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음식 둘러싼 오해와 진실]짜게 먹으면 오히려 독…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

암 발생 원인 중 30% 정도는 먹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3년 발간한 세계 암 보고서(World Cancer Report)에서 암의 30% 정도는 음식 및 영양과 관계가 있다고 보고했다.

또, 미국 국립암연구소 학술지(JNCI)에는 식생활 개선으로 위암과 결장암은 90%를, 유방암과 췌장암은 50%를 예방할 수 있다는 논문이 게재된 바 있다.

암과 음식의 관계가 주목받으면서, '무슨 음식이 특정 암을 일으킨다' 혹은 '무슨 음식이 암을 예방한다' 같은 정보가 넘쳐난다. 그 중엔 잘못된 정보도 많아 혼란스럽다.

시중에 떠도는 항암음식 정보를 검증해보고, 암 예방을 위한 올바른 식생활을 모색해 본다.

◇ 암 예방하려면 식이패턴을 바꿔라

김치와 된장찌개는 대표적인 항암식품으로 유명하다. 무, 배추, 고추, 마늘 등 다양한 채소류가 첨가된 김치는 각종 비타민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이다. 된장찌개는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철분, 인, 칼슘 등 다양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고, 콩이 발효되면서 만들어지는 발효물은 암 예방효과가 콩보다 크다.

그러면 무조건 김치와 된장찌개를 많이 먹으면 암 예방에 도움이 될까?

'항암식탁프로젝트'(비타북스)를 펴낸 서울대의대 예방의학과 안윤옥 교수(대한암협회 회장)는 이 같은 특정 음식이 암을 예방하거나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속설의 함정을 지적한다. 보통 김치나 된장찌개는 짜게 먹기 때문에, 과다 섭취하면 위암의 발병률을 높인다는 것이다.

"어떤 식품이 암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속설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가 아닌 실험실에서 얻은 단편적인 결과를 과대 해석한 겁니다. 대부분의 연구는 실험실에서 세포나 동물을 대상으로 진행되는데, 일상생활과 동떨어진 결과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실험실연구는 김치의 특정 성분을 세포나 동물에 주어 결과를 도출해내지요. 그러나 실생활에 우리는 김치에 함유된 특정 성분만 골라 먹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안 교수는 "우리나라 암의 약 41%가 음식과 관련해서 발병하지만 잘못된 항암 식품 상식이 너무 많아 암과 음식과의 관계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국내외 다수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책을 펴내게 됐다"고 말했다.

책에선 재료와 조리법, 섭취량 등 암과 음식과의 관계를 다각도로 규명하며, '수퍼푸드(super-food)'에 대한 맹신을 무너뜨린다.

김과 미역 등 해조류에 많이 들어 있는 요오드는 유방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일부 연구에서 보고됐다. 그러나 김 구이는 다량 섭취하면 염분의 섭취도 자연스럽게 높아지므로 주의해야 하며, 불에 굽는 것이기 때문에 역시 다량 섭취 시 암 발생 위험을 높일 소지가 있다.

생선에 함유된 어유는 대장암 발생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염장 생선은 장기적으로 위암과 식도암 등의 발병률을 높이고, 생선을 불에 직접 구워먹을 경우 발암물질이 생성된다.

그래서 안 교수는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떻게 먹느냐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캐나다에서는 스테이크를 가지고 암 발병률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했었죠. 붉은 고기를 불에 구워 만든 스테이크는 대장암을 유발할 위험이 매우 높은 음식 아닙니까.

그런데 연구팀은 바싹 구운 고기, 적당히 구운 고기 등 굽는 정도에 따라 4가지 부류로 나눠 연구를 진행했고, 결과는 같은 스테이크라도 어떻게 조리해 먹느냐에 따라 대장암 발병률이 다르게 나타났어요."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고 알려진 식품이지만 끊기 힘들다면, 양을 제한해 섭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현대인의 기호식품 커피는 암에 좋은 식품일까, 해로운 식품일까. 커피에는 칼슘, 인, 철, 나트륨, 칼륨 등의 무기질과 비타민 B1, B2, 나이신 등 다양한 종류의 생리활성 물질이 들어있어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일부 연구에서는 커피가 방광암의 발생 위험을 높이며, 또 다른 연구에서는 하루 두 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면 위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결과도 내놓았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커피의 과량 섭취를 피하라고 조언한다.

적당히 마시는 술은 암 예방에 좋을까, 나쁠까. 과다한 알코올 섭취는 구강암과 후두암, 식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등 여러 부위의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증거들이 많은 연구에서 관찰됐다. 그러나 남성의 경우, 적절한 적포도주를 마시면 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가설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하루에 한 두 잔으로 섭취량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마늘, 토마토, 콩 그리고 그밖에 과일과 채소류는 암 발생 위험을 낮추는 뛰어난 항암식품들이다. 하지만 항암음식이라도 편식하는 것은 좋지 않다.

안 교수는 "특정 영양소가 결핍되면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므로 단조로운 식단을 피하고,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먹어야 한다"면서 "장기간 채소만 섭취하면 오히려 암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세화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