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저널 어디로 가나] 재정 어려움·불안정한 수익구조로 'Film2.0' '프리미어' 등 잇따라 문닫아대중성 지양하고 타깃 독자층 맞춰 특화된 기사로 승부해야

영화잡지의 ‘부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말 ‘Film2.0’이 발간을 중단했고 지난 3월에는 ‘프리미어’가 문을 닫았다. ‘남겨진 자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애도를 표했다. 오동진 기자는 지난 달 3일 ‘무비위크’에 실린 칼럼 ‘‘Film2.0’과 ‘프리미어’, 그리고 남겨진 자들’을 통해 “요즘 영화 저널 환경을 보고 있으면 이건 공포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는 추도사를 읊었다.

“영화 저널은, 없어지고 있는 것도 알아주지를 않는다. 저널이 망하면 영화도 망한다. 그 역(逆)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어디까지 추락할 것인가.” ‘씨네21’은 지난 달 28일, 영화잡지의 문제점을 돌아보고 타개책을 모색하는 기사를 실었다.(‘영화잡지의 길을 묻다’) 기사는 “한국의 영화지, 아직 안 죽었다. 이들은 모두 새로운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라는 선언으로 시작했다.

영화잡지 시장의 위기

이제 와 위기의 원인을 분석하는 것은 새삼스러워 보일 정도다. 서울아트시네마 김성욱 프로그래머의 말마따나 “영화잡지의 재정적인 어려움은 언제나 존재해왔다.” ‘키노’와 ‘로드쇼’, ‘씨네버스’ 등이 비슷한 이유로 사라졌다. 시장의 논리는 사태를 간단히 정리한다. 늘 독자 수가 제작비용을 충당할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최근 상황이 더욱 혹독해진 탓도 있다. ‘씨네21’의 김충환 경영기획부장은 ‘영화잡지의 길을 묻다’에서 “한국영화 제작편수가 줄어들면서 영화광고가 줄었고, 경기불황 때문에 일반 기업광고가 줄었다. 게다가 환율 인상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입 종이 가격이 무려 30% 정도 인상되면서 잡지 제작 원가가 상승한 게 결정타였다”고 말했다.

수익원을 확보하는 시도는 꾸준히 있었다. 엔터테인먼트로 방향성을 틀거나, 단행본을 출간하고, 포털에 콘텐츠를 공급했다. 독자층과 콘텐츠 플랫폼을 넓히는 의도였다.

하지만 안정적인 수익구조는 만들어지지 못했다. 온라인으로 확장, 혹은 온라인과 공존하는 부가 사업들은 오히려 부메랑이 되었다. 한 전직 영화잡지 기자는 “포털에 콘텐츠를 판매한 것이 가장 큰 실수”라고 말했다. 그것이 오프라인 매체의 기반을 뒤흔든 결정적 요인이었다는 뜻이다.

영화잡지 자체의 시장성은 한계에 다다른 것일까. ‘씨네21’의 고경태 편집장은 현재 재정적으로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사업이 “자회사 ‘씨네 21i’를 통한 ‘영화 콘텐츠 다운로드’”라고 말했다. 영화 판권을 확보해 웹하드 쪽에 공급, 유통하는 것이다. ‘씨네 21’은 1995년 창간된 후 4~5년간은 잡지 판매와 광고 수익만으로 모회사인 '한겨레신문사’를 ‘먹여 살린다’는 소문이 있었던 매체다.

