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박상호 개인전 < noname film> 전

작가 김형태는 서울을 일러 ‘가설도시’라 칭한 적이 있다.

“신분 상승을 위한 기회의 땅을 찾아 모여든 서울의 주민들은 모두 도시 유랑민이다. 돈을 조금만 더 벌면 더 크고 넓은 집으로, 더 좋은 동네로 이사할 꿈을 꾸며 오늘도 임시 거처로 귀가한다.(중략) 서울은 이렇게 가설된 도시다. 모든 집과 상점과 빌딩도 임시로 지어졌다. 대대손손, 백년대계를 위해서 지어진 건물이 거의 없다.(중략) 아무리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고 첨단 신소재가 사용되어도 서울의 건축물들은 그 속성이 문화유산으로서의 백년대계가 없는 가설 구조물로서 판자집이나 포장마차와 같다. 최소한 20~30년 이내에 도시 재개발 계획까지 내다보기 때문이 너무 튼튼하게 지어서도 곤란한 것이다.”(<생각은 날마다 나를 자유롭게 한다>(2005) 중)

박상호의 사진 작업을 보면 자꾸 이 구절이 떠오른다. 배경이 서울이 아니기에 오독이지만, 대부분의 코스모폴리탄 도시들이 끊임없는 유동에 기반해 지어지고 허물어지는 운명임을 감안한다면 아예 다른 느낌도 아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와 프랑스 파리 시내 곳곳의 그럴 듯한 표면들은 그것을 뒷받침한 골격이 노출됨에 따라 아우라를 잃고 한낱 임시의 세트로 전락한다. 이 도시들과, 도시적 삶의 양식, 그것을 율법처럼 쌓아 올린 욕망들이 본래 저렇게 ‘구조화’된 것임을, 따라서 유구한 자연과 역사에서 단절된 고립감과 불안의 결과이자 원인임을 정확하고도 담백하게 전시한다.

1-Starbucks Coffee, 2006
2-Louis Vuitton, 2006
3-a dreamer’s room, 2005
4-B. D., 2007
5-Les Coulisses, 2007
6-Alte Kanzlei, 2006
1-Starbucks Coffee, 2006
2-Louis Vuitton, 2006
3-a dreamer's room, 2005
4-B. D., 2007
5-Les Coulisses, 2007
6-Alte Kanzlei, 2006

정교한 사진 수정 기술로 작업된 이 작품들에 광화문, 남대문, 시청 등에 둘러쳐 졌던 가림막, 공간의 역사적 맥락과 관계없이 과시적 문양으로만 각인되는 키치한 공공미술 등의 서울 곳곳이 겹쳐진다.

미술평론가 스테판 슐러는 이 작품들을 “트루먼쇼”로 은유했다.

박상호 개인전 < noname film> 전은 25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수송동에 위치한 갤러리고도에서 열린다. 02-720-2223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