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위한 실천 매뉴얼]풀꽃상·웹진·환경책 기획 등 문화예술적 방식으로 환경운동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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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본래 이렇게 무례하지는 않았겠죠?”
환경단체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이하 ‘풀꽃세상’)’의 공동창립자이자 ‘풀꽃평화연구소’ 의 소장인 작가 최성각이 말했다.
단체의 철학이 다 담긴 한 마디였다. 친환경이란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본래 생태계에 지녔던 예의를 회복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익은 감을 거두면서도 까치의 몫으로 하나 정도는 남겨둘 줄 알았던 윗세대의 마음씀씀이를 되찾는 것. 그것이 풀꽃세상과 풀꽃평화연구소와 가 벌이는 ‘풀꽃운동’의 취지다.
이성과 논리가 득세하기로는 환경운동 영역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풀꽃세상은 달랐다. 마음이 먼저였고 태도가 먼저였다. 동강댐 건설을 둘러싸고 논란이 거셌던 1999년, 다른 환경단체들이 반대 구호를 외치는 동안 풀꽃세상은 동강의 비오리에게 상을 드렸다.
“본래 나그네새였으나 동강의 텃새가 된 그가 너무나 귀엽고 예쁘다”는 이유였다. 그리고 그 내역을 일간지에 광고로 실었다. 형상을 갖추고 온기를 품은 생명체의 터전으로 동강을 바라보자는 감성적 호소였다.
이후 풀꽃세상은 매년 비오리를 잇는 ‘풀꽃상’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지금까지 보길도의 갯돌, 가을 억새, 인사동 골목길, 지렁이, 간이역, 비무장지대 등이 수상자 목록에 올랐다.
새만금간척사업에 반대하는 삼보일배도 풀꽃세상이 시작했다. 자연을 외경하고 생명 가진 것들을 가엾게 여기는 마음의 표현이었다. 머리가 앞섰더라면 도달할 수 없었을 절절한 몸짓이었다.
지난 3일 춘천에서 만난 풀꽃세상의 창립자이면서 풀꽃평화연구소의 대표인 화가 정상명은 “생명에 대한 애정이 모든 환경운동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그런 감수성을 돌이키는 것이 이 문화예술적 방식의 의의다.
이는 환경문제를 일으킨 이성 중심 문화를 반성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감수성을 강조함으로써 자연을 자원이자 수단으로만 대한 이성적 문화에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다.
“환경을 생각하는 실천들이 활발하고, 제각기 중요하지만 정작 그것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부족한 것 같아요. 그런 질문이 결국 자연과 생명을 대하는 기본적 태도와 연결되는 것인데요. 존경하고 연민을 느끼고 공감하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이런 마음을 퍼뜨리기 위해 풀꽃세상과 풀꽃평화연구소는 다양한 문화예술적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풀꽃상 시상식을 여는 것은 물론, 웹진을 발행하고 환경책을 기획한다. 책 읽기 운동을 펼치고, 홈페이지에 헌책방을 열었다. 화가인 정상명 대표와 작가 최성각 소장은 각각 환경 관련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
이 운동의 모태이기도 한, 춘천시 서면 서상리에 위치한 퇴골 연구소를 가꾸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자연과 접한 삶 없이 풀꽃운동의 마음과 태도, 감수성을 지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저 아래 자두나무집에 손바닥만한 새가 부딪혀 죽었더라고요. 폭풍이 불면 작은 새들은 제 몸을 가눌 수가 없어요. 올해 들어 세 번이나 묻어줬어요. 그러면서 새들을 한참 들여다 봤어요. 사람들은 새를 모릅니다. 들여다 볼 시간도 없이 그 아름다움이 얼마나 완벽한지 알 리가 있겠어요. 어디 새뿐일까요. 개미, 지렁이, 곤충, 길가의 풀까지 목숨 가진 것들은 다 완벽하게 아름다워요.”
정상명 대표가 말했다. 그리 마땅한 것을 모르는 세상이 안타깝다는 듯이.
풀꽃운동의 맥락과 내용을 담은 책 두 권이 최근 출간되었다. 정상명 대표의 산문집 '꽃짐'과 최성각 소장의 생태소설 '거위, 맞다와 무답이'다. |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