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음악의 새 중심 루비살롱] 다큐멘터리 영화 / '반드시 크게 들을 것''갤럭시 익스프레스' '록스타로, '타바코 쥬스' 막장 정점 보여줘

“이 빌어먹을 나라엔 록큰롤 스타가 필요하다.”

다큐멘터리 영화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은 이런 선언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이 땅의 록큰롤 스타를 찾아 나선다. 루비살롱 소속인 ‘대한민국에서 가장 시끄러운 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록큰롤 생활백서 타바코 쥬스’가 그들이다. 백승화 감독은 타바코 주스의 드러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영화는 내부자의 시선으로 정직하게, 애정을 담되 발랄하게 인디음악계의 모습을 바라본다.

루비살롱의 원년 멤버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타바코 쥬스는 이 영화가 기록한 1년 여 동안 드라마틱할 정도로 다른 길을 간다.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각종 음악 페스티벌의 주요 게스트로 초청받고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록음악을 수상하며 명실상부한 스타로 떠오르는 와중에 타바코 쥬스는 술 마시다가 공연을 ‘펑크’내고 골방에서 “찌질이짓”을 거듭한다.

보컬인 권기욱은 상징적인 인물이다. 한때 “보이즈투맨”이 되고 싶었지만 “나태한 밴드라는 장점”을 지닌 타바코 쥬스가 된 그는 밴드 결성 4년 만에 처음으로 내는 앨범 녹음을 앞두고 잠적해 버리기도 한다. 돌아와서 느릿느릿 한다는 소리가 “요즘 나루토를 보며 느낀 게, 열심히 안 하면 안 될 것 같아. 근데, 우린 열심히 안 하잖아. 우린 안 될 거야, 아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권기욱이 설렁설렁한 이 한 마디는 일종의 ‘시대 정신’을 담은 것으로 공감을 얻어 인터넷을 달구기도 했다.

감독은 이 두 상반된 사례에서 모두 ‘록큰롤’을 본다. “갤럭시 익스프레스에게 있는 것이 록스타스러운 멋이라면 타바코 쥬스는 록큰롤 밴드가 가질 수 있는 ‘막장’의 정점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막바지에 나오는 이규영 감독의 록큰롤에 대한 정의는 이 영화의 지향을 정리하는 발언처럼 느껴진다. “록큰롤은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한판 놀았으면 끝이야.” 남는 것은 루비살롱과 록큰롤을 터전으로 삼은 저 삶들이다.

이 영화는 오는 7월 열리는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공식초청되었다.

백승화 감독 인터뷰
"이게 바로 록큰롤의 힘"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타바코 쥬스의 서로 다른 행보가 인디 밴드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처럼 보였다. 스스로 밴드 멤버로서 지켜보는 심정이 남달랐을 것 같다.

영화를 찍기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1년 사이에 두 밴드와 루비살롱, 인디음악계 전체가 놀라울 정도로 많이 변했다. 만날 꼴등 하던 팀이 갑자기 우승하게 된 상황이랄까. 인디밴드가 많이 주목받게 되어 뿌듯하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권기욱'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는 것처럼 보였다.

영화 캐릭터로서 그는 원초적인 상징 같다. 많은 밴드 친구들이 록큰롤 밴드라면 이래야지, 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어떤 '막장'의 모습이 있는데 권기욱은 그것을 가장 잘 표현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그 특유의 처연함이 현 인디음악계와 사회 현실을 조금은 반영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후반부에 관심 있게 다루어지는 것 같다.

크라잉넛의 한경록 씨가 내레이션을 맡았다.

이 영화가 루비살롱만의 것이기 보다 인디음악계 전체의 목소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나의 록스타가 바로 경록이 형이었기 때문에 함께 작업해보고 싶었다. 다행히도 술 한 잔 사는 조건으로 흔쾌히 수락해주었다.

감독에게 루비살롱은 어떤 의미인가.

편안한 곳이다. 고향인 인천에 있는 유일한 라이브클럽이고. 마인드 자체가 마음에 든다. 밴드들에게 원하는 것도, 해주는 것도 별로 없다. 그게 인디레이블로는 오히려 원동력이자 에너지가 되는 것 같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은 뭐라고 생각하나.

타바코 쥬스가 앨범의 히든 트랙인 '눈물의 왈츠'를 녹음하는 장면이다.(이들은 골방에 모여 앉아 술을 홀짝이고 한담을 나누어 가며 '자연스럽게' 연주하고 노래를 부른다) 찍을 때는 취중이라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웃기면서도 울컥한 기분이 들더라. 그 모습 자체가 바로 타바코 쥬스인 것 같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