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엘리엇 어윗 展

1-USA. Wyoming state. 1954.
2-Marilyn Monroe, 1956.
3-Paris, France, 1989.

“당신들 미국인들은 소련 사람들이 놀라기를 기대했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의 새 아파트에도 이 모든 것들이 갖춰져 있습니다.”

“우리는 소련 사람들을 놀라게 할 생각이 없습니다.”

1959년 후르시초프 서기장과 닉슨 부통령은 모스크바에서 열린 미국 박람회를 둘러보고 있는 중이었다. 냉전의 두 축인 소련과 미국이 “과학, 테크놀로지, 문화”를 교류하기 위해 마련한 이 박람회의 의중은 그러나, 다른 데 있는 것 같았다.

미국의 일간지조차 “흥청대는 백화점 특설 매장”이라고 묘사할 만큼 과시적인 생활용품으로만 채워놓았던 것이다. 신경전을 벌이던 후르시초프와 닉슨은 이 ‘모델 하우스’의 주방에서 결국 삿대질을 하며 다투고 만다. 엘리엇 어윗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훗날 그가 말했다.

“닉슨은 미국이 얼마나 풍족한지에 대한 자랑을 늘어놨다. 소련 사람들이 양배추를 먹을 때 미국인들은 고기를 먹는다는 둥 말이다. 양쪽 언어를 알아듣는 내 생각엔 그건 논쟁이 아니라 바보 같은 말싸움이었다.”

4-FRANCE. Centre region. Loiret department. Town of Orleans. 1955.
5-USA. South Carolina. 1962.
6-USA. New York City. 1946.
7-USA. California. 1955.

이것이 엘리엇 어윗 사진의 유머 감각이다. 사람의 가벼움과 어리석음을 포착하되 그것의 무의미함까지 담아내는 시선이다.

그래서 그는 차라리 종종 개를 중심으로 세상을 보기도 했다. 그 사진들을 따로 모아 ‘Dog Dogs’라는 사진집까지 냈다. “개는 불평하지 않고 찍는 순간에 신호할 필요도 없으며, 귀찮게 하지도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주인의 취향과 성격이 반영된 저 애완견들의 면면은 어쩐지 다시, 사람에 대한 사랑스러운 농담처럼 보인다. 통찰력과 연민이 함께 작용한 결과다.

이런 눈을 가졌으니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장례식에서도 장례 행렬이나 절차에 초점을 맞추었을 리 없다. 엘리엇 어윗은 대신 대통령의 아내와 동생을 보았다. 제클린 케네디와 로버트 케네디를 한 프레임에 품고 셔터를 눌렀다. 그밖에 무엇이 중요했겠는가.

체 게바라마저 이토록 따뜻하게 찍을 수 있었던 유일한 사진작가, 엘리엇 어윗의 작품 80점이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전시된다. 올해 81세로 매그넘 멤버 중 최고령인 그의 생전 최후의 국내 전시가 될지 모른다. 31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로 신세계 본점 갤러리에서 열린 후 6월2일부터 14일까지는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에서, 17일부터 8월16일까지 다시 서울 신세계에서 열린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