니다.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목표가 무엇인가

세계인에게 폴햄을 입히는 것이죠. 아마 그때쯤이면 차곡차곡 쌓아온 문화 정체성이 수 조원 이상의 막강한 가치를 발휘하게 될 것입니다. 그때 반드시 하고 싶은 것은 한국의 문화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한국 문화는 한복에만 있는 것이 아니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문화를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한국 브랜드뿐입니다.



황수현 기자 soo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