시장의 압박을 받는 것이 영화잡지만은 아니다. 좁게는 문화잡지, 넓게는 오프라인 매체 전체의 어려움이라는 맥락이 있다. 장르문학 전문지 ‘판타스틱’의 편집위원이기도 한 김봉석 영화평론가는 작년 11월 ‘한겨레21’에 기고한 ‘한국의 문화잡지는 왜 늘 망하나’에서 한국의 문화잡지는 “광고 시장에서 독립된 범주로 분류되지 않고 패션잡지와 경쟁하기 때문에 문화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국사회에서 문화를 소비하는 층은 ‘20~30대 여성’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김봉석 평론가가 내놓은 방책은 철저한 타깃 마케팅이다. 지난 달 27일 영화 블로그 ‘익스트림 무비’에 실린 ‘영화매체 이대로 좋은가’에 대한 대담에서 그는 “광범위한 독자를 대상으로 한 어중간한 방향의 잡지, 특히 종이 매체는 실패했다고 본다”며 차라리 “소수 독자층에 초점을 맞추되, 그 수익만으로도 유지될 수 있을 정도로 제작비용을 낮추는 것이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는 영화잡지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도, 전혀 새로운 대안도 아니다. 이미 2004년에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심재철 교수는 '디지털 시대에 국내 잡지의 나아갈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첫째,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 등장을 두려워하기보다 이 분야의 기술 개발이 잡지의 질적 향상을 위해 어떠한 기여를 할 수 있는지 찾아낼 것. 둘째, 시장분할을 이룰 것. 잡동사니식 편집을 지양하고 타깃 독자층에 맞추어 기사 내용을 재단할 필요가 있다. 셋째, 잡지는 주요 독자층에 맞추어 기사 내용을 특성화할 것.

그렇다면 현재 영화잡지의 잇단 폐간은 무엇보다 시장에서의 판단 착오 때문이다. 여러 영화잡지가 ‘대중성’을 지향했다. 장병원 전 ‘Film2.0’ 편집장의 말마따나 “영화잡지는 대중잡지가 아니다. 잠재적 독자를 포획할 수 있는 구조라면 대중적으로 가는 게 맞지만 모든 영화 매체의 독자 수를 합쳐도 5만 명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볼 수 있다.

대중적 영화잡지의 사회적 맥락

그러나 이 모든 현상을 ‘과욕’이 빚어낸 매체 사업 전략상 실책으로만 볼 수 있을까. 수익에 대한 고려 외에도, 한국 영화잡지에는 여러 문화 장르를 포괄하며 넓은 독자층을 대상으로 삼게 된 배경이 있다. 많은 이들이 19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대중문화 전반을 이끌어 온 영화의 역할을 지적했다. 그 와중에 영화잡지 역시 한국문화의 ‘오피니언 리더’로 활약했다. 그것이 전문 비평지를 지향한 ‘키노’ 대신 ‘씨네 21’이 살아남은 배경이기도 했다.

1997년 한국언론학회 학술지 ‘저널리즘 비평’에 실린 광주대 김서중 출판광고학과 교수의 ‘씨네21’ 비평에는 당시 영화잡지에 대한 기대가 잘 드러난다.

“영상산업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하면서, TV 매체보다 훨씬 환상적이고 도전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영화는 사회적으로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들의 새로운 관심사로 등장하였다. 이의 반영이자 동시에 이러한 새로운 열기에 불을 지핀 것이 2년 전부터 시작된 영화에 관한 전문잡지들의 등장이었다.(중략) 월간지인 ‘키노’나 주간지인 ‘씨네 21’의 등장이 바로 그러한 예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씨네21’은 ‘한겨레21’의 성공과 한겨레신문의 성격에 비추어, 그리고 주간지로서 대중성에 기초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현상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씨네21’이 “영화산업을 둘러싸고 있는 만화, 뉴미디어 등의 영상산업 전반에 걸쳐 분석하고 그 흐름을 읽게 하는 기사를 제공”하는 것을 “진일보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소개했다.

1990년대 영화의 중요성은 영화계의 지각변동에서 기인한 측면이 컸다.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이상길 교수는 ‘1990년대 한국 영화장르의 문화적 정당화 과정 연구’에서 1990년대가 “한국영화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난 연대”라고 지적했다. 이 시기 영화계는 비로소 자율성을 획득했고, 더불어 ‘방화’로 평가절하되었던 한국영화의 위상이 감상할 만한 예술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정치적 목적으로 영화 제작을 통제했던 박정희 정권이 끝났고, 1980년대 중반 영화법 개정으로 한국영화제작과 외화수입권을 연계시킨 법이 폐지되었다. 1987년 민주항쟁이 일어났고 1980년대 말 영화시장이 개방되었다. 이후 한국영화제작사가 급속하게 증가하면서 영화 시장이 ‘정상화’되었다.

