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줄리안오피(Julian Opie) 개인전

(좌) Caterina dancing in denim skirt, 2009 (우) Caterina dancing in black dress, 2009

줄리안 오피는 중요한 작가다. 팝아트적 경향으로 현대 영국미술을 대표한다. 그의 작품은 테이트 모던, 뉴욕 현대미술관, 동경 국립현대미술관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줄리안 오피는 주목받는 작가다. 침체된 미술시장에서도 그만은 승승장구다. 작품이 1억 원 내외에 거래된다.

미술사적 가치와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그야말로, ‘팝’적 ‘아트’의 적자다.

쉬워 보인다. 그러나 눈속임이다. 이 이미지들의 고유성은 그 단순함을 추출하는 ‘과학적’이자 ‘장인적’인 작업 과정에서 온다. 그는 컴퓨터 작업을 통해 직접 촬영한 사진, 단편 영화의 스틸 사진 같은 원본을 생략하고 또 생략한다. 모든 수식과 맥락을 발라낸다. 그렇게 뼈대만 남긴다. 정수, 혹은 지극한 보편성으로서의 고유성.

형식적으로도 그렇다. 그의 작품들은 프린트나 비닐을 컴퓨터로 ‘재단’하여 캔버스에 덧씌운 것이다. 기(技)술과 인(人)술의 조화다. 작가의 감정과 호흡을 감지하기 어려운 색채는 사실, 작가가 엄격하게 통제한 결과다.

1-Caterina in the living room, 2009
2-Ken leaves work early, 2009
3-Caterina dancing in jeans, 2009
4-Caterina dancing in black trousers, 2009
5-Ann dancing in sequined dress, 2009

저 간결한 형상은 이런 아이러니를 품고 있다. 기계적인 추상성과 오직 생명체에서만 우러나는 원시적 기운이 공존한다. 그것이 쿨하게 생동하는 리듬감의 정체다.

그러나 그렇다고 지레 심각해질 필요는 없다. 영국에서 그의 작품은 일상적으로 경험된다. 달력과 포스터, CD 커버에서 스크린세이버와 잡지 표지, 쇼윈도부터 지하철 환승통로까지 가능한 모든 면이 프레임으로 쓰인다. 일상의 맥락에서, 이해되기 이전에 친숙하게 감각되려는 의도다. 그가 예술적이면서도 ‘민주적’인 작가라고 일컬어지는 이유다.

줄리안 오피만이 낼 수 있는, 그러나 누구에게나 고르게 매력적인 저 리듬감을 만끽하는 것이 그와의 첫 대면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다. 마침 너무 복잡하지도, 너무 얕지도 않은 활기가 절실한 시절이 아닌가.

줄리안 오피의 첫 국내 개인전이 5월31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위치한 국제갤러리에서 열린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