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 '마스터 클래스' 평론의 공간으로 영화잡지 중요성 부각

5월 4일 열린 전국국제영화제 평론 마스터 클래스 기자회견

지난 달 30일부터 이달 8일까지 열린 전주국제영화제에도 영화 저널에 대한 고민을 이어갈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각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영화인을 초청, 강연을 마련하는 프로그램인 ‘마스터 클래스’의 올해 주제는 ‘평론’이었다.

정수완 프로그래머는 “지난 10년간 한국영화가 활발히 제작되고 영화제도 활성화되었지만 영화 담론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생각한다”고 그 의도를 밝혔다.

학계와 저널을 오가며 영화와 관객을 잇는 다리가 되어온 세 명의 영화 평론가가 전주를 찾았다. 프랑스의 영화이론가이자 영화저널 ‘트래픽’의 편집장인 레이몽 벨루, 미국 영화 계간지 ‘시네아스트; 편집장인 리처드 포튼, 호주에서 영화 저널리스트로 활동해 왔고 현재 영화웹진 ‘루즈’의 편집장인 에이드리언 마틴이 그들이다.

5월4일 오전 11시 전주 영화의 거리 내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영화 평론과 저널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국내 영화잡지가 내용이나 형식에 있어 앞날을 모색하는 데 참고할 만한 내용이었다.

한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영화잡지가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화잡지의 존재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에이드리언 마틴= 평론의 공간으로서 영화잡지는 매우 중요하다. 평론에 초점을 맞춘 영화잡지는 영화에 대한 문화적 논의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레이몽 벨루= 내가 관여하는 ‘트래픽’은 평론을 할 수 있는 ‘완전히 자유로운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 전세계 영화에서 일어나는 일을 반영하고 독특한 방식으로 평론을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독자층이 넓지는 않지만 10여 년간 같은 위치를 유지하며 사회적으로 문화와 영화를 생각하게 했다.

온라인 평론 공간이 등장하면서 이전의 평론의 기능과 역할은 변화해야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인터넷 시대의 영화 평론과 저널은 어떤 방향성으로 나아가야 하나.

에이드리언 마틴= 나는 여섯 명의 인력이 참여하는 웹진에서 활동하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의 평론에는 새로운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면 기존 글에 ‘추신’을 붙인다거나 이미지를 첨부하는 작업이 가능하다.

이런 기술이 현재 영화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보여주는 데 도움이 된다. 또 과거와 현재를 연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터넷 때문에 종이를 기반으로 한 평론과 저널이 위협 받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두 영역 간 관계는 어떠해야 하나. 종이 저널은 여전히 유효한가.

레이몽 벨루= ‘모순(contradiction)’된 관계는 아니라고 본다. 나아가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트래픽’과 ‘로즈’는 기사를 교류할 수 있고, 각각의 매체에서 같은 기사를 다르게 편집할 수 있다. 그렇게 둘 다 나름대로 발전해가는 것이다. 인터넷 때문에 종이 기반 매체가 사라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에이드리언 마틴= 인터넷은 종이 매체를 대체할 수 없다. 사람들은 흔히 인터넷이 영원한 정보의 보관소(archive)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10년 전에 쓴 글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종이 매체는 도서관에 보존되어 시간을 넘어 수용될 수 있다. 또 종이로 읽는 글은 모니터로 보는 것과 다르다. 그 ‘물질적’ 관계는 특별하다.

평론의 철학이 있나. 좋은 평론이 곧 영화잡지 콘텐츠의 지향점일 텐데.

리처드 포튼= 영화 ‘형식’과 ‘역사’를 아우르려고 한다. 스타일에 대해 쓰면서도 역사적 맥락을 고려한다. 평론을 하기 위해서는 영화만 알아서는 안 된다. 철학, 역사 등을 다 알고 맥락 속에서 보는 것이 중요하다.

레이몽 벨루= 영화 평론에는 두 명의 적(enemy)이 있다고들 한다. 매일의 보도와 학자들의 연구. 내 평론은 그 중간이었으면 한다.

에이드리언 마틴= 형식과 스타일, 정신과 이슈, 동시대적 맥락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한다.



전주=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