그것이 당시 젊은 엘리트층이 영화계로 모인 계기였다. 영화가 문학, 음악, 미술 등 다른 문화 장르와는 다르게 ‘순수’와 ‘대중’을 오가는 영역이라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문재철 교수가 지적한 대로 “문화운동이 정치적으로 주목”할만한 장르로서의 요건을 갖추고 있었다.

영화잡지를 비롯한 영화저널은 이런 시대적 분위기에 동참했다. 1990년대 ‘씨네21’ 기자였던 명지대 영화뮤지컬학부 김영진 교수는 당시 영화잡지가 “새로운 것을 끌어낸다는 기운이 강했다”고 회고했다. “아직 변방에 있던 한국영화가 서서히 주류에 오르는 과정을 함께 했다. 예술, 독립영화를 이슈화하기도 하고 10주간 계속 기사를 써 검열 철폐에도 공헌했다.”

‘시장’은 정치 영역의 대척점에서 상대적으로 ‘진보’의 의미를 부여받았다. 여러 영화평론가가 시장의 편에 섰다. 영화평론가 이정하는 1993년 월간지 ‘길’에 기고한 ‘문화기획/영화산업시대의 영화읽기-영화는 예술이 아니라 산업이다’라는 글에서 “70, 80년대 통제와 기득권 유지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영화계에 대자본이 뛰어들고 있다”는 점을 “한국영화의 희망”의 근거로 들었다. “낡은 관행이 청산되는 방향으로 산업구조가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었다.

한국 자본으로 형성되는 영화 산업은 미국 직배사에 대한 저항으로도 읽혔다. 같은 글에서 이정하는 “한국의 배급업자들과 극장주들, 그리고 새롭게 유입되는 자본이 연합하여 강력한 직배구조를 형성하지 않는다면 미 직배사에게 모든 실권을 넘겨주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당시 영화는 정치, 경제적 변동의 중심에 있었던 문화로, 한국사회를 읽고 내다볼 수 있는 프리즘인 동시에 변화에 대한 희망이 투영된 모티프였던 셈이다.

산업과 저널의 공생관계가 낳은 한계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영화산업과 영화저널의 ‘공생관계’는 한계에 다다랐다. 산업의 힘이 커지며 취재가 마케팅에 포섭되는 역전(逆轉)이 일어난 것이다. 영화 개봉을 앞둔 제작사가 현장공개, 기자간담회, 감독과 배우 인터뷰 등의 ‘공식 행사’를 진행하고 영화저널이 그것을 보도하는 관행이 생겼다. 장병원 전 ‘Film2.0’ 편집장은 이런 “취재의 ‘룰’이 생기면서 영화잡지 스스로 의제 설정하는 역할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대중적’인 영화잡지가 동시에 수행했던 두 가지 기능, 즉 정보 전달과 문화 담론 생산 모두에 악영향을 끼치는 상황이었다. 마케팅 관행에 기대어 알아낼 수 있는 정보들은 얕고 진부했다. 인터넷이나 영화제 등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가 넓고 깊어진 것에 비하면 더더욱 그랬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김소영 교수는 “인터넷 상 블로그나 카페에서 홍콩영화, 일본영화, 장르영화 등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있는 필자들을 접할 수 있어 독자들이 이전만큼 많은 저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 않다. 개봉작 이외의 영화들을 소개해주는 기능은 영화제 쪽으로 옮겨갔다”고 말했다.

한편 논쟁을 불러일으킬 만큼 영화산업에 삐딱하거나, 반하는 시각을 갖기에는 영화잡지는 영화산업과 너무 밀착해 있었다. 광고가 끼어들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몇몇 영화잡지들이 영화사와 ‘표지 거래’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고경태 ‘씨네21’ 편집장은 “영화잡지도 언론인데 광고주와 긴장관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영화잡지의 편집 방향이 마케팅의 유혹에 취약했던 것은 대부분의 영화잡지가 주간지로 발행되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씨네21’ 이전 ‘한겨레21’, ‘한겨레신문’의 문화생활매거진 섹션 ‘Esc’를 맡았던 고경태 편집장은 “영화잡지의 시스템은 매주 그때 그때 만들어지는 측면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긴 호흡으로 의제를 설정하고 취재 보도하기 어려운 분위기라는 것이다. 장병원 전 ‘Film2.0’ 편집장 역시 “영화잡지의 산업지향적 성격과 시의적 성격은 맞물린다”고 지적했다.

