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가 나를 말한다] 최소 침습·단축된 수술시간 등 발전 거듭남녀노소 자기관리 부추겨

피부 미인은 타고난다? 이 말은 현대사회에서 점차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 대신 피부의 상태가 그 사람의 생활수준을 말해준다면 과장일까?

그 이유는 피부 시술의 획기적 발전이다. 침습은 최소화하고,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티 안 나는 자연스러운 시술이 가능해진 것이다.

예를 들어,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레이저박피를 하면 최소 일주일간은 외출을 하지 못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그런데 최근 2~3년 새 도입된 미세박피 레이저 치료인 프락셀은 피부 전체가 아닌 10~20%만 치료하기 때문에 하루나 이틀 정도 얼굴이 붉어지는 것 외에는 생활에 지장이 없다.

고출력의 엔디야그(Nd-YAG) 레이저를 이용한 '레이저토닝' 시술로 기존 치료법으로는 제거가 힘들었던 난치성 기미나 색소침착까지 말끔히 제거할 수 있게 됐다. 시술 후 치료부위가 더 검어지는 부작용에 대한 염려도 없다. 또 기존의 레이저와 달리, 시술 후 바로 세안과 화장도 가능해졌다.

모델로 피부과 서구일 원장은 이밖에 노화 치료에 쓰이는 IPL이나 써마지 NXT, 보톡스 필러 주사 등을 기존과 다른 획기적 시술로 꼽는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고, 손댄 티가 나지 않으면서 효과는 한층 좋아졌기 때문이다.

대한피부과의사회에 따르면 시술종목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현재 피부과 시술시간은 평균 30분~1시간 내외로 짧다.

이처럼 마취, 통증, 부작용, 수술시간, 수술 후 회복기간 등 수술에 대한 부담이 거의 없어지면서 피부관리의 접근성이 크게 높아졌다. 성형 거부감이 높은 노령층과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직장인에게까지 피부관리의 문이 열리게 된 것이다.

경제력과 미용에 대한 투자 의지만 있으면 누구라도 잡티와 주름 없는 깨끗하고 팽팽한 피부를 가질 수 있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성형에 대한 욕구에 불을 지피는 결과를 낳고 있다. 실제 주름과 잡티를 없애기 위해 피부과를 찾는 발걸음이 이전보다 3배 이상 늘었다는 게 피부과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서울 청담동의 한 피부과 전문의는 "피부관리에 대한 욕구가 남녀노소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보편적인 현상이 되어가고 있다"며 "최근 들어 가진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피부 차이가 분명히 나타나는 편"이라고 말했다.

피부노화는 선택? 보톡스,써마지,IPL… 피부나이 5년~10년 젊게

50대 초반의 패션회사 대표 A씨(여)는 30대 중반 같은 외모를 자랑한다. 그의 동안(童顔) 비결은 무엇보다 주름 한 점 없이 탱탱하고 하얀 피부다. 그는 10년 이상 젊어 보이는 외모를 유지하기 위해 피부관리에 각별한 신경을 쓴다.

미용 전문가들은 동안을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피부라고 말한다. 피부는 30대 후반부터 노화가 진행된다. 이 같은 피부의 성격이 일반적인 성형수술과 피부시술의 차이를 만들어 낸다. 예쁘고 젊게 보이기 위해 누구나 쌍커풀을 만들고, 코를 세울 필요는 없다. 하지만 피부관리는 30대 이상이라면 필요해질 수 있는 것이다.

피부시술의 발전은 기미나 검버섯 같은 잡티와, 탄력저하로 인한 피부의 처짐과 주름 같은 노화 현상을 개선하는 데 획기적 계기를 마련했다.

모델로 피부과 서구일 원장은 안티에이징(anti-aging), 즉 동안 피부 시술은 피부 탄력을 높이는 것과 피부 표면의 색을 좋게 하는 시술로 나눌 수 있다고 설명한다.

나이가 들면서 피부의 탄력이 저하돼 생기는 현상은 눈 밑이나 볼 부분의 꺼짐, 주름 그리고 피부의 처짐이다. 최근 개발된 써마지NXT는 강한 고주파 열이 심부 진피층을 자극해 콜라겐 섬유나 탄력 섬유를 새로 만들어 주는 레이저 시술이다.

이마나 눈가, 입 주변의 주름을 치료하고, 처진 얼굴을 당겨 주는 효과가 있어 비수술적 안면거상 치료방법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이밖에 보톡스 필러와 자가혈 피부재생술인 PRP, 줄기세포 치료가 피부의 탄력을 재생시키는 업그레이드된 시술로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1990년대부터 주름개선 치료로 각광받아온 보톡스 필러 외에 PRP는 자신의 혈액을 이용해 피부를 재생시키는 방법이다. PRP(Platelet Rich Plasma)는 혈소판이 풍부한 혈당이란 의미로, 혈소판 안에는 조직의 복구를 위해 필요한 성장인자가 많이 존재해 손상된 피부를 재생시키는 효과가 뛰어나다. PRP 치료는 자신의 피를 뽑은 뒤 원심분리 과정을 통해 혈소판 농축률을 높인 뒤 다시 주사하는 시술법이다.

줄기세포 치료는 지방흡입을 통해 지방조직 내에 분포하는 줄기세포를 추출한 뒤 이를 다시 이식해주는 방법이다. 줄기세포는 섬유조직을 구성하는 성분인 콜라겐과 같은 탄력물질을 분비하고, 주변 세포를 활성화하기 때문에 피부의 탄력은 물론 잔주름과 피부 흉터를 개선하는 효과를 준다.

한편 프락셀, 혈관 레이저, IPL, 레이저 토닝으로 기존 시술보다 노화로 인한 검버섯이나 혈관, 기미나 색소침착, 모공을 이전보다 더 말끔하게 제거할 수 있게 됐다. IPL(Intense Pulsed Light)은 한 가지 파장의 빛을 이용하는 레이저와 달리 여러 파장의 빛을 한꺼번에 이용하기 때문에 기미나 주근깨, 색소침착, 검버섯 등 늙으면서 생기기 쉬운 다양한 피부질환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 원장은 "보톡스나 PRP, 써마지NXT 등 피부의 탄력을 높여주는 치료와 프락셀, IPL,레이저 토닝 등 잡티를 없애주는 치료를 정기적으로 함께 받을 경우, 실제 피부나이보다 5~10년 정도는 젊게 보일 수 있다"며 동안 시술의 현 기술적 단계를 평가했다.

피부관리의 진화, 에스테틱 서비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피부과는 피부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찾는 곳이었다. 미용 시술이라고 해봐야 점을 빼거나 여드름을 짜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나 요즘엔 치료보다 관리의 기능이 훨씬 중요해지고 있다. 피부과에서 운영하는 피부관리실, 에스테틱(esthteic)은 피부미용에 대한 욕망과 피부관리의 급격한 진화를 보여주는 증거다. 서울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고급 마사지룸과 스파 시설까지 갖춘 피부과도 늘어가고 있다.

청담주니스 성형외과피부과 최준영 원장은 "미백, 보습, 탄력 등 최상의 피부로 가꾸고 싶어하는 이들이 늘면서 레이저나 주사를 이용한 시술이 커버하기 힘든 미세한 부분까지 관리해 줄 수 있는 에스테틱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시술과 더불어 에스테틱에서 제공하는 각질 정리와 여드름 염증을 완화시켜주는 필링, 미백·보습 마사지 등을 받으면 피부관리의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