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 Alice's Mirror> 전

성장기가 아름답지만은 않았음을 발설하는 것은 암묵적 금기다. 어른들의 세계에서 성장의 기억은 달콤한 추상으로 공유된다. 이 각박한 '현실'에 대피하는 최후의 방어선처럼.

루비자 링보르그(Lovisa Ringborg)의 ‘원더랜드’ 시리즈는 이 편리한 정의를 비튼다. 관습을 답습하는 듯 하면서 그 너머를 가리킨다. 색이 달콤하고 아이들은 아름다우나 공기는 불길하다. 가면 뒤 소녀의 치뜬 눈은 되바라졌고(< Disguised>), 눈을 가린 아이들 손에는 표적 없는 방망이가 들렸다.

(< Pinata>) 소년은 카메라를 향해 장난감총을 똑바로 겨누었다.() 또다른 손녀는 붉은 실로 제 새의 목을 칭칭 감아 두었다.(< Domestication of a budgie>) 이 존재들의 천진함이 세계와 처음 만나는 장면에는 폭력적인 데가 있다.

그것은 루비자의 카메라가 아이들이 아직 떨치지 못한 야만을 직시하기 때문이다. 성장이란 타고난 들쭉날쭉한 생명의 에너지를 사회의 규격에 맞추어 넣는 것이기도 한데, 사진 속 아이들에게는 확실히 통제되지 않는 불온함이 있다. 연극적이나 정형화되지 않은 표정과 자세들이고, 종종 자연 풍광의 맥락에 놓인다.

어떤 사진들은 성장기의 정서를 장면화해 보여주는데, 몽유병을 앓는 소녀는 꿈인듯 생시인듯 하염없는 벌판의 끝에 멈춰 있고(< Sleepwalker>), 한 소년은 바닥을 짐작할 수 없는 높이의 다이빙대에 서 있다.(< Jump>) 물 속에서 숨을 참는 것은, 이런 막막함과 불안함을 몸 안에 가두는 통과의례 같다.

1-‘Disguised’, 2005
2-Untitled’, 2005
3-‘Jump’, 2006
4-Pinata’, 2008
5-Sleepwalker’, 2004
6-‘Holding breath’, 2004
1-'Disguised', 2005
2-Untitled', 2005
3-'Jump', 2006
4-Pinata', 2008
5-Sleepwalker', 2004
6-'Holding breath', 2004

(< Holding breath>) 그러나 저 고요한 와중에 심장은 얼마나 요동치고 있을까. 적적할 만큼 정적인 미장센 안에 들끓는 존재감을 우겨 넣어 빚어낸 긴장감이 이 사진들의 매력이다.

루비자 링보르그의 작품들은 < Alice’s Mirror> 전에서 비슷한 주제를 지닌 줄리아 바튼, 폴리세니 파파페트루의 사진과 함께 만날 수 있다. 전시는 서울 종로구 소격동 갤러리선컨템포러리에서 25일까지 열린다. 02-720-5789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