영화계의 자기 성찰, 위기를 기회로 만들까

결국 콘텐츠의 문제이고, 나아가 정체성의 문제라는 점에서 영화잡지를 둘러싼 영화계 내부의 자기 성찰이 치열하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영화잡지가 사라진다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은 공공연했다. 그것은 한 전직 영화잡지 기자의 말처럼 가깝게는 “좋은 평론가의 글을 읽을 수 있는 지면이 사라진다”는 뜻이고, 총체적으로는 “영화를 영화이게 하는 논쟁과 담론의 공간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영화잡지의 콘텐츠와 정체성의 향방에 대한 고민은 시장에서의 전략에 대한 고민과 떨어져 있지 않다. 예를 들면, 많은 이들이 언급한 영화잡지의 ‘전문성’ 수립은 세분화된 독자의 기호를 충족하는 일이기도 하다.

‘전문성’은 방점을 ‘영화’에 찍느냐, ‘잡지’에 찍느냐, 혹은 ‘저널’로서의 영화잡지에 찍느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중앙대 문재철 교수는 “학계와의 연계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학문적 연구가 독자가 모르는 정보를 생산하는 원천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김소영 교수도 “영화학계의 지식인들이 공적으로 발언할 수 있는 담론의 공간으로서 정보와 깊이를 갖춘 편집방향은 아직 유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문학에서의 ‘창작과 비평’, ‘문학과 지성’ 같은 성격의 영화저널이다. 김봉석 영화평론가는 “독자 취향이 다양한 만큼 시의적이고 잡다한 성격의 매체에도 제 기능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영화잡지’를 표방한다면 “영화를 중심에 두고 다른 문화 장르를 끌어안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명지대 김영진 교수는 영화에 대한 지식과 동시에 현장 취재에서 나오는 전문성을 언급했다. 하다못해 “촬영장이라도 여러 번 가본” 흔적이 있는 기사가 전문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논의되는 영화잡지의 ‘전문성’은 시장성을 배제하고 ‘예술’로서의 영화의 입지만을 주장하는 당위가 아니다. 오히려 영화산업과의 건강한 긴장관계와 다양성을 통해 시장성을 갖추려는 고민이다. 김영진 교수는 “전문성이라고 하면 ‘키노’만을 떠올리는데 딱딱하고, 어렵고, 비대중적인 것은 전문성이 아니라 무능”이라고 말했다.

문재철 교수는 “1990년대는 영화가 ‘문화’로 떠오르며 영화잡지도 한꺼번에 다양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제는 영화잡지‘들’이 분화되고 관계가 설정될 시기라고 말했다.

그러려면 영화잡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 고경태 ‘씨네21’ 편집장은 “영화산업 쪽에서도 광고 효용만으로 영화잡지의 가치를 따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것이 꼭 영화에 대한 홍보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지점에서 영화 담론이 풍성해지는 것은 장기적으로 영화계에 “영양을 공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때 영화잡지가 대중문화의 첨병이자 성공적인 사업 모델일 수 있었던 것은 한국영화산업이 가진 상징성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영화산업의 ‘정치적’ 정당성이 유효하지 않은 시대에 그 공생관계는 외려 독이 되었다. 그 와중에 영화잡지들은 ‘독립된’ 영화저널로서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논의하고, 실천할 시기를 지나쳤다.

