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갤러리] 2009 동아미술제당선작 과 <Plane A : 종의 출현>

1) 조나단 반브룩, America's Own Weapons of Mass Destruction
2) 수지 그린, Around the Arcade, 2008
3) 에밀리오 차펠라 페레즈, According to Google, 2009
4) 안리 살라, Time after Time, 2003
5) 이완, Kiss Lonely Good Bye, 2008

올해 동아미술제 전시기획공모 당선작은 황규진 큐레이터의 <보이는 손 Visible Hands>과 고원석 큐레이터의 < Planet A: 종의 출현 Emergency of Species >다.

<보이는 손>은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비튼 제목. 각국 정부와 지역 문화의 차이에 대항해 세계 경제체제를 단일하게 재편해온 시장주의의 엄연한 손길을 포착한 전시다. 여기 모인 7명 작가들은 국적도 배경도 다르지만 '보이지 않는 손'이 최선의 결과를 낳는다는 시장주의의 굳은 믿음에 의심의 시선을 보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영국 작가 조나단 반브룩은 다국적 기업이 이끄는 '세계화globalization'의 환상을 비판한다. 그가 'globa'와 'lization' 사이에 'na'를 넣어 만든 'globanalization'이라는 조어에는 세계화가 지역적 차이와 함께 독창성까지 지운다는 문제 의식이 담겼다. 중간의 'banal'은 '평범한'이라는 뜻이다.

멕시코 작가 에밀리오 차펠라 페레즈도 세계화의 무차별한 힘에 진실과 가치 같은 역사적 산물까지 밀려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의 작품 '구글 가라사대According to Google'은 국경을 넘은 정보 네트워크 '구글'을 통해 만들어낸 '사전'이다. 'Ugly', 'Beauty', 'Democracy', 'Capitalism', 'Money' 등 40개 단어의 검색 결과를 수집했다.

6) 임선이, 부조리한 풍경, 2008
7) 임자혁, 내공 II, 2009
8) 이승애, 문앞의 적들, 2008
9) 김병호, A Host, 200

전면에 정리된 간략한 정의뿐 아니라 오류 가능성, 논쟁의 여지까지 아우른 탓에 한 단어 당 책 한 권 분량이다. 이 방대한 분량이 세계화가 종종 생략하는 사회적 맥락과 가치 판단을 통과하지 않고는 진실에 닿을 수 없음을 항변하는 듯하다.

한국 작가 이완과 영국 작가 수지 그린은 각각 트로피 모양의 '스타벅스' 컵('Trophy')과 명품 상점 쇼윈도를 들여다보는 사람들의 모습('Around the Arcade')을 통해 위로부터 강요된 체제를 성찰 없이 떠받치는 개개인의 역할을 풍자한다.

한편 < Planet A: 종의 출현 >은 현실적 한계를 넘어 새로운 세계를 구현하는 예술의 가능성을 펼쳐 보인다. 스스로 작동하며 사운드를 만들어내고 수렴하는 설치 작품(김병호 'A Host'), 주변 풍경을 지형도의 등고선으로 이미지화한 후 찍은 사진(임선이 '부조리한 풍경'), 일상의 다양한 감각과 감정을 자동기술법으로 기록한 이미지(임자혁 '내공2') 등에는 뛰어난 예술적 상상 기술技術이 동원되었다.

이 두 전시는 언뜻 서로 동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 공간에 잇따라 놓임으로써 어떤 연속성을 획득한다. <보이는 손>의 한 작품은 고속도로 위에서 어쩔 줄 모르고 있는 말을 바라본다.(안리 살라 'Time after time')

< Planet A: 종의 출현 >에 속한 작가 이승애가 그려낸 괴물들은 한국 근현대사 속에서 좌절하고 분노한 사회 구성원의 내면 풍경에 다름 아니다. 둘 모두 산업화와 시장의 욕망에 떠밀려 공포와 불안을 느끼는 존재들이다.

이 교집합을 매개로 예술의 정치사회적 역할과 미학이 만난다. 두 전시를 이어 보면 좋은 예술이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 하나가 나온다. 인간이 처한 현실과 그것을 뛰어 넘을 수 있는 상상력을 함께 일깨우는 예술의 미덕을 잘 설명해내는 전시들이다.

<2009 동아미술제 전시기획공모 당선작> 전시는 다음달 11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로에 위치한 일민미술관에서 열린다. 02)2020-2064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