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이 죽었다고?] 日 '라 폴 주네', 美 '메트로 폴리탄 오페라 고화질 라이브' 등다양한 노력

1-사이먼 래틀 베를린 필 음악감독
2-일본의 클래식 페스티벌/라 폴 주네
3-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획기적인 실험

클래식의 발원지는 유럽이지만 이를 상업적으로 꽃 피운 곳은 일본과 미국이다. 특히 도쿄는 세계 최대 클래식 공연 마켓으로 분류된다. 일본 음악계는 다양한 방법으로 세계 최대 시장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도쿄도 안에만 일류급 직업 오케스트라가 8개이고 각 오케스트라가 연평균 100회 공연을 한다.

각 공연에 1,500명 가량의 관객이 입장하니 도쿄를 기준으로 1년간 자국 오케스트라의 관현악 공연을 관람하는 수요가 100만을 넘는다. 한 사람이 여러 번 공연장에 가는 회수가 중복되지만 일본에서 이른바 '콘서트 고어'로 부를 만한 관객 수요는 대략 500만-600만을 헤아린다.

오래 전부터 빈 필, 베를린 필, 등 세계 최정상의 유명 악단이 열도를 찾았지만 클래식 시장이 성장하는 것은 문화의 토양을 기름지게 한다는 소명감으로 꾸준하게 자국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지켜본 관객 덕분이라고 일본 오케스트라 연맹 고문 나오모토 오카야마는 말한다.

2005년 이후 일본 전국의 오케스트라가 꾸준히 시행하고 있는 이벤트가 ‘오케스트라의 날’이다. 일본 오케스트라 연맹은 더 많은 관객들이 관현악의 기쁨을 맛볼 수 있도록 매년 3월 31일을 ‘오케스트라의 날’을 제정했고 26개 소속 오케스트라들은 이 날 일본 전역에서 특별 행사를 열었다.

NHK 교향악단은 연습장을 개방했고 야마가타 교향악단은 클래식을 소재로 한 인기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를 주제로 공연을 벌였다. 무료로 세계 일류 수준의 관현악을 접하고 지휘자와 단원들이 나누는 교감을 지켜볼 수 있어 좋았다는 반응이 쇄도했다.

2005년 시작된 또 다른 대형 클래식 이벤트는 5월 골든위크 연휴에 열리는 ‘라 폴 주네’(LA FOLLE JOURNEE, 열광의 날)이다. 일본 굴지의 공연 기획사 가지모토가 기획한 이 페스티벌은 1995년 프랑스 낭트에서 열린 페스티벌을 그대로 옮겨온 축제로, 매년 테마가 되는 작곡가와 장르를 설정해 5일간 총 200여개의 클래식 공연을 아침부터 심야까지 45분짜리 콘서트로 갖는 행사이다.

관객들은 대학교 수업처럼 한 공연이 끝나면 도쿄국제포럼 행사장 이곳 저곳을 이동하며 다음 공연을 관람하러 다닌다. 세계 초일류 연주가들의 공연을 강의실 의자에 앉아 캐주얼한 차림으로 감상하고 연주자 역시 공연장을 이동해 새로운 관객과 만난다.

2009년 행사의 테마는 ‘Bach is Back’(바흐가 돌아오다)으로 2008년 행사에 참가한 관람객들의 앙케이트 결과로 주제가 결정됐다. 5일간 라 폴 주네의 공연을 관람하는 입장객이 20만명에 육박한다(유료 입장매수 2007년 20만 441매, 2008년 18만 1,724매). 노령 관객 위주의 클래식 관람객이 2005년 ‘라 폴 주네’ 이후 차츰 젊어지고 있다는 반응이 일본 기획사 직원들 입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획기적인 실험이 돋보인다. 2006년 8월 메트에 총감독으로 부임한 피터 겔브는 2007시즌부터 시즌 오프닝작을 HD 고화질로 뉴욕 타임스퀘어의 전광판과 미국 각지의 극장에 동시에 영사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고화질 라이브(HD Live)'로 지칭되는 메트의 새로운 중계 방식 덕분에 미국 전역의 극장에서 메트의 시즌 오픈을 동시간에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중계 내용 역시 무대 뒷공간까지 카메라가 들어가 중간 휴식 시간에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 테너 로베르토 알라냐에게 직접 인터뷰를 던지는 방식을 통해 오페라 초심 관객들의 흥미를 북돋게 한다.

고급 소비문화 상품으로 오페라가 한정되는 한 오페라의 미래는 없다는 절박한 상황 인식이 테크놀로지와 만나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게 됐다. 겔브의 노력 덕택에 메트의 객석 점유율은 2007시즌 이후 증가세로 돌아섰고 영국의 코벤트가든과 이탈리아 라 스칼라 역시 HD 방식의 영화관 상영을 검토 중이다.

세계 최초로 온라인 오디션으로 교향악단을 조직한 유튜브 심포니 역시 클래식 관객 확대를 위한 공격적인 사례로 꼽힌다. 유튜브는 2008년과 올해, 전세계에서 나이와 성별, 국적, 직업 등을 초월해 심포니 단원을 선발했고 이들의 카네기홀 공연은 2천800석의 티켓이 모두 매진되는 성황을 이뤘다.

유튜브는 클래식을 통해 전세계 다양한 커뮤니티의 참여와 협력을 끌어내면서 클래식 음악을 대중적으로 알리는 목표가 기대된다고 밝혔고 해당 사이트는 페이지뷰가 2배 이상 성장하기도 했다.

버밍엄 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 시절부터 청소년 음악 교육에 열정을 기울인 사이먼 래틀은 베를린 필 음악감독이 된 이후 2002년부터 정기적인 청소년 음악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래틀의 음악 교육 프로젝트는 2007년 미국으로 진출해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한달 간 뉴욕 카네기홀에 상주하면서 래틀은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을 뉴욕의 빈민가 학교 강당에서 연주했다. 클래식과 현대무용에 경험이 전무한 학생들에게 ‘봄의 제전’의 복잡한 리듬을 강의식으로 전달하기보다 직접 안무가들이 나와 춤을 보여주면서 청소년들이 이를 느끼도록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처음엔 우왕좌왕하던 아이들이 훈련에 따라 예술적으로 숙련되는 과정이 미국 주류 언론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가르침을 받기보다 스스로 음악으로 진입해야 한다”는 사이먼 래틀의 음악 교육관은 이미 베를린 필과의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샌프란시스코 심포니를 비롯해 여러 연주단체와 음악가들이 이를 모방한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한정호(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