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책의 미래인가]네오럭스 등 눈부심 없애고 종이책 질감 살린 제품 잇달아 선보여

2009년 하반기, 출판계에서 가장 핫(hot)한 관심사는 전자책이다. 그 뜨거운 시작은 2007년 세계 최초의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의외의 행보에서 시작됐다. 지지부진하던 전자책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며 전자책 단말기 '킨들(kindle)'을 개발했다.

'불을 붙이다'라는 의미의 킨들로 인해 그동안 떠들썩한 점화 후에 소리소문 없이 꺼지기 일쑤이던 전자책 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이 열기는 오래지 않아 한국에 당도하기에 이른다.

올해에만 국내엔 6월, 7월, 10월에 잇달아 전자책 단말기가 출시되면서 유례없는 전자책 단말기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각각 네오럭스와 삼성전자, 아이리버에서 출시한 단말기는 모두 킨들과 같은 전자잉크(e-ink) 기술을 채택해 눈부심을 없애고 종이책의 질감을 살렸다.

이번이 두 번째 버전의 출시인 네오럭스의 누트2, 꾸준히 IT기기 분야에서 브랜드 가치를 검증받아온 삼성전자의 파피루스(SNE-50K)와 아이리버의 스토리는 얼리어답터 블로거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종이책보다 전자책 단말기

2007년 7월에 누트를 국내에 처음 선보이며 전자책 단말기 제작에 시동을 건 네오럭스. 올해 누트2를 발표하며 한층 업그레이드된 사양을 선보이고 있다. 책읽기, 그림보기, 음악듣기가 가능하다.

특히 전자책뿐 아니라 무선랜을 통해 배달되는 전자종이신문을 내려볼 수 있다. 국내 전자책 단말기 중에서는 처음으로 전자잉크 디스플레이를 사용했고 무엇보다 두 번째 모델에서는 무선랜을 탑재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이자 특징이다.

삼성전자의 파피루스는 책읽기와 메모, 일정관리가 가능하다. 다른 전자책 단말기보다 작은 5인치의 크기로, 책보다는 수첩의 이미지가 강하다. 그 덕에 휴대성에서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터치 방식과 펜으로 메모하는'쓰기' 기능이 다른 단말기와 구분되는 특징이다. 무엇보다 무선랜 기능의 부재와 파일포맷이 한정되어 있어 변환에 번거로움이 있다는 점이 삼성전자 브랜드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무선랜 기능이 없기는 아이리버의 스토리도 마찬가지다. 스토리는 대부분의 파일 포맷을 지원해 각종 파일을 별도의 변환 없이 바로 단말기를 통해 읽혀진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만화보기에 좋은 '코믹뷰어'의 지원도 현재 국내 전자책 시장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만화책 수요자들을 위해 초기 전자책 단말기 시장에서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 사용자들은 책장을 넘길 때 깜빡임이 있는 e-ink의 단점이 만화보기에서 도드라진다는 평가다.

이들 전자책 단말기의 등장은 사용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아이리버의 스토리는 초기 물량 2000대가 이틀 만에 모두 팔려나갔다. 물론 여전히 단말기의 업그레이드에 대한 요청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업체들 역시 업그레이드 버전을 부지런히 준비 중이다.

인터파크 도서 역시 단말기 제조와 솔루션, 콘텐츠 등을 총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아마존의 전략을 따른 것이다. 내년 3월에는 전자책 단말기가 출시될 예정이다.

그렇다면 전자책 단말기를 통해서 무엇을 볼 것인가.

전자책 성공의 변수, 킬러 콘텐츠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회장은 킨들 사업 모델을 두고 '단말기가 아닌 서비스'라고 말했다. 아마존이 처음 킨들을 출시하면서 제공한 콘텐츠가 8만 8000권이었다. 그리고 2년 사이에 30만 권을 헤아리게 됐다. 단말기와 콘텐츠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만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 콘텐츠의 규모도 전체 서적시장에서 보면 1%에 불과하다. 책 외에도 37종의 일간신문과 28종의 유명잡지, 1,500여 블로그의 콘텐츠도 제공된다. 블로그도 유료 콘텐츠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킨들은 실험 중인 것이다. 아마존의 이러한 행보는 전자책 단말기가 단지 책을 보는 매체가 아니라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으로서 작용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콘텐츠가 시장형성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된다는 것은 이미 소니가 확인시켜준 바 있다. 아마존 킨들보다 한 해 먼저 전자책 단말기를 출시했지만 콘텐츠를 1만 권밖에 확보하지 못해 맥을 못 추렸다. 그래서 이번에 선택한 것이 구글북스와의 협력이다. 구글은 도서관의 책을 스캔해 100만권의 전자책을 무료로 서비스하고 있다.

이제 곧 소니의 전자책 단말기에서도 100만권의 책을 볼 수가 있다. 단말기 점유율 이후, 이제는 누가 먼저 전자책 시장의 콘텐츠를 장악하느냐가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콘텐츠는 아직 저작권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구글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독자층 확대를 위해 휴대폰에도 콘텐츠를 제공하고, 신간의 저작권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오프라인 출판사가 소비자와 직접 거래할 수 있는 프로그램 도입에도 힘을 쏟고 있다.

전자책 단말기 출시가 이어지는 국내의 콘텐츠 사정은 어떤가. 아직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국내에 전자책 논의가 시작된 지 10년째 접어들었지만 전자책 콘텐츠는 10만권도 채 되지 않는다. 이 마저도 종이책 출간 이후 1년이 지난 구간 위주의 콘텐츠로만 구성되어 있다.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필요가 출판계와 전자책 독자들에게서 한 목소리로 흘러 나온다.

네오럭스는 SKT와 각 신문사들과의 제휴를 통해 콘텐츠 확보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국내 출판사 3000여 곳과 협력 중이다. 민음사는 단행본 4만권을 제공했고 YBM시사영어와 한국브리태니커 등 사전 출판사에서도 정보를 제공받고 있다. 아마존 킨들처럼 언론사의 콘텐츠를 제공 중이며 점차 분야를 확대해가고 있다.

아이리버 스토리의 경우는 교보문고와의 제휴를 통해 6만권의 전자책 콘텐츠를 유료로 다운로드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삼성전자 파피루스 역시 교보문고에서 콘텐츠 공급을 받고 있지만 변환의 문제로 초기 2,500권을 시작으로 매달 1000권씩 늘려가겠다는 초라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들과는 별개로 한국전자출판협회는 1만 3000권 정도의 제작을 시작했고 온라인 서점 예스24 혹은 출판사들이 모여 전자책 콘텐츠 수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외 출판사들이 종이책 출간 도서의 전자책 발간 비중을 80% 이상으로 두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수치이다. 내년 정도 국내 전자책 콘텐츠 시장의 비중은 종이책 대비 10% 정도로 전망되고 있다.

교보문고 디지털콘텐츠사업팀의 성대훈 부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면서 "엔터테인먼트에서는 장르소설이나 만화책처럼 가볍게 즐기면서 읽을 수 있는 책 위주라면, 정보 제공 측면에서는 경제, 경영서적이 주를 이룰 것"이라고 전자책 콘텐츠 성격을 설명했다.

전자책 콘텐츠의 증가가 다는 아니다. 이와 더불어 전자책과 관련한 저작권 등에 대한 인식도 정착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