혹독한 외부 상황이 만든 위기 상황은 “영화잡지가 산업과만 공생할 것이 아니라 문화와도 공생할 노력을 해야 하도록”(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만들었다는 점에서 어쩌면 영화잡지의 판이 새로 짜이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영화잡지와 관련한 논의에는 문화 생산-소비와 창작-수용 메커니즘 속에서의 산업과 저널의 관계, 시장과 학계를 매개하는 ‘문화’ 저널의 역할 등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 수두룩하다. 그리고 이 논의의 결과는 비단 ‘영화계’에만 적용되지 않을 것이다.

영화잡지의 ‘부고’가 부디 ‘성장통’이길 바라는 이유다.

한국서 '에디터 시스템' 가능한가


대안의 하나로 꾸준히 제시되어 온 것이 '에디터 시스템'이다. 소수의 에디터가 기획을 맡고 프리랜서 기자, 평론가 등 전문가가 글을 써서 기고하는 형식이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에는 이런 시스템이 활성화되어 있다.

고경태('씨네21' 편집장) 그런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은 사실상 구조조정을 수반한다. 현재 상황에서 가능한 것인지 모르겠다. 한국은 일본처럼 프리랜서 기자층이 두텁게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과연 탐사 필요한 긴 호흡의 기사를 쓰는 것이 가능할까.

김봉석(영화평론가) 프리랜서 기자, 평론가 층이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다고 본다. 그런 사람들이 앞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시스템이 필요하다. 전문적으로 글 쓰는 사람들이 먹고 살기 위해 교수나 기자라는 직업을 갖지 않아도 될 테니까. 잡지는 무엇보다 '트렌디'해야 한다.

시류를 읽어내기 위해서 기자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데 현재 시스템에서는 어렵다. '에디터 시스템'이 다양성과 경쟁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장병원(전 'Film2.0' 편집장) 기본적으로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취재하는 사람에게도 동기 부여가 될 것이다. 하지만 실행 가능성은 사회 문화마다 다를 것 같다. 전문적인 프리랜서 기자가 활성화된 문화라면 가능하다. 발행주기도 문제인데, 현재 한국식의 주간지에서는 어려울 것 같다. 완성도 있는 월간지, 혹은 계간지가 만들어진다면 해 볼만 하다.

김영진(명지대 교수) 이런 시스템을 고려할 때가 됐다. 기존 시스템에서 기자의 전문성을 키울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영화잡지에 읽을 만한 글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현장에서 나오는 기사가 없다. 하지만 꼭 종이 매체로 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발달된 블로그 형식으로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영진위 '프레임'에 대한 기대와 우려


영화진흥위원회가 영화전문저널을 만들 계획이다. 강한섭 위원장은 지난 달 열린 '2010 영화발전기금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간담회에서 '비평산업지' 형태의 '프레임' 발간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진위 조사연구팀의 박안예슬씨는 "영화저널의 위기 상황에서 영화 담론을 조성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키노' 식의 전문적 비평과 한국영화산업 동향을 주 내용으로 한 저널이다.

장병원(전 'Film2.0' 편집장)수익성 고려하지 않는 '공공성' 지향 형태는 좋다. 현재 영화저널리즘의 문제인 화급한 이슈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좋겠다. 하지만 어떤 '꼴'이 될 것인지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편집권이 독립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문제다. 그리고 비평과 산업 동향이 섞인 내용은 반대다. 몇 차례 창간준비위원회가 소집되었는데 매체 자체에 대한 논의는 깊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

김봉석(영화평론가) 원칙적으로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국가 지원을 받아 객관적으로 질 높은 잡지가 만들어진다면 말이다.

김소영(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영진위가 내는 '프레임'은 걱정스럽다. 이전의 독립영화 저널 '넥스트 플러스' 지원까지는 좋았다.

문재철(중앙대학교 교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 한국 내 담론 담아내고 논쟁적인 이슈 만들어내야 한다. 영화학계 연구들을 바탕으로 긴 호흡으로 담론 생산하는 매체가 된다면 좋겠다.

김영진(명지대 교수) 지금 영진위 시스템 자체가 무능하다. 작년부터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데 내년까지 실행 가능할지 의문이다. 사회적 합의도 안 되어 있고, 시기도 적절하지 않다. 지금 정부가 문화적 마인드를 갖추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매체의 자율성이 확보될지도 장담할 